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하이엔드 브랜드]대우건설 '푸르지오 써밋', 신중과 소극 사이하이엔드 브랜드 론칭에도 주택건축부문 실적 '답보'
전기룡 기자공개 2022-06-03 07:26:10
[편집자주]
하이엔드 브랜드의 상징성이 점차 퇴색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분양가가 책정되거나 강남 같은 특정 지역에만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해왔다. '꿈의 아파트'로 여겨졌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치열해진 경쟁 탓에 '자격 미달'인 아파트에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남발하는 사례가 많다. 주요 건설사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처한 상황은 어떤지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31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써밋'이 다른 하이엔드 브랜드와 유독 다른 부분이 있다. 바로 푸르지오 써밋을 통해 기존 브랜드인 '푸르지오'가 쉽게 떠오른다는 점이다. 다른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현대건설)'나 '아크로(DL이앤씨)', '르엘(롯데건설)' 등이 네이밍부터 기존 브랜드와 차별화를 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푸르지오가 지닌 브랜드 파워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다. 푸르지오는 2003년 론칭된 이후 대우건설이 주택명가로 자리매김하는데 일조했다. 대우건설이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를 차지할 수 있던 데도 푸르지오가 지닌 브랜드 파워가 한 몫했다. 하이엔드에 푸르지오를 붙인 건 성공적 전략이었던 셈이다.
다만 그동안 하이엔드 브랜드 확장 전략을 펼치는 과정에 지나치게 신중을 기하다보니 대우건설이 이를 통해 수확한 과실이 많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손실 감내한 수주전략에 가격 차별화 미비
'써밋'이 당초 펫네임(개별 단지 별칭)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첫 적용 단지인 '용산 푸르지오 써밋'이 분양되던 2014년 5월만 하더라도 단순 펫네임이었던 푸르지오 써밋이 이후 같은 해 9월 '서초 푸르지오 써밋'을 공급하면서 하이엔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푸르지오 써밋은 성공적인 행보를 알렸다. 용산 푸르지오 써밋은 견본주택 내에서 영어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거나 3개(한·중·일) 국어로 분양상담을 실시하는 등 재력가를 대상으로 한 홍보 전략을 펼쳐 입소문을 탔다.
서초 푸르지오 써밋도 고급화 전략을 택했다. 대우건설은 서초 푸르지오 써밋의 분양에 앞서 강남권 VIP 고객 500여팀을 초청해 사전 품평회를 진행했다. 그 결과 용산·서초 푸르지오 써밋은 모두 1·2·3순위 청약에서 완판에 성공할 수 있었다.
상표권 출원 절차도 이뤄졌다. 대우건설은 용산·서초 푸르지오 써밋이 분양되던 해에 푸르지오 써밋 상표권을 36류(건설분양업)와 37류(주택건설업)로 출원했다. 36류와 37류는 건설업을 영위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상품분류다. 등록 절차는 2015년 4월 마무리됐다.
2016년에는 메인 컬러가 적용된 푸르지오 써밋 상표권을 36·37류로 등록했다. 두 번째 출원이었기에 등록까지 6개월정도만 소요됐다. 대우건설은 푸르지오 써밋의 메인 컬러로 금색과 은색, 회색을 사용한다. 서브 컬러로는 회색과 베이지색이 있다.
써밋이 정상, 정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푸르지오 써밋에는 다양한 고급 상품이 적용됐다. 문주도 일반 푸르지오와 외견상 차이가 있을 뿐더러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특징이다. 이에 반해 수요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건축비의 경우 일반 단지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일례로 2019년 7월 분양한 '과천 푸르지오 써밋'은 일반분양 506가구에 대한 3.3㎡당 평균 건축비가 1935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 달 뒤 공급된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3.3㎡당 건축비 1736만원)'과 '서대문 푸르지오 센트럴파크(1888만원)'보다 100만~200만원정도만 가격 차이가 난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와 '힐스테이트' 단지 간에 3.3㎡당 건축비가 많게는 1000만원가량 차이가 있었다. 이에 미루어 대우건설의 경우 하이엔드 브랜드와 일반 브랜드간에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 아파트의 경우 일반 아파트에 비해 커뮤니티시설 등에서 가격 차이가 난다"며 "대우건설의 경우 푸르지오 써밋 단지를 향후 있을 수주전의 요충지로 삼고 있어 오히려 손실을 보면서까지 공사비를 낮게 잡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우건설은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과천 푸르지오 써밋의 품질을 높여 향후 과천지역에서 있을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자 했다. 현재 대우건설이 과천에 푸르지오 이름을 단 현장을 5곳 보유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유사한 전례도 존재한다. 대우건설이 서울 서초구 삼호가든4차를 재건축해 공급한 '반포 써밋'은 지역주민들에게 품질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대우건설이 서울 서초구, 동작구 소재 수주전에서 유력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것도 반포 써밋을 통해 쌓은 인지도가 주효했다.
◇하이엔드 현장 7곳 불과, 경쟁사 대비 적은 비중
다만 푸르지오 써밋을 적용할 때 지나치게 신중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과거 KDB산업은행 체제였던 타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주지 못한 영향도 있다. 대우건설은 서울지역에 △서초 푸르지오 써밋 △용산 푸르지오 써밋 △반포 써밋 △대치 푸르지오 써밋 △라체르보 푸르지오 써밋 △써밋 더힐 △써밋 더 트레시아 등 7개 현장만 보유하고 있다.
반면 출범한지 3년밖에 되지 않은 롯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르엘'은 이미 9곳 현장을 확보했다. 세부적으로는 △르엘 대치 △반포 르엘 △반포 르엘2차 △르엘 신반포 파크애비뉴 △청담 르엘 △르엘 이촌 △르엘 방배 △르엘 라필투스 △미성·크로바 재건축 등이 있다.
대우건설 주택건축부문 실적도 푸르지오 써밋 론칭 후 드라마틱한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2014년 5조5859억원이었던 대우건설 주택건축부문 매출(연결)은 7조원을 목전에 두기도 했지만 전년 말 기준 5조9016억원을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우건설은 부산 남구 대연4구역에 대형 건설사 중 처음으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제안하는데 이르렀다. 해운대 조망이 가능한 대단지인 만큼 향후 부산지역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지만 지나치게 신중했던 수주전략의 후폭풍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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