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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금융 명가 신협]출발부터 달랐다…'믿음·나눔' 62년 성장사(1)고리대 끊는 공동체 운동에서 세계 신협협의회 이사국까지…존폐 위기 겪은 뒤 '재도약'

고설봉 기자공개 2022-06-07 08:00:55

[편집자주]

신용협동조합은 올해 창립 62돌을 맞았다. 1500만명에 달하는 조합원 및 고객들과의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자산 125조원 규모 대한민국 대표 금융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한국을 넘어 세계신협협의회 이사국, 아시아신협연합회 회장국으로 발돋움했다. 더벨은 신협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을 만나 신협이 추구하고 있는 나눔경영과 포용금융 사례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3일 15: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몇해간 60주년을 기념하는 금융기관들이 종종 눈에 띈다. 농협은 2021년 60주년을 기념했고 수협은 올해 60주년을 맞는다. 캠코, IBK기업은행 등도 환갑을 맞았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 군부에 의해 나라가 통치되던 시절 최고 의사결정권자는 국가재건회의였다. 이곳에서 수 많은 기관들이 만들어졌고 제도들이 시작됐다. 각종 협동조합이나 금융기관이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이유다.

협동조합들은 정부에 의해 만들어졌고 정부가 운영을 했다. 지금은 민간이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태생부터 '관' 영향을 많이 받았다.

비슷한 시기 탄생한 신용협동조합(이하 신협)은 달랐다. 신협은 대한민국 최초 순수 민간 주도로 탄생한 자율 협동조합이다. 공동체 운동에 가까웠다.

신협은 초창기 천주교 신부와 수녀로부터 시작됐다. 교인들의 궁핍한 생활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이들은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고리대에 시달리는 교우들에 빌려줬다. 이후 1960년 중반을 지나며 전국 각지의 지역 공동체에서 신협 설립운동이 일었다. 1970년대 신협법이 제정되며 신협은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발돋움했다.

설립 취지와 역사에서 볼 수 있듯 신협은 다른 금융기관과 다르다. 신협은 자조·자립·협동의 ‘신협운동 3대 정신’을 고수하고 있다. 3대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잘 살기위한 경제운동·사회를 밝힐 교육운동·더불어 사는 윤리운동 등 ‘신협운동의 실천과제’도 꾸준히 지키고 있다. 지난 62년간 신협은 서민과 중산층, 금융 소외 계층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1960년 6월 가톨릭중앙신협 창립 기념.(사진=신협중앙회)

◇믿음과 나눔의 62년…어려운 이웃 돌아보며 제도권 도약

1960년 서민들의 빈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신협운동이 태동한다.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가 주도해 출범한 부산 성가신용조합과 장대익 신부가 주도한 서울의 가톨릭중앙신용조합은 한국 신협운동의 뿌리다. 두 조합을 필두로 신협운동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신협은 서민들의 경제적 지위 향상과 삶의 변화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태동했다. ‘혼자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잘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신협의 출발점이다.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고리대에 쫓기는 어려운 이웃을 보호하기 위한 공동체가 각지에서 만들어졌다.

신협 발전의 중대한 분수령이 된 것은 신협연합회의 출범과 자립 과정이다. 신협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나면서 체계적인 조직 관리와 계획적인 지도사업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따라 지도사업과 조합관리, 대정부 관계, 국제 관계 등을 총괄하는 신협연합회가 1964년 출범했다.

신협운동의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신협법 제정이다. 1972년 제정된 신협법은 이전까지 순수 민간 자율의 협동조합운동으로 탄생한 신협을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올려놓는 계기가 됐다. 법의 보호를 받은 제도권 금융으로서 신협이 뿌리내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신협법 제정에 따라 ‘공익법인(비영리법인)’으로 규정된 각 지역 조합들은 법인 설립 인가를 받고 건전경영을 추구하며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이후 신협은 신용사업 확대, 지역사회개발사업 본격화, 세제혜택 제공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나갔다.

신협법 제정 이후 신협연합회는 특수법인으로 거듭났다. 재정 자립을 꾀하고 농촌개발사업과 공제사업, 검사업무에 전문성을 두고 업무를 추진했다. 이 시기 신협연합회의 성장은 신협운동이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촉매제가 됐다.

