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하이엔드 브랜드]현대건설, '디에이치' 범위 확대 장단점 '뚜렷'지방·소규모정비사업서도 브랜드 적용
전기룡 기자공개 2022-05-31 07:31:14
[편집자주]
하이엔드 브랜드의 상징성이 점차 퇴색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분양가가 책정되거나 강남 같은 특정 지역에만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해왔다. '꿈의 아파트'로 여겨졌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치열해진 경쟁 탓에 '자격 미달'인 아파트에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남발하는 사례가 많다. 주요 건설사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처한 상황은 어떤지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6일 10: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건설의 대표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는 2015년 서울 서초구 삼호가든3차 재건축 수주전에서 첫 등장했다. 삼호가든3차 재건축은 강남권 학군을 갖춘 데다 랜드마크 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입지를 갖췄었다. 현대건설 외에 대림산업(현 DL이앤씨), 롯데건설도 큰 관심을 보였다.특히 대림산업은 '아크로'를 전면에 내세웠다. 아크로는 '아크로리버파크'가 3.3㎡당 평균 5000만원에 달하는 분양가에도 완판에 성공해 하이엔드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진 상태였다. 대림산업은 수주전에서도 '아크로스케이프'라는 단지명을 제안함으로써 아크로의 명성을 이어가고자 했다.
이 같은 상황에 현대건설이 내놓은 것이 새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였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와 함께 강남 아파트 최초로 단지 외관을 비정형으로 구현하겠다고 제안했다. 관리비 절감 효과가 있는 에너지하이세이브, 폐열환기시스템 등도 현대건설이 약속한 특화상품이다.
그 결과 현대건설은 전체 조합원 440명 중 429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175표를 얻어 시공사로 선정됐다. 대림산업이 투표 결과 150표를 받았다는 점에 미루어 현대건설이 디에이치를 제안하지 않았더라면 수주전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표권 등록 절차도 뒤따랐다. 당초 현대건설은 수주전 직전이었던 2015년 4월 '현대건설디에이치'라는 상표권을 36류(건설분양업)와 37류(주택건설업)로 출원했다. 하지만 특허청이 한 차례 거절 결정을 내리면서 상표권 등록 일정이 다소 미뤄졌다.
특허청은 '대기업 명칭 상표의 심사처리방향'을 근거로 내세웠다. '현대건설디에이치' 상표권의 주요부이자 대기업 명칭인 '현대'가 이미 동일한 상품분류로 등록돼 오인의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후 현대건설은 디에이치로 새롭게 상표권 출원해 모든 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
◇'고급화 전략' 디에이치 3.3㎡당 건축비, 힐스테이트 대비 두 배
디에이치는 이전까지 보유하고 있던 브랜드 자산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에서 'H엠블럼'을 계승한 게 특징이다. 또 정관사 'THE'를 통해서는 '완벽한 프레스티지 라이프를 위한 단 하나의 이름'이라는 희소성을 부여했다. 디에이치에 고급화 전략이 도입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일례로 가장 최근에 분양한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에는 독일 최고급 주방가구 브랜드인 불탑(Bulthap)과 라이히트(LEICHT) 등이 적용됐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6725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일반분양 물량도 1235가구에 달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고급 상품이 적용된 만큼 건축비도 현대건설의 또다른 주력 브랜드인 '힐스테이트'가 적용된 단지 대비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의 3.3㎡당 평균 공사비는 1927만원으로 비슷한 시기 분양한 '힐스테이트 고덕 스카이시티(3.3㎡당 1395만원)'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강남구 일원대우아파트를 재건축해 2019년 분양한 '디에이치 포레센트'도 마찬가지다. 이 단지에는 특화설계인 'H클린현관'이 일부 가구에 적용됐다. 공동현관 내 전화부스 형태의 '에어샤워 부스'와 새 IoT 시스템이었던 '하이오티(Hi-oT)'도 현대건설이 내세웠던 특화상품이다.
디에이치 포레센트도 일반가구 62가구에 대한 3.3㎡당 평균 공사비가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와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 1842만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뒤 분양일정에 돌입한 '힐스테이트데시앙 도남C4BL(3.3㎡당 1050만원)'보다 두 배가량 비싸다.
디에이치 단지가 지닌 상징성과 최고급 특화상품은 현대건설 건축·주택부문의 외형 성장으로 이어졌다. 현재 분양을 마친 단지가 4곳뿐이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진 않았으나 수주전 등 추가 사업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현대건설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사업이라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최대 재개발사업이라는 한남3구역을 수주할 수 있던 원동력도 디에이치였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총 10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다. 한남3구역도 사업비만 무려 7조원에 달한다.
매출원천인 수주잔고를 봐도 현대건설의 외형 성장을 짐작할 수 있다. 2015년 말 기준 현대건설의 국내 수주잔고는 16조6200억원이었는데, 올해 1분기에는 38조2047억원까지 늘었다. 2015년 기준 6조5734억원이었던 건축·주택부문 매출액(연결)도 전년 말 10조3174억원으로 57% 증가했다.
◇디에이치 가격 기준 폐지, 브랜드위원회 깜깜이 심의
문제는 현대건설이 최근 디에이치 브랜드의 적용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면서 가치가 점차 퇴색됐다는데 있다. 이전만 하더라도 현대건설은 3.3㎡당 분양가가 3500만원 이상인 곳이나 강남권에서만 디에이치를 적용해왔다. 현재는 가격 기준을 삭제하고 적용 범위를 5대광역시까지 넓혔다. 상대적으로 비싼 공사비를 감내하고 디에이치가 지닌 브랜드 가치에 기대 입주한 수요자들 사이에서 원성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
송파구 마천4구역을 재개발하는 '디에이치 클라우드'와 같이 3.3㎡당 분양가가 3000만원을 밑도는 지역에까지 디에이치 브랜드가 적용됐다. 95가구 규모 대치비취타운 가로주택정비사업에도 디에이치 이름을 붙였다. 이외에도 광주와 대전 등 지방광역시에도 디에이치 단지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비공개로 진행되는 브랜드위원회의 심의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재 현대건설은 브랜드위원회가 △브랜드 △사업 △상품 △서비스 △시공품질 △고객서비스 밎 고객관리 △분양 등 7개 관점에 따라 디에이치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데 해당 내용은 외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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