[주주 프렌드십 포커스]'주가 200만원' 약속한 SK㈜가 내린 특단의 조치①매년 시가총액 1% 자사주 매입, 관건은 소각....투입금액 수조원 전망
김위수 기자공개 2022-04-06 09:07:35
[편집자주]
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30일 15:42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동현 SK㈜ 부회장(사진)이 '2025년 주가 200만원 달성' 목표를 제시한지 1년. SK㈜는 지지부진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파격적인 정책을 내놨다. 2025년까지 매년 시가총액의 1%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내용이다. 관건은 자사주 소각이다. 회사측은 옵션으로 소각도 검토한다고 했다.'주가 200만원'을 공언한 지난해 3월 SK㈜의 주가는 주당 30만원에 육박했는데, 최근 주가는 25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금리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가에 악영향을 주는 외부요인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해도 목표 달성이 요원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SK㈜가 빼든 카드는 '자사주'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드는 효과로 주가가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는 일은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주주환원정책이다. 발행 주식수 자체가 감소해 주당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기업가치를 올린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애플이다. 2012년 이후 10년간 애플이 소각을 위해 매입한 자사주는 4670억 달러(약 566조원)에 달한다. 애플이 세계 최초로 시총 3조 달러(약 3600조원) 기업이 된 배경에는 적극적인 자사주 소각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2022년 '시총 18조', 주가 상승시 매입 자사주 수조원 넘을듯
SK㈜의 현재 시총(30일 기준 17조9000억원)으로 계산하면 1%에 해당하는 금액은 1800억원 정도다. 주가흐름에 따라 SK㈜가 올해 매입할 자사주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1800억원의 자사주 매입을 가정해 지난해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현황과 비교해보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가 된다.
한국거래소(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중 현대차가 신고한 자사주 매입 금액이 504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현대모비스가 4598억원, KT&G가 3428억원을 취득하겠다고 지난해 중 발표했다.
메리츠증권이 신탁 형태로 취득겠다고 신고한 자사주 금액은 총 3400억원, 메리츠화재는 총 1800억원이었다. 여기에 메리츠화재는 283억원의 자사주를 추가로 직접 매입했다. △미래에셋증권 2046억원 △엔씨소프트 1899억원 △메리츠금융지주 1500억원 등의 자사주 매입 신고가 뒤따랐다.
지난해 SK㈜의 시총 1%인 1800억원 수준의 자사주 매입이 이뤄졌다면 8위에 해당하는 셈이다. SK㈜는 자사주 매입을 올해부터 2025년까지 4년간 진행한다. 2025년까지 18조원의 시총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해도 4년간 지분 매입을 위해 필요한 금액은 7200억원이다. SK㈜가 200만원의 기업가치를 장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년 투입 금액이 늘어나면서 최소 수조단위의 금액이 필요할 것이다.
재원으로는 기업공개(IPO) 등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한 이익을 활용할 방침이다. 자회사 IPO를 통한 구주매출 확보나 기존 투자건에 대한 엑시트 가능성이 있다. 재원 마련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미 자회사 SK팜테코와 SK에코플랜트의 IPO가 머지않은 상태다. SK팜테코는 현재 프리IPO를 진행 중으로, 내년 나스닥 상장 가능성이 제기된다. SK에코플랜트도 내년 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까지 이어질까
자사주 매입만으로 주가 부양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이 주가를 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성형 SK㈜ 재무부문장(CFO)는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히며 "자사주 소각도 주주환원의 한 옵션으로 고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계획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CFO가 공식석상에서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자사주 소각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소각하지 않더라도 보유한 자사주를 활용할 방안은 많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인수합병(M&A)하거나 투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사주를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 피투자기업의 기업가치가 오른다면 SK㈜ 기업가치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자사주를 임직원에게 스톡그랜트 형태로 지급해 책임경영을 강화를 도모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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