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 IPO '안하나, 못하나' [SK㈜ 200만원의 길]③'90% 자회사', 대규모 배당으로 현금 자금줄 역할
박기수 기자공개 2021-09-28 10:45:20
[편집자주]
'일확천금·기회의 땅'으로 비유되는 코인보다 더 높은 주가 상승률을 약속한 기업이 있다면? 심지어 그 기업이 주가 상승에 불리한 지주사라면? 재계 3위 SK그룹의 지주사 SK㈜의 이야기다. 기업들이 흔히 내세우는 'N년 후 매출 N조원 달성'과 같은 목표라고 보기에는 그 정도가 파격적이다. SK㈜, SK그룹이 이런 '간 큰' 목표를 내세운 근거는 무엇일까. 국내 재계에서 가장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는 SK그룹의 동향을 더벨이 뒤쫓는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7일 14시1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 주가가 200만원으로 가도록 만들어주는 핵심 사업 중 하나는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수소다. 아직 '발족기'로 불리는 수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SK그룹은 지주사가 9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SK E&S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다. SK E&S는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에서 절대적인 시장 지위를 점하고 있는 곳이다. "확고한 수준의 LNG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수소도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다"는 것이 SK E&S와 모회사 SK㈜의 논리다.문제는 언제나 재원이다. SK는 2025년까지 수소 사업에 18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여기서 'SK'라는 표현이 모호하다. 18조5000억원을 누가,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 사항을 SK그룹은 밝히지 않고 있다.
SK㈜, SK E&S, 혹은 다른 SK그룹 계열사가 합해 18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인지 혹은 SK㈜와 SK E&S가 18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인지 정확하지 않다. 18조5000억원이 SK그룹이 100% 전담하는 금액인지도 부정확하다. SK그룹에서도 "SK㈜와 SK E&S를 중심으로 하되 파이낸싱과 재무적 투자자들의 참여 등 잠재적인 외부 투자들을 총합한 값"이라며 다소 모호한 입장을 내고 있다.

그럼에도 SK E&S가 18조5000억원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점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SK E&S는 탄탄한 자체 사업(도시가스·LNG)을 바탕으로 '투자 전문 모회사'인 SK㈜보다도 투자 여력이 많은 회사로 평가받는다. 추형욱 SK E&S 대표이사 역시 최근 '2025년 기업가치 35조원'을 다짐하는 '스토리 데이' 행사에서 수소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실제 올 초 미국 플러그파워 인수에도 SK㈜와 SK E&S가 동일한 금액을 출자해 지분을 인수하는 등 이미 현금 유출은 시작됐다.
앞으로의 수소 사업 전환 과정에서 SK E&S의 현금유출이 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는 시장이 계속해서 도시가스 사업부 매각과 기업공개(IPO) 등 자산유동화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유다. SK E&S의 IPO는 SK㈜의 주가 부양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여겨지는 재무적 이벤트이기도 하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SK E&S의 공식 입장은 도시가스 사업부 매각도, 기업공개도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IPO의 경우 아직 '안 하겠다'는 입장과 가까운데, 업계는 안 하는 게 아닌 '못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조명한다.

가장 큰 문제는 SK㈜의 지분 희석이다. SK E&S는 매년 대규모 배당을 시행하며 SK㈜의 핵심 자금줄 역할을 맡고 있다. 코로나19 등으로 영업이익 감소가 있었던 작년에도 SK E&S는 배당으로만 1조3053억원을 풀었다. 이중 SK㈜는 지분율(90%) 만큼 배당금을 취했다. 만약 IPO가 이뤄진다면 지분율 희석으로 SK㈜로 매년 들어오는 배당금이 줄어든다.
그만큼 SK E&S에 유입되는 현금도 많겠지만 문제는 SK㈜는 SK E&S가 속한 '그린' 산업 외에도 IT·첨단소재·바이오 등 4대 핵심 산업을 골고루 투자해야 하는 입장이다. 물론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실트론 등 직접자회사들의 배당이 이뤄지기는 하겠지만 SK E&S 지분 희석으로 SK㈜에 들어오는 현금이 줄어들면 다른 산업군의 투자 재원 마련이 빡빡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SK E&S가 선택한 자본확충 수단인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도 IPO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로 평가받는다. SK E&S는 2조원 규모의 RCPS를 발행하고 이에 투자할 적격예비후보를 최근 4개사로 압축했다. SK E&S에 따르면 상환권 등 RCPS에 부여된 옵션들은 행사 시점이 상당기간 남아있고, 옵션 행사권 역시 주도권을 SK E&S가 쥐고 있다.
전환권이 행사될 경우 앞서 언급된 IPO처럼 지분 희석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구주 매출 식의 IPO처럼 SK㈜의 지분율이 크게 희석되는 상황까지는 아니다. 여기에 SK E&S는 전환권 행사 시 SK E&S의 주식을 받을 지, 혹은 도시가스 사업의 계열사 지분을 받을 지 선택할 수 있다는 옵션까지 넣었다고 전해진다. SK㈜가 SK E&S의 현재 지분율을 최대한 지키고 싶어한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은 모회사의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는 식의 자본확충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실익을 따졌을 때 SK E&S의 IPO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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