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경계에 선 두나무]불분명한 가상자산 성격, 규제 예측성 저하 우려②고객예치금도 공정자산에 포함, IT와 금융업 사이 불분명한 경계
원충희 기자공개 2022-05-06 14:49:06
[편집자주]
두나무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은 가상자산업계에 두 가지 신호를 줬다. '재벌기업'이 나올 만큼 가상자산 시장이 커진 것과 이제는 정부 규제가 본격 적용된다는 점이다. 급성장하는 가상자산사업자들 앞에는 어떤 통제와 리스크가 다가오는 것일까. 이전 IT대기업들의 사례에 비춰 두나무가 겪을 규제위험을 전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03일 16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규제 강화보다 더 문제는 규제의 사전 예측성이다. 방향을 갈피잡기 어려우니 대처하기도 어렵다"신흥산업이 일어설 때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문제를 지적했다. 법적성격이 불분명하니 생각지 못한 규제가 튀어나오고 준비할 시간은 부족했다. 이는 태동하는 산업을 위축시키고 반짝흥행으로 끝나게 만드는 주 원인이 됐다. 가상자산 시장도 마찬가지 우려가 크다.
두나무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이유는 작년 말 기준 공정자산 10조원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중 절반가량이 고객 예치금이란 데 있다. 가치변동 리스크가 큰 가상자산 업황에 따라 들쑥날쑥해지는 부채다. 업종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공정자산에 포함될 수도, 제외될 수도 있다.
시장에서는 두나무의 사업행태가 금융업과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의 통제를 받고 있다. 금융·보험사로 인정받았으면 예치금 부채가 제외돼 갑작스레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미비한 법제도 탓에 가상자산 성격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규제부터 먼저 받게 됐다.
◇금융인 듯 금융 아닌 금융같은 가상자산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각 회사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의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해당기업과 종속회사의 자산총액, 금융계열사의 자본총액을 단순 합계해 공정자산을 정한다. 10조원 이상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두나무는 작년 말 공정자산이 10조8225억원으로 평가됐다. 이 가운데 고객 예치금(5조8120억원)이 절반을 넘는다. 공정자산 5조원 이상의 기업은 공시대상기업집단, 10조원 이상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 만약 예치금이 제외됐다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을 수 있다.
공정위 측은 두나무의 고객 예치금을 공정자산에 포함시킨 이유를 회사에 통제 하에 있고 거기서 경제적인 효익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한국회계기준원 자문을 거쳐 자산에 포함했다. 법적으로 금융사가 아닌 탓에 고객 예치금을 자산에서 제외할 근거가 없고 다른 집단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원인은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성격이 정해지지 않은 점이다. 코인이란 명칭 때문에 암호화폐로 불리기도 했지만 가치변동성이 커 지급결제 수단으로써의 활용성은 현저히 떨어졌다. 지금은 투자자산으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 실체가 없는 무형상품이란 점에서 금융상품과 유사성이 큰데다 자금세탁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어 국내에선 금융위원회가 주관부처 역할을 하고 있다.
공정위는 통계청의 한국표준산업분류를 기준으로 업종을 정한다. 현재는 가상자산 거래 관련한 법이 존재하지 않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는 '기타 정보서비스업' 그리고 정보서비스업 내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으로 규정되고 있다. 현행법상 IT와 금융업 간의 불분명한 경계에 서있는 업체인 셈이다.
◇공시대상 건너뛰고 상호출자제한부터, 제도가 시장 못 따라가
일반적으로 국내 기업은 자산이 순차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공시대상기업집단을 거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 반면 두나무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을 거치지 않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첫 사례다. 별도재무 기준으로 두나무의 총자산은 2020년 1조3812억원에서 지난해 10조1530억원으로 10배가량 폭증했다. 가상자산 시장 활황 덕분에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했다.
달리 말하면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될 경우 두나무의 자산도 급격하게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거래가 둔화되면 고객들이 예치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도가 시장의 변화를 못 따라가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만큼 규제 예측성과 안정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자산의 성격이 불분명하다보니 이런 일도 생긴다. 두나무는 케이뱅크에 고객 예치금을 맡기며 이자를 받고 있으나 이를 고객에게 나눠주지는 않는다. 유사수신으로 걸릴 수 있어서다. 빗썸, 코인원 등도 은행에 고객 예치금을 맡기지만 이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은행 측은 예치금이 언제 빠질지 모르는 돈이라 운용이 어렵다며 이자지급을 하지 않고 있다. 두나무를 제외한 가상자산거래소는 고객 예치금으로 인한 경제적 효익이 없는 상태다.
가상자산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코인대출'을 두고 견해가 엇갈리기도 한다. 코인을 매개로 현금이 오가는 만큼 금융업의 여신으로 판단할지 여부다. 과세당국에선 가상자산을 과세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만큼 담보가치를 인정받을 경우 사실상 자산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적으로 유·무형의 유가물로서 부채의 담보가 될 수 있으면 자산으로 인정받는데 코인대출을 여신으로 볼 경우 코인은 사실상 자산으로 인정받는 셈"이라며 "현재 코인, 토큰 등은 시장에서 자산가치가 매겨지는 만큼 이 문제를 빨리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나무가 금융사로 인정받아도 걸림돌은 여전히 남아있다. 금융사로 인정된다면 타이트한 건전성 규제가 적용될 공산이 크다. 일부 계열사가 비금융사로 판단될 경우 기업집단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미래에셋그룹처럼 공시대상기업집단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에 포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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