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금고 쟁탈전]명확한 기준 부재, 심의회 자체 판단 영역 다수⑤녹색금융 범위 체계 정립 아직, 평가기준 예측가능성↓ 지적…출연금 경쟁 우려도 '여전'
김현정 기자공개 2022-04-05 08:10:15
[편집자주]
4년에 한번 돌아오는 시중은행들의 최대 기관영업, 서울시 금고 유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출연금 및 대출·예금 금리를 너무 과하게 쓰면 실리 없이 출혈만 심해지고 안정성에 무게를 두면 왕관을 놓치게 된다. 이번 입찰의 쟁점을 짚어보는 한편 5월 서울시 금고를 누가 차지하게 될지 시중은행들의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04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시금고 입찰 평가기준이 좀 더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량평가 항목 가운데서 심의위원회 재량으로 돌린 기준이 많고 지역사회 기여실적이나 녹색금융 이행실적 등 범위도 명확치 않다. 추후 입찰에 탈락한 은행들도 결과에 수긍할 수 있는 기준 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녹색금융 실적 범위 모호...심의위 재량 판단 영역도 많아
서울시금고 지정 평가항목 중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 부분은 25점으로 두 번째로 배점이 높은 항목이다. 전행들의 신용도와 재무상태가 비슷한 만큼 점수를 확보하고 가는 항목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역시 불확실한 영역으로 남겨져있다.
은행들의 총자본비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자기자본이익률 등 경영지표 평가의 경우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 결과 '양호'에 해당하면 만점처리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내 4대 시중은행 모두 2등급 이상을 받았기 때문에 해당 단서가 적용된다면 모두 만점이 가능하다.
다만 실제 적용은 다를 수 있다. 만점처리 ‘가능’이란 표현에서 심사위 위원들의 당일 판단으로 다른 평가가 가능하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BIS비율, NPL비율 등 경영지표가 비슷하긴 하나 당연히 조금씩 다르다”며 “모든 은행이 양호 등급을 받아 점수를 깔고 가는 부분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만점 처리 할 수 있다’고 돼 있기 때문에 실제 평가에서는 다른 적용이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용등급 항목도 마찬가지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모두 한국기업평가(KR), 한국신용평가(KIS), NICE신용평가 등 국내 평가기관과 S&P와 Fitch 등 해외 평가기관으로부터 동일 등급을 받았다. 단 한 곳 Moody's는 장기와 관련해 약간의 차등을 부여했다. 국민·신한은행에는 ‘Aa3’ 등급을 줬고 하나·우리은행에는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A1’ 등급을 부여했다.
여기에 대해서도 예측가능한 평가결과 기준이 없다. Aa3 등급과 A1 등급 차이가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점수 차가 있을 것이고, 아니라면 동일한 점수가 매겨질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 항목들에 객관적인 기준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만 심사위원회 회의 당시 위원들의 판단이 일부 작용할 예정”이라며 “해당 차이가 중요한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 금융전문가가 심사위 위원에 배치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실적과 관련한 평가 항목에서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실적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불분명한 사례들도 눈에 띈다. 이번에 새롭게 포함된 녹색금융 이행실적이 그 예다. .
서울시는 우선적으로 녹색금융 이행실적을 탈석탄금융 관련 실적으로 지정했다. 여기에 그 외 각행들이 녹색금융 실적으로 인정될 만한 것을 함께 올리도록 요청했다.
녹색금융 실적은 지난해 금융위원회에서도 명쾌한 분류체계를 잡지 못한 부분이다. 금융위조차 핸드북 형태로 제시하고 금융기관들이 필요 시 재량껏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녹색금융 실적 집계에 있어서도 ‘잔액 기준’으로 하는 은행과 ‘취급액 기준’으로 하는 은행들 모두 공존한다. 이렇듯 아직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주제를 다소 빠르게 조례의 금고 평가 항목으로 넣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B시중은행 관계자는 “서울시 역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시에서 정책적으로 넣었다기보다 상임위 발의로 빠르게 진행된 조례이기에 아직 명확한 정보도 없는데 평가기준이 됐다”고 말했다.
◇출연금·대출예금금리에 시중은행 여전히 ‘노심초사’
서울시는 시중은행들의 출연금 과잉 경쟁을 감안해 협력사업비 배점을 줄이고 대출 및 예금금리 배점을 높였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금리 수준 제시에 대한 부담은 커졌다. 여기에 더해 출연금 규모 책정에 대한 고민도 여전하다. 출연금 수준이 정량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금고 조례에서는 은행들의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출연금과 금리 관련, 등수 간 점수 격차를 줄이도록 했다. 1등과 2등의 점수 차이를 만점의 10%로 뒀으면 출연금과 금리 항목에 대해서는 그의 절반인 5%로 좁혀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통상 경쟁이 있는 항목에 대해 점수를 매기는 방식은 먼저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은행이 1등이고 그 다음 2, 3, 4등을 가린다. 만약 10점 만점이라면 1등에게 만점인 10점을 부여하고, 2등에게는 정해놓은 점수 격차를 뺀 점수를 부여하게 된다.
서울시는 점수 격차를 4~10%로 뒀다. 격차를 몇 퍼센트로 할 것인지는 심의회가 회의 당일 정한다. 만일 10%가 적용된다면 10점 만점을 가정했을 때 1점 차로 점수가 부여되는 것이다. 1등이 10점, 2등이 9점이 된다.
여기에 출연금과 이자 항목에 대해서는 그의 절반인 0.5점 차로 등수 간 차별이 된다. 1등이 10점, 2등이 9.5점이 된다. 점수 차를 좁혀 경쟁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작년 출연금 평가의 경우 4점 만점에 점수 격차는 10%, 여기에 절반이 적용돼 0.2점 차이로 점수가 부여됐다. 1등인 신한은행이 4점, 2등인 KB국민은행이 3.8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들은 높은 출연금을 써야 낙찰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신한은행의 시금고 쟁취에 가장 주효했던 부분 역시 사실상 높은 출연금 덕분이라는 데 은행권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당시 신한은행이 3015억원, 국민은행이 2500억원, 우리은행이 1000억원 규모의 출연금을 제시했다. 국민은행이 써낸 출연금도 상당 규모였는데 이를 넘긴 신한은행에 시금고가 돌아갔었다.
C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모든 은행들이 출연금과 금리에 얼마를 써낼 것이냐에 가장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며 “경쟁 완화 조치가 효과적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사업은 감시기구가 굉장히 많아 서울시 자체 감사위원회 뿐 아니라 시의회, 국정감사 등 겹겹이 감시망이 있다”며 “공정한 절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애초에 과도하게 구체적인 평가기준을 세워놓지 않는 건 심의위원회의 심의에 편견을 넣지 않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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