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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소부장 2.0 돋보기]원준, 독일 열처리 업체 인수 2년 만에 빛 보나①M&A 후 팬데믹 여파로 자본잠식, 폭스바겐 신규 고객사 확보 관심

박상희 기자공개 2022-07-26 08:08:20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후 한국 주식시장은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 업종이 주도했다. 이 트렌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전기차 산업 밸류체인 속 2차전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는 코스닥 시총 순위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시장에서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았음은 물론 기업의 펀더멘탈이 튼튼하다는 방증이다. 더벨은 최근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로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2차전지 소부장 강소기업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0일 0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양극재 열처리업체 '원준'은 지난해 상장과 동시에 2차전지 소부장 강소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양극재 생산을 위해서는 전용 열처리 장비인 RHK(Roller Hearth Kiln) 소성로가 필요한데, 원준은 국내 업체 중에서 가장 많은 납품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포스코케미칼 등 소수 거래처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크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원준은 이를 의식해 탄소계 및 실리콘계 음극재 열처리 원천기술을 보유한 독일의 아이젠만 써멀 솔루션즈(Eisenmann Thermal Solutions) 열처리 사업부를 인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인수기업은 최근 빠른 속도로 수주잔고를 늘려가며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 등 특정 기업 매출 편중 해소 '고민거리'

2008년 설립된 원준은 에너지 및 전자 소재 생산에 필요한 열처리 설비인 소성로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전기차용 2차전지 4대 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 생산에 관여하고 있다. 양극재를 만들기 위해선 리튬과 니켈, 코발트, 망간을 혼합해 열처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열처리 장비 사업은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현재 소수의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국내에선 ㈜한화의 기계 부문이 원준의 주요 경쟁사로 꼽힌다. 원준은 국내 업체 중에서는 가장 많은 RHK 소성로 납품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을 제치고 가장 많은 납품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다.

원준 매출의 대부분도 RHK 소성로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열처리 관련 장비 매출은 56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체 매출 621억원 가운데 90.67%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원준의 소성로 수주는 갈수록 탄력이 붙고 있다. 열처리 장비업은 고객사의 신규 생산 설비 설치 및 증설 계획에 따라 납품할 장비를 제작 판매하는 전형적인 수주사업이다. 현재 보유한 수주잔고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수주가 발생해야 한다. 원준은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평균적으로 700억원을 웃도는 수주잔고를 유지했다. 올 3월말 기준 수주잔고는 약 1108억원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출처: 원준 사업보고서

다만 원준은 열처리 장비 특성상 소수 매출처에 대한 의존도가 큰 편이다. 주요 거래처는 전기차 배터리로 사용되는 2차전지 소재 제조업체인 포스코케미칼, LG화학, 에코프로비엠 등이다. 모두 양극재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고객사의 설비투자 진행 여부에 따라 매출의 변동성이 큰 것이 약점으로 지목된다.

특히 그 중에서도 포스코케미칼에 대한 의존도가 압도적이다. 원준은 지난달 포스코케미칼과 442억원 규모의 '포항 1단계 양극재 생산용 열처리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금액은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71.18% 규모에 달한다. 포스코케미칼에 대한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특정 거래처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높은 이유는 2차전지 밸류체인 상의 특성 때문이다. 원준의 고객사가 양극재 및 음극재 생산업체에 국한되어 있는 탓이다. 특히 국내 양극재 업체에 매출이 치중된 모습을 보였다.

◇원준GmbH, 올해 턴어라운드 기대…2024년부터 연결 재무제표 반영

원준은 고심 끝에 2020년 1월 독일 관계회사 원준GmbH를 통해 열처리 기술에 대한 다양한 노하우와 고객사를 보유한 아이젠만 써멀 솔루션즈의 열처리 사업부를 인수했다. 매출처 다양화 전략의 일환이다. 아이젠만 써멀 솔루션즈를 통해 음극재, 탄소섬유 및 연료전지 등 신규 분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한다는 전략이다. 중장기적으로 양극재에 국한된 매출 구조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원준의 야심찬 M&A는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아이젠만 써멀 솔루션즈 인수 직후 팬데믹이 발발했기 때문이다. 원준GmbH가 아이젠만 써멀 솔루션즈로부터 열처리사업을 양수하기 이전인 2019년까지 해당 회사의 연간 매출은 최소 5500만유로(한화 약 74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2020년 초 사업 인수 직후 예상치 못한 팬데믹으로 독일 현지에서 셧다운 사태가 발생하면서 정상적인 영업 활동이 불가능했다. 이로 인해 2200만유로(한화 약 290억원)의 저조한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대규모 적자를 시현한 결과로 완전 자본잠식이 됐다.


원준은 독일 관계사인 원준GmbH가 올해 흑자전환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20년 말부터 기존 주력 제품인 탄소섬유 수주가 회복됨과 동시에 신규 진출한 분야인 음극재용 소성로 수주에 성공하고 있다. 2021년 반기말 기준 확보된 수주잔고만 8000만유로(한화 약 1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원준GmbH는 1300만유로 이상의 영업이익을 시현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최근 원준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과 2차전지 제조에 필요한 생산장비 납품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도 원준GmbH의 실적 개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 폭스바겐은 세계 각국 기업과 협업하겠단 의사를 밝힌 가운데 독일에 소재한 열처리 업체를 인수한 원준이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원준GmbH의 실적 개선은 원준의 연결 재무제표에 바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이성제 원준 대표이사는 2020년 11월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원준GmbH의 자본구조 개선을 위해 개인 자금으로 의결권 있는 보통주식 2만5001주를 취득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원준은 기존 대여금 중 일부를 의결권 없는 보통주식 2만5000주로 출자전환했다. 이로 인해 원준의 원준GmbH에 대한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49.9%로 하락했다. 원준GmbH과 원준GmbH의 종속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 것이다.

현재 원준GmbH는 원준의 연결범위에서 제외된 상태다.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지위가 변경되고, 별도재무제표 상 종속기업투자주식에서 관계기업투자주식으로 변경됐다. 다만 원준이 이성제 대표이사에게 위임했던 원준GmbH의 의결권이 2024년 1월1일부로 반환된다. 내후년부터는 독일 계열사 실적이 오롯이 원준 재무제표에 반영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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