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명가 신협]"금융 이상의 가치, 신협정신 지키며 일류 도약할 것"(4)김윤식 신협중앙회장 “포용금융과 소상공인 지원 등 금융협동조합 충실하겠다"
고설봉 기자공개 2022-06-08 08:01:14
[편집자주]
신용협동조합은 올해 창립 62돌을 맞았다. 1500만명에 달하는 조합원 및 고객들과의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자산 125조원 규모 대한민국 대표 금융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한국을 넘어 세계신협협의회 이사국, 아시아신협연합회 회장국으로 발돋움했다. 더벨은 신협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을 만나 신협이 추구하고 있는 나눔경영과 포용금융 사례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6일 14: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협에는 금융 그 이상의 가치, 즉 인간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함이 있다. 단순한 금융서비스 뿐만 아니라 조합원의 일과 여가, 나아가 전 생애에 걸친 동반자라는 믿음이 있다.”올해 창립 62년을 맞이한 신용협동조합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완전한 경영 정상화를 이뤘다. 과거 부실화됐던 조합 대다수가 우량한 조직으로 거듭나며 리스크도 털어냈다. 신협은 다가올 100년을 대비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신협이 찾은 비전은 ‘백 투 베이직(back-to-basics)’이다.
더벨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에서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사진)과 만나 대담을 나눴다. 김 회장은 “신협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수없이 고민했다”며 ”코로나 이후 급격하게 변화할 시대에 어떻게 대응할지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그 해답을 ‘협동조합 정신의 부활’에서 찾았다”고 밝혔다.
그는 “신협의 지역 밀착형 조합원 중심 금융의 성격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존재로 각인될 수 있다”며 “신협이 잘 되면 지역사회가 살고, 지역사회가 잘 살면 신협이 잘 되는 선순환구조를 이해한 조합원 스스로 찾아올 수 있게 하려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신협이 택한 길은 신협정신의 부활이다. 노인요양복지센터와 같은 다양한 고령층 대상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고령화·저성장 시대에 맞는 금융협동조합의 특성을 살린 신협만의 지역 상생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과거에서, 기초에서 다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김 회장은 “조합원들이 은행이 아닌 신협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며 “우리 사회 곳곳에서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외면하지 않고 ‘평생 어부바’해줄 수 있는 신협, 그것이 신협의 본질이고 철학이며 지향해야 할 길”이라고 확신했다.
신협 브랜드 슬로건은 ‘평생 어부바 신협’이다. 어부바는 업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등을 내어주는 행위이고, 업히는 사람에게는 전적으로 나를 맡기는 행위다. 서로 간 신뢰가 구축되지 않고선 할 수 없다.
김 회장은 “금융협동조합인 신협은 ‘금융’과 ‘협동조합’ 두 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며 “두 기둥이 어느 한 곳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서민들의 삶을 든든히 지탱할 수 있도록 신협은 사람 중심의 금융을 표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신협의 이념과 철학을 잘 반영한 것이 ‘7대 포용금융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고령화, 저출산, 고용위기 등 한국 사회가 당면한 사회문제들을 금융의 힘으로 해결하려는 신협의 의지가 담겨있다.
신협은 815 해방대출, 어부바효(孝)예탁금, 다자녀주거안정지원대출, 지역특화사업, 소상공인 어부바플랜, 위기지역 지원대출, 어부바위치알리미 무료보급 등 7대 포용금융 프로젝트를 통해 서민경제를 지탱한 공로를 인정받아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축복장을 받기도 했다.
김 회장이 이처럼 금융사와는 무관해 보이는 신협만의 독특한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전체 신협을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은 조합원이다. 김 회장은 전국 조합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연임에 성공한 최초의 신협중앙회장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12월 치뤄진 선거에서 전국 신협 이사장(중앙회장 포함)들의 100% 지지로 연임에 성공했다. 전체 투표수 729표 가운데 무효표 4표를 제외한 유효투표수 725표로 득표율 100%를 기록했다. 중앙선관위에 위탁해 치러지지 않았다면 아무도 믿지 못할 득표율이다.
신협은 조합원이 주인이자 이용자이자 경영인이다. 때문에 정기 총회를 통해 조합원이 직접 경영에 참여한다. 독점적 지배권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공평하게 1인 1표를 행사하며 조합원 간 불필요한 경쟁을 차단하고 있다. 신협의 기본가치인 협동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다. 신협의 운영 원칙은 재산과 권력의 정도와 상관없이 한 사람은 하나의 투표권을 행사하는 민주주의와 같다.
김 회장은 “신협은 일반 영리기업과 다르다”며 “신협의 주인은 조합원이고 그래서 신협이 돈을 벌면 조합원과 지역민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협은 수치가 아닌 가치를 기반으로 더불어 사는 따뜻한 지역사회 건설을 추구한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신협정신을 잃지 않으면서도 신협의 경영 정상화를 이뤄냈다는 점이다. 과거 IMF 외환위기 때 신협도 위기를 겪었다. 부실로 무너져 내린 조합도 많았고 중앙회도 성장이 멈췄다.
