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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송금 스캔들 신한·우리, 공교로운 KPI 변경 2021년부터 KPI 배점 변경해 외환영업 강화…해외송금 모니터링 소홀 가능성

고설봉 기자공개 2022-07-19 08:16:32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8일 16: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규모 외화 해외 송금 문제로 금융감독원 검사를 받고 있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공통적으로 외환 영업 강화를 주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두 은행 모두 지난해 KPI를 통해 전 영업점에 걸쳐 외환영업 활성화를 주문했다. 반면 KPI를 통해 외환 영업 강화를 주문하지 않았던 다른 시중은행은 해외송금 이슈가 불거지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송금을 의뢰한 법인의 자금 흐름 등을 더 집중적으로 검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개별 은행도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모펀드 이슈 해소 뒤 비이자이익 강조한 신한·우리

지난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영업전략의 핵심은 ‘비이자이익’이었다. 2019년 불거진 사모펀드 부실 이슈로 두 은행은 2년 넘게 WM을 비롯해 비이자이익 강화 전략을 쓸 수 없었다. 예대마진에 의존한 이자이익 실현과 소비자보호, 리스크 관리가 두 은행의 공통 관심사였다.

각 은행 KPI(핵심성과지표)에서 이 같은 전략 방향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2019년과 2020년 두 은행 모두 KPI의 핵심 전략과제로 소비자보호와 리스크 관리를 전면에 배치했다. 이자이익 외에 비이자이익 상품 활성화 등은 KPI에 등장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전략이 달라졌다. 사모펀드 부실이슈를 당초 예상보다 잘 넘기면서 다시금 비이자이익 강화에 돌입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두 은행 모두 사모펀드 부실 사태에 대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에서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

지난해부터 두 은행 모두 비이자이익 강화를 KPI 전면에 내세웠다. 은행들은 KPI를 통해 전 영업점에 반기 및 연간 영업목표를 하달한다. 지점과 협의해 각 평가항목별 영업목표를 설정하고 미세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연초 및 하반기 초 영업전략을 확정한다.

두 은행은 지난해 KPI에서 공통적으로 주력상품인 예금과 대출 등 이자수익 외에 외환·카드·WM 등 상품 판매를 통해 수익 창출력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기존에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WM의 영업 재개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외환과 카드 등 영업활동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외환영업 매년 강화…배점 '40점→50점' 상향

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외환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KPI에 외환 평가항목을 추가하고 배점을 강화하는 등 각 지점의 외환거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노력했다. 신한은행의 2020년 KPI 배점표에는 외환 관련 평가항목이 없었다. 당시 신한은행은 사모펀드 사태 수습을 위해 소비자보호 등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비이자이익 활성화를 영업전략으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기반영업 평가항목을 신설하고, 하위 평가요소로 개인POOL과 기업POOL, 외환POOL을 설정했다. 외환영업이 개인영업과 기업영업과 함께 기반영업을 지탱하는 하나의 축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신한은행 KPI에서 외환POOL에 배점된 점수는 총 40점이다. 평가는 ‘외환고객’ 단일 항목만을 기준으로 삼았다. 기업POOL의 ‘통합목표’가 55점, 개인POOL의 ‘적립거래메인화’가 50점 등 배점된 것에 비춰 중요도가 결코 낮지 않다.

올해는 외환POOL이 더 강화됐다. 전체적으로 지표를 세분화하고 배점도 더 높인 것이 특징이다. 외환POOL의 하위 평가기준으로 ‘수출입외형’ 20점, ‘외환수익’ 30점 등 총 50점을 배점했다. 이외 추가로 ‘수출입고객수 가점’을 적용해 실제 KPI 점수를 더 끌어올렸다.

이처럼 지난해와 올해 신한은행은 외환 영업활동을 강하게 밀어 붙였다. 각 영업점들은 이에 맞춰 KPI 고득점을 위해 외환거래 활성화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거액의 자금을 해외로 환전해 송금하겠다는 신규고객 등장은 각 지점 및 지점장 입장에선 기회로 여겨졌을 것이란 해석이다.


◇우리은행, 외환 거래 잘하면 '카드·WM' 저실적 메울수 있게 설계

우리은행도 지난해부터 외환 실적을 각 지점별 평가항목에 추가했다. 지난해 우리은행은 ‘동반성장’ 평가에서 VG자율영업 평가항목 중 하나로 외환을 집어 넣었다. 배점은 30점인데, 20점에서 40점까지 각 지점이 자율적으로 목표를 수정할 수 있게 했다. 각 지점별 상황 및 역량에 맞춰 외환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VG자율영업 평가항목의 하위 평가지표는 주택도시기금(30점), 신용카드(30점), 적립식상품(40점), 외환(30점)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주택도시기금 등 정책자금 성격의 영업을 빼면 실제 지점별 KPI 변별력을 높여줄 핵심 영업은 신용카드와 적립식상품, 외환 등으로 압축된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외환거래를 트고 몇 개월 사이 수천억원의 환전 및 송금하는 법인의 등장은 지점 입장에선 KPI 고득점의 기회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거래에 대해 해당 지점이 고객을 의심하거나 외면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해당지점이 외환에서 신규 법인 등장으로 대규모 영업이익이 늘어난다면 외환 배점을 최대 40점까지 늘리고, 대신 주택도시기금과 신용카드, 적립식상품에서의 실적을 줄여도 KPI 고득점엔 문제가 없었다. 외환에서 단기간 대규모 이익을 내면 카드 등 다른 상품에서 영업을 덜 해도 전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또 올해 우리은행은 외환 영업을 더 강화했다. ‘영업기반’ 평가에서 수익기반증대 평가항목의 하위 평가항목으로 외환을 배치했다. 배점은 40점으로 지난해보다 10점 더 높였다. 수익기반 증대는 예대상품 외 자산관리상품과 신용카드와 함께 은행의 수익기반을 증대하기 위한 배점표다.

이처럼 KPI 평가항목에 외환을 2년 연속 전면 배치하면서 각 영업점에서 KPI 고득점을 위해 적극적인 감시활동을 소홀히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KPI 초과달성 및 지점 평가 우수를 받기 위해 대규모 환전 및 해외송금을 요청한 고객의 자금출처 등에 대한 점검이 느슨해졌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한과 우리의 경우 2019년과 2020년 사모펀드 부실사태 수습으로 외환 등 비이자이익에 대한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펴칠 수 없었다”며 “사모펀드 이슈가 해소되면서 2021년부터 공격적인 외환영업 등을 펼쳤는데, 공교롭게 두 은행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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