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여전채 시장]고공비행 날개 꺾이자 여기저기 '아우성'①가산금리 100bp 상승, 확실한 수요처 증권사 '투항 기세'…금리왜곡 문제도 수면위로
남준우 기자공개 2022-05-12 13:31:28
[편집자주]
여전채는 압도적인 발행량으로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채권이다. 다만 일괄실고제 방식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하지 않아 외부에 관련 정보가 잘 노출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금리 상승과 금융당국 규제 등 여러 악재가 더해지며 숨겨졌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여전채 시장에서 통용되는 관행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도 나온다. 더벨은 '그들만의 리그'로 불리는 여전채 시장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0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리 상승이 본격화하면서 여전채의 날개가 꺾이고 있다. 여전채는 그동안 고금리 메리트를 앞세우며 국내 채권 시장을 뒤흔들 정도의 규모로 성장해왔다.하지만 시장 위축과 더불어 이전까지 눈에 띄지 않았던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수급의 핵심인 증권사 수요가 금융당국 규제로 감소하자 시장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다. 그동안 발행 비용을 부담하던 증권사들도 부담스러운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여전사 중 일부는 자산 건전성에 문제가 생겼다.
◇일괄신고제 적용 '메리트'…2021년 발행 규모 일반 회사채 상회
여전채 시장은 최근 몇 년간 활황세였다. 2017년 43조원 규모였던 여전채 발행 규모는 꾸준히 커져왔다. 나이스P&I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채권 시장 발행 규모는 총 715조원이다. 이중 여전채 발행 규모는 전체의 9%(64조원)로 회사채(SB, 62조원)를 넘겼다.
거래량도 꾸준히 늘더니 2021년 총 438조원으로 국내 채권 거래량(5939조원)의 7.3%를 차지했다. 거래량의 경우 발행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국채, 통안채, 은행채 등에 이어 4위다. 거래량 기준으로는 회사채 규모보다 훨씬 더 크다.
통상적으로 발행사별로 1년에 한두번 가량만 진행하는 회사채 대비 발행 빈도가 높다.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는 은행, 상호금융 등 예금취급기곤과 달리 수신 기능 없이 여신업무만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이다.
예금을 취급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채, 차입금, ABS 등 시장성 수신(wholesale funding)을 통해서만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신용카드사, 캐피탈사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여전채의 경우 일괄신고제 방식을 허용했다. 1년 이내에 발행할 금액을 한번에 신고하고 연 3회 이상에 걸쳐 기업이 원하는 시기에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회사채 대비 금융당국의 제제가 상대적으로 덜 가해지는 만큼 매년 발행 규모 리스트 상위권은 여전사가 차지한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21년 가장 많은 발행량을 기록한 곳은 신한카드(3조7600억원)다. 이를 필두로 여전사가 20위권까지 차지했다.
일반적으로 여전채는 회사채 대비 높은 금리를 제공해 인기가 많다. 여전업은 사업 특성상 회사채 대비 불리한 점을 내제하고 있다. 여전사별 사업 특성이 대동소이해 경쟁이 치열하다. 대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금융당국의 규제에 노출되어 있다.
◇금리 상승, 증권사 파생결합증권 손실분 확대
그동안 상대적 고금리로 인기를 누렸던 이유다. 다만 여전업은 급격한 성장은 부실대출을, 급격한 자산 축소는 연체율 증가 등의 문제를 낳는다. 너무 높게 날면 태양에 밀랍이 녹고 너무 낮게 날면 바다에 젖는 '이카루스 패러독스'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올해부터는 약세가 시작될 것이라고 평가다. 시장에서는 금리 상승기에 진입함에 따라 여전채 시장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주양난'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여전채의 동일 만기 국고채 대비 스프레드는 약 90bp 수준까지 증가했다. A급 여전사는 100bp가 넘는다.
전세계적인 물가 상승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0.25∼0.50%에서 0.75∼1.00%로 0.50%p 인상했다. 22년 만의 빅 스텝(0.50%포인트 인상)에 더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추가 빅 스텝 가능성도 시사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여전채 수급에 가장 중요한 증권사 수요 감소다. 금융당국은 파생결합증권 여전채 편입 한도를 2023년까지 최종적으로 10% 이하로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증권사는 여전채를 토대로 ELS·DLS 등의 파생결합증권을 발행해 수익을 창출한다.
금리가 상승하면 관련 증권사는 파생상품 관련 평가손실이 발생해 부담이 커진다. 여전사의 경우 증권사 수요 감소에 따라 자산 확충의 주요 수단인 여전채 발행이 감소하면 연체율 증가 등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시장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국내 여전사는 시장 수요 대비 낮은 금리에 채권을 발행하면서 금리 왜곡을 키웠다는 평가다. 손실을 보더라도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일부 출혈을 감수하는 증권사도 존재한다.
시장 관계자는 "신속한 발행을 통한 자산 확충이 필수적인 여전업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다만 지금까지 소위 그들만의 리그로 진행되어 온 여전채 시장이 약세에 놓인 만큼 문제점이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파생결합증권에 치중된 수급 구조 △카드채 금리 왜곡 △기업금융 중심 여전사의 자산 건전성 등을 지켜봐야할 포인트로 언급했다. 더벨은 향후 세 편의 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세부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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