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패자부활전]벼랑 끝 생존 47개사, 잠재 리스크 '여전'②온투법 시행으로 제도권 편입, 부동산 77% 쏠림 구조 여전
권준구 기자공개 2022-05-27 09:26:35
[편집자주]
2015년 해외 성공 모델을 본떠 국내에서 200개가 넘는 P2P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각종 규제와 잇따른 고소·고발로 수많은 회사들이 고사위기를 맞았다. 2020년 8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 시행으로 현재 47개 업체가 패자부활전에 이름을 올리며 재기를 꿈꾸고 있다. 더벨이 대안금융 유망주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후 다시 재기를 노리는 P2P 스타트업의 지난 7년의 발자취를 짚어보고 향후 전망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3일 13: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P2P 사업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이하 온투법)의 시행으로 생존의 벼랑 끝에서 간신히 활로를 찾았다. 하지만 단 40여개 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고, 최근 재기를 노리는 이들에 또 다시 벤처캐피탈의 대규모 투자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P2P 산업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여전히 P2P 업체 대부분이 부동산 상품을 취급하고 등록 과정에서 부실 업체들이 확실히 걸러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수년 전처럼 P2P 산업이 신뢰를 잃을 가능성 역시 감지된다.
◇모험자본 총 1700억 투입, 개인신용대출 업체 집중
온투법 시행과 함께 벤처캐피탈 등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이하 온투업체)로 다시 몰리기 시작했다. 온투법이 시행되면서 P2P 업체가 237개에서 47개 수준으로 걸러졌다. 금리 인상, 가계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온투법 등록 업체의 누적 대출액은 3조9000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50% 이상 증가했다. 동시에 금리절벽 문제를 해결하는 등 사회적 성과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가장 큰 규모의 투자금이 몰린 P2P 업체로는 피플펀드가 있다. 지난해 12월 시리즈C 라운드에서 759억원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베인캐피탈이 주도했으며 골드만삭스, CLSA캐피탈파트너스, 500스타트업, 아크앤파트너스 등의 기관이 투자를 단행했다.
렌딧 역시 시리즈E 라운드에서 535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작년 7월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에서만 504억원을 투입했다. 이번 투자를 담당한 H&Q코리아의 임유철, 이종원 공동대표는 렌딧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8퍼센트도 작년 10월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사인 BRV캐피탈매니지먼트, 클린트파트너스, SBI인베스트먼트로부터 453억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해 실탄을 채웠다.
눈에 띄는 부분은 개인신용대출을 중심으로 하는 P2P 업체에 자금이 몰렸다는 점이다. 렌딧은 설립 당시부터 개인신용대출에 집중해왔다. 누적 대출액 2678억원 중 99% 이상이 개인신용대출이다. 8퍼센트와 피플펀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개인신용대출 등 소비자 중심 대출의 비율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개인신용대출이 부동산 대출 상품에 비해 안전성이 담보됐으며 플랫폼 사업을 통한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P2P 업체에 투자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P2P 모델은 신용평가모형(CSS)을 구축해 부실률 관리와 적합한 분산 투자를 통한 이익 창출이 기본이다"며 "개인신용대출 중심업체는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금융기관 자금을 유치해 대출 규모를 확장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대출 쏠림·온투업체 졸속 등록, 평판 리스크 발생 우려
P2P 산업이 제도권으로 넘어왔지만 여전히 문제의 불씨는 남아 있다. 부동산 대출의 쏠림 현상과 당국의 허술한 등록 체계가 P2P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모험자본이 대거 투입된 P2P 업체도 안심하기 힘들다. 한 차례 신뢰를 잃었던 P2P 산업인 만큼 VC 등 기관투자자로부터 성장성을 인정받은 주요 업체들까지 파급 효과가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온투법에 따라 사업을 유지하려는 P2P 업체는 △5억원 이상의 자기자본 △전산·보안 등 인력 및 물적설비 △내부통제장치 △대주주 출자 능력 등의 요건을 갖춰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소비자 보호와 함께 건전한 P2P 산업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금융위는 등록을 신청한 P2P 업체들의 부실 운영 등에 대한 전수조사 대신 각 업체들에게 위법확약서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감독 당국에서 등록 절차를 오래 끌 수 없기 때문에 전수 조사를 할 수 없어서 고육지책으로 확약서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6월 렌딧, 8퍼센트, 피플펀드 3개 업체가 먼저 온투업체로 선정됐다. 이후 2개월 만에 30개 업체가 한꺼번에 등록됐다. 현재까지 누적 47개사가 온투업체로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온투업체로 등록한 P2P 업체의 대출잔액 중 약 80%가 부동산담보대출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구성된 것도 우려의 대상이다. 특히 부동산 PF의 경우 과거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와 부실화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던 사례가 있다.
부동산 대출의 경우 사기, 횡령 위험 외에도 부동산 경기 하락 시 투자자 손실이 커질 수 있다. 2018년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담보 부풀리기, 불완전판매 등의 사례가 드러났다. 부동산 전문 P2P 업체 루프펀딩의 대표와 건설업자(대출자)가 약 400억원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로 1심에서 각각 3년6개월과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이로 인해 10000명이 넘는 투자자가 피해를 봤다.
업계 관계자는 "P2P 업체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 평판 리스크일 것이다"며 "일부 업체에서 재차 불법적인 일이 발생하면 온투업의 신뢰를 더 이상 회복하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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