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셈버앤컴퍼니 "로보어드바이저, 운용 넘어 PB로 진화" [thebell interview김일희 개발실장 "고객 성향 최적화 투자솔루션 제공 목표"
윤종학 기자공개 2022-04-26 08:09:52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5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일임자산 1100억원, 3년 수익률 30%.' 한 헤지펀드 운용사 운용역의 3년 성적표다. 연 평균 수익률로 환산하면 10% 수준으로 운용업계에서 월등한 성과를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이 운용역의 놀라운 점은 20만 계좌를 3년 동안 24시간 관리했다는 것이다.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의 투자일임을 담당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아이작'이 그 주인공이다.디셈버앤컴퍼니운용은 2019년 4월부터 인공지능(AI) 투자일임 서비스 핀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3년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단순 투자를 넘어 고객들의 다양한 자산을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작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김일희 디셈버앤컴퍼니운용 개발 실장(사진)은 "다양한 고객의 입맛에 맞춰 고객의 개별 니즈를 자동으로 파악하고 고객도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고객의 성향과 선호에 맞는 투자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기존의 리스크 관리, 선호 자산을 고려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넘어 고객이 원하는 현금 흐름에 맞춘 투자전략, 절세전략을 자동실행하는 등 투자일임운용 솔루션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아이작이 운용역을 넘어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PB의 역할까지 맡게 되는 셈이다.
디셈버앤컴퍼니운용은 로보어드바이저의 핵심 역할이 개개인의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예컨데 자율주행이 발전할수록 그 시간에 휴식을 취하거나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로보어드바이저도 투자에 고민할 시간을 절약해 줄 수 있다.
김 실장은 "인간도 데이터를 통해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모된다"며 "로보어드바이저가 인간보다 뛰어난 판단을 해서 수익률을 높이고 리스크를 낮추는 부분들도 있겠지만 그런 측면보다는 사람의 시간과 노력을 아껴주는 관점에서의 효용이 크다"고 말했다.
디셈버앤컴퍼니운용은 앞선 3년 동안의 운영 방식도 많은 고객에게 편의성을 제공하는 방식에 집중해왔다. 핀트의 투자일임 계약고는 1100억원으로 20만에 이르는 계좌 수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계약고를 불리려면 최소 투자일임금액을 높게 잡으면 되지만 고객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최소 투자일임금액이 적다 보니 계약 건수가 많아도 계약고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라며 "고객 경험 유도 차원에서 플랫폼의 확장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핀트의 최소 투자일임금액은 20만원이다. 덕분에 핀트 가입 고객은 73만 명을 넘어섰다.
디셈버앤컴퍼니운용은 핀트가 플랫폼으로서 어느 정도 성장 궤도에 오른 만큼 앞으로는 계약고 증가에도 속도를 붙이겠다는 방침이다. 개인에 비해 투자 규모가 큰 기관투자자 대상 투자일임 서비스 확대도 고민하고 있다. 아이작의 강점인 모듈화된 시스템을 활용해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실장은 다양한 로보어드바이저가 난립하는 가운데 아이작의 기술력에 자신감을 보였다. 통상적으로 인공지능은 '강약'으로 분류된다. 강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다양한 외부 변수들을 받아 여러가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형태다. 투자에서 필요한 의사결정도 강 인공지능에 해당한다. 다만 강 인공지능은 아직 인간이 온전히 보유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에 아이작을 모듈화된 형태로 구현했다.
예를 들어 "어디에 투자하지?"라는 질문이 있다면 무분별한 빅데이터 속에서 답을 도출하는 것이 아닌 주식, 채권, 글로벌 경제 등 각 섹터별로 구축된 솔루션을 통해 답을 도출한다. 모듈화된 방식의 강점은 의사결정이 빠르고 개선이 빠르다는 점이다. 반면 전체 의사결정을 통으로 진행했다면 어느 부분에서 잘못됐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혹시 수익률이 안나오는 상황이 발생하면 아이작은 모듈화된 솔루션의 조합을 변경하면 된다. 아이작이 서로 다른 상품군을 보유한 기관투자자용 서비스 제공에서도 강점을 지닌다고 자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실장은 "전체 문제만 푸는 알고리즘 하나만 있다면 개별 맞춤형 솔루션을 만들기 어렵다"며 "아이작은 소단위 문제들의 솔루션이 있어 조합을 통해 빠른 시간에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아이작의 아버지로 불린다. 카이스트 수학과 학사, 연세대학교 수학과 석사, 프린스턴대학 응용수학과 박사를 마치고 2013년 11월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의 초창기 멤버로 합류했다. 로보어드바이저라는 단어도 없던 2015년부터 알고리즘 트레이딩 기술과 이공학적 방법론 등을 접목해 투자 의사결정법을 연구하며 아이작 개발을 이끌어왔다.
올해는 개개인의 동의하에 개별 데이터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마이데이터 시장이 제도적으로 열렸다. 김 실장은 아이작을 투자일임에 더해 자산관리까지 관리할 수 있게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디셈버앤컴퍼니운용은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획득하고 올해 4월25일 서비스를 선보였다.
김 실장은 "로보어드바이저는 고객들이 투자를 맡기기만 하면 기술이 알아서 운용해준다는 간편한 서비스가 핵심"이라며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투자를 넘어 자산관리 전반으로 편리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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