1980년대 신협은 압축 성장과 조직 재정비를 이룬다. 이 시기 한국 사회는 큰 격변을 겪으며 고속성장했다. 그러나 동시에 여러 사회적 문제도 발생했다. 신협도 마찬가지였다. 1980년대 신협은 압축성장을 이루며 전국적으로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신협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격변기를 새 시대를 준비하는 도약기로 만들었다. 신협은 기존 잘 정리되지 않았던 여러 제도를 손보며 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 안전기금제도 시행, 사고 예방을 위한 실태조사, 신용사업 제도 개선, 인력 증원과 부실 조합 정리, 지도·검사 강화 등을 추진했다.

신협 내부의 제도 개선과 맞물려 제정 이후 16년 만에 신협법이 개정됐다. 처음 개정된 신협법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조합-연합회’ 체제를 ‘조합-연합회-중앙회’ 체제로 변경한 것이다. 신협은 1990년대를 앞두고 신협중앙회 창립과 함께 3단계 조직 체계를 출범시키며 변화를 맞았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신협운동은 순수하게 자율적 민간 주도로 조직됐기 때문에 불특정 대중이 아니라 서로 잘 알고 신뢰할 수 있는 구성원을 중심으로 공동유대를 형성한 것이 특징”이라며 “조합원으로서 소양을 갖추기 위한 교육을 통해 신협운동의 철학과 원칙을 추구하면서 양질의 발전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1960년 5월 성가신용협동조합 임원들 모습.(사진=신협중앙회)

◇위기 끝에 찾아온 제2의 중흥기…100년 금융명가 도약

2000년을 전후로 신협은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는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여파로 신협은 존폐의 기로에 섰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누적 결손금이 쌓이며 위기를 맞았다. 이 시기 전국 단위조합들도 대거 문을 닫았다.

하지만 신협 역사상 최고의 위기는 개별 조합과 신협중앙회가 서로 협력하고 더욱 신뢰하는 계기가 됐다. 신협중앙회와 개별 조합은 건실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생존을 위한 자발적 혁신을 거듭해 나갔다.

더불어 공적자금 수혈과 자체 구조조정 결과 2002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내실 있고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유지하며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개별 조합들도 이 시기를 거치며 자생력을 키우고 체질을 개선하며 우량한 조직으로 거듭났다.

위기를 진화한 뒤 신협은 본격적으로 재도약에 나선다. 2005년 하반기부터 윤리경영을 도입하는 한편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며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2006년 대전 신협중앙회 본사를 완공하고 대전 시대를 열었다.

2010년대 들어서며 신협은 정체성 회복과 신협정신 강화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제2의 중흥기를 맞이했다. 안정적인 경영환경이 마련되며 매년 외형과 내실이 동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신협중앙회는 여신의 적극적인 성장을 추진했다. 실적상품, 출자배당금지급한도제도 도입 등을 통해 조합의 수익성을 높였다. 또 여유자금 운용 채널의 다변화를 추구했다. 아울러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뱅킹을 실시하고 2010년 시작한 체크카드사업을 확대하며 보다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

2020년에는 모바일 통합 플랫폼 ‘온(ON)뱅크’를 출시했다. 더불어 기존 시·군·구에 제한되었던 여신 영업 구역을 10대 권역으로 확대하는 등 경쟁력을 확보를 위한 개혁도 단행했다. 또 복합상품 투자조직을 신설하고 투자운용 부문을 강화해 채권·주식 뿐만 아니라 부동산금융과 기업인프라금융 등 투자처 다변화도 추진했다.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신협중앙회관 전경.(사진=신협중앙회)

설립 초기부터 이어져온 ESG 경영도 더 정교해지고 있다. 2018년 고령화·저출산·고용 위기 등 한국 사회의 당면한 문제들을 풀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 결과 신협의 금융철학을 상징화한 ‘평생 어부바’라는 슬로건과 함께 ‘7대 포용금융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정부와 지역,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신협은 한단계 더 높은 수준의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신협중앙회는 사업이익의 일부를 사회적 경제조직을 지원할 수 있는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단순한 기부 형태를 벗어나 수혜자 맞춤형 포용금융을 정착시켰다. 소상공인과 서민 자영업자 및 금융소외 계층에 대한 지원도 더 확대됐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신협은 앞으로도 자조·자립·협동의 정신으로 사회의 그늘진 곳을 살피며 따뜻한 금융의 힘으로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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