그러나 김 회장 취임 뒤 신협은 본격적으로 경영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며 승승장구했다. 외형성장과 실적개선, 리스크 안정화 등 모든 면에서 질적·양적 성장을 이루며 경영 정상화를 이뤘다.
김 회장은 2018년 3월 제32대 회장에 취임한 뒤 특유의 추진력으로 변화를 이끌었다. 취임 첫해가 지나기 전에 목표기금제 틀을 완성했다. 이 제도는 신협 예금자보호기금의 적립액이 목표 수준에 도달하면 출연금을 감경·면제 해주는 것이다. 이에 각 조합에 부과하는 출연금 부담이 크게 완화되면서 조합의 건전성과 경쟁력이 동시에 강화됐다.
여신구역 광역화도 성과다. 지난해 도입된 여신구역 광역화로 전국 신협은 226개의 시군구 단위에서 벗어나 10개 권역으로 여신영업구역을 넓혔다. 일각에서 우려하던 조합끼리의 과당경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넓어진 울타리 안에서 대·중·소형 조합이 동반 성장하고 있다.
신협은 지난해 총자산 124조원을 돌파하고 순이익 5154억원을 시현했다. 지난 20년간 신협이 거둔 순이익을 합산한 금액보다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이 더 많다. 순이익 극대화는 다시 지역 조합을 살찌우고 있다. 신협은 조합원 배당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순이익을 환원했다.
아쉬운 부분도 남아 있다. IMF 외환위기 때 정부와 맺은 MOU를 아직 해제하지 못했다. 신협의 자산규모와 실적 등을 종합하면 충분히 MOU 졸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와 당국에선 기존 MOU 만료 기간이 남았다는 이유로 MOU 해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김 회장은 “MOU 상태에서 신협은 정부 당국의 강력한 지도와 신협 임직원들의 노력, 조합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꾸준히 재무건전성을 제고해왔다”며 “이미 2017년 누적결손을 전부 해소했을 뿐 아니라 지난해 말 기준 약 9000억원의 이익잉여금을 쌓아 BIS비율을 10.51%까지 높였다”고 밝혔다.
신협은 MOU 해제를 염두에 두고 자율독립경영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김 회장은 MOU 해제와 그 이후 경영 안정화 방안에 대한 경영전략과 청사진을 마련했다. 신협중앙회는 복합상품 투자조직을 신설하고 투자운용부문을 강화할 계획이다. 채권·주식 뿐만 아니라 부동산금융과 기업인프라금융 등 투자 다변화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다.
더불어 기존 MOU에 묶여 더 늘리지 못했던 조합원 배당과 지역사회 환원도 늘릴 계획이다. MOU 해제 시 조합에 대한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이용고 배당과 출자금 배당을 통해 조합 경영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중앙회 사업이익의 일부를 사회적 경제조직을 지원할 수 있는 재원으로 활용해 소상공인과 서민 자영업자 및 금융소외 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올 하반기 관계기관(기재부, 금융위)과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MOU 해제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MOU 해제는 감독당국은 물론 중앙회와 회원조합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숙원 과제로 중앙회는 전력을 다해 MOU 해제에 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대한민국 최초의 순수 민간협동조합의 역할을 더 강화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포용금융과 소상공인 지원 등 우리 사회 가장 낮은 곳을 굽어살피며 금융협동조합의 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식 신협중앙회 회장 이력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젊은 시절 서예가로 살며 1997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국전(미협)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30대 후반에는 사업가로 변신해 전국 농산물 도매법인 126곳 중 최하위였던 효성청과를 10배 이상 성장시키며 매출액 2000억원대의 강소기업으로 키워냈다. 2016년에는 지역 호텔업계의 쇠락하는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해 대구 아리아나호텔을 인수한 뒤 대규모 리모델링해 운영 중이다.
신협과의 인연도 남다르다. 1998년 경영 악화에 빠진 대구 세림신협을 돕기 위해 이사직을 맡았다. 이후 빠르게 조합을 안정화 시킨 공로로 세림신협 이사장에 추대됐다. 신협 대구지역협의회장, 신협중앙회 이사를 거쳐 2018년 제32대 신협중앙회장으로 당선됐다.
지난해 12월 신협 62년 역사상 첫 번째 직선제 회장으로 당선되며 연임에 성공했다. 올 3월 제33대 신협중앙회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2022년 3월 1일부터 2026년 2월 28일까지 4년이다.
김 회장은 아시아신협연합회(ACCU) 회장으로 선출돼 3600만 아시아 신협 조합원을 대표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유일한 세계신협협의회(WOCCU) 이사로 세계 신협개발 프로젝트 등 중요한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또 세계신협협의회(WOCCU) 코로나대응위원장으로 세계신협 118개국 3억여명의 서민 조합원을 위한 코로나19 대응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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