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5월 06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 흠이(HMM 애칭) 추매(추가 매수)했습니다."지난달 28일 HMM 소액주주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엔 이같은 '인증글'이 연거푸 올라왔다. HMM이 2011년 이래 11년 만에 배당금을 지급한 날이었다. 주주들은 모처럼의 배당에 들뜬 것도 잠시, 서로 재투자를 권하더니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속사정이 있었다. HMM은 지난해 '완벽한 1년'을 보냈다. 매주 최고점을 경신한 해상운임 덕에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고 4조원 넘던 결손금도 전부 털어냈다. 최근 18조원에 육박한 자산을 뽐내며 '재계 25위'에도 랭크됐다. 완전히 살아났다는 평가가 어색하지 않다.
유일한 '옥에 티'가 주가다. 작년 초 가파르게 오르다 5월부터 공매도 세력의 집중 타깃이 되며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주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전환사채(CB) 주식 전환도 주가를 끌어내렸다. 속앓이하던 주주들은 직접 주총장을 찾아 대응책을 요구했다. 소용이 없자 적극적인 추매로 주가방어에 손을 보태기에 이르렀다.
HMM호의 새 선장인 김경배 사장도 부진한 주가를 적잖이 의식하고 있다. 3월 취임 당시 고객·이해관계자가 아닌 주주를 향해 가장 먼저 입을 뗐다. 그는 "주주가치가 훼손되지 않게 엄정하고 투명한 경영을 해나가겠다"며 "다양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들을 적극 고민하고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업이 꺼낼 수 있는 대표적인 주주친화책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이다. HMM은 배당을 재개했지만 자사주를 활용한 주가부양 계획은 아직 없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발행주식수(4억9000만주)가 많아 소각이 효과적일 거란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에만 CB 전환 등으로 1억6000만주가 늘었다.
HMM으로선 간단치 않은 문제다. 산은 등 채권단 관리 하에 있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유통량이 달라지면 대주주의 지분 가치에도 변동이 생긴다. 회사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란 의미다.
전임 배재훈 사장은 본인이 직접 주식을 사들이는 방법을 택했다. 매달 꾸준히 매입해 8만6182주까지 늘렸다. 올 3월 퇴임할 때까지 일절 팔지 않고 그대로 들고 있었다. 책임경영 차원이었다.
김 사장 입장에선 주주들의 공개적인 추매 움직임이 고마우면서도 부담이 될 듯 하다. 주가상승에 대한 열망의 크기가 눈에 훤히 보여서다. 하지만 너무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취임 40일도 채 되지 않은 새내기 사장이지 않은가. 지금은 업무파악이 가장 중요할 때다.
이미 '굿 스타트'를 끊기도 했다. 김 사장은 주주 커뮤니티 대표에게 "저를 비롯해 HMM 모든 구성원들이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직접 주주와의 소통에 나섰다. 더할 나위 없는 주주친화 행보다. '시작이 반'이라 했다. 지금 같은 마음이라면 나머지 반도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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