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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소부장 2.0 돋보기]'현금 곳간' 넘치는 원준, 주가 부양 열 올리는 이유는②IPO로 현금 유동성 10억→700억 증가…FI 잔여 지분 엑시트 위해 무상증자

박상희 기자공개 2022-07-27 08:08:42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후 한국 주식시장은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 업종이 주도했다. 이 트렌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전기차 산업 밸류체인 속 2차전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는 코스닥 시총 순위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시장에서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았음은 물론 기업의 펀더멘탈이 튼튼하다는 방증이다. 더벨은 최근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로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2차전지 소부장 강소기업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1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양극재 열처리업체 '원준'의 2018년 말 현금성자산(개별 기준)은 10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3월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700억원에 육박한다. 역대급으로 유동성이 넘쳐나는 배경으로 기업공개(IPO)를 꼽는다. 지난해 10월 성공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면서 6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덕분이다.

원준은 상장을 통해 유입된 공모자금 635억원 가운데 1분기 말 기준 209억원가량을 사용했다. 공모자금의 30% 규모다. 대규모 시설 투자나 인수합병(M&A)에 아직 곳간에 있는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 투자를 통한 기업가치 상승보다 무상증자 등 단기간 주가 부양에 더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재무적투자자(FI)의 엑시트(자금회수)가 마무리 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9년 대주주 구주 매출로 FI 지분율 50% 육박, 2년 후 IPO 성공

2018년 원준은 매출액 13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4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채비율은 무려 2659%에 달했다. 실적 및 현금흐름도, 각종 재무지표도 암울했다.

2019년 상황이 반전됐다. 매출액은 929억원으로 1000억원에 육박했다. 1년 만에 매출 규모가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342억원으로 집계됐고 부채비율은 100.0%로 하락했다.

원준이 영위하는 대형 장비사업은 전방산업의 업황, 주요 고객사의 생산능력 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전방산업의 투자 사이클에 따라 매출이 급증하거나 급감할 수 있다.

원준의 매출이 크게 증가한 2019년은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가 가시화 된 시기다. 2차전지 소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국내외 배터리 업체가 증설에 돌입했다. 원준이 1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달성하며 실적 턴어라운드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대내외적 환경 변화도 원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2019년은 일본의 소재·부품 수출규제로 인해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서 국산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던 시기다. 당시 국내 2차전지 음극재·양극재 생산 기업들은 일본 기업으로부터 소성로를 공급받았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국내 기업인 원준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원준의 최대주주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성제 원준 대표이사의 모친이자 최대주주인 강숙자 씨는 2019년 8월 보유 중이던 지분 3만9200주를 FI에 매각했다. IPO를 통한 엑시트를 약속하는 조건이었다.

이때 강 씨의 지분을 받아준 FI는 포스코기술투자에서 조성한 프로젝트펀드인 피씨씨이브이신기술투자조합과 IBK투자증권에서 출자한 IBK에스이브이신기술사업투자조합 등 2곳이다. 이후 피씨씨이브이신기술투자조합은 타임에버웰릭스 신기술투자조합에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원준의 상장 직전 기준 FI 지분율을 살펴보면 IBK에스이브이신기술사업투자조합 지분율이 24.5%에 달했다. 타임에버웰릭스 신기술투자조합(13.5%)과 피씨씨이브이신기술투자조합(11%)이 그 뒤를 이었다. FI의 지분율만 절반가량인 49%에 달했다.

◇635억 공모자금의 30%만 사용, CAPEX 투자나 M&A 단행 안해

원준은 지난해 10월 초 상장하면서 635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당초 원준은 공모자금의 사용내역으로 △시설자금 90억원 △운영자금 75억원 △채무상환자금 100억원 △타법인증권 취득자금 300억원 △기타 자금 70억원을 배정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공모로 조달한 자금 가운데 실제로 지출한 비용은 200억원이 조금 넘는다.

실제 예정대로 사용한 금액은 채무상환자금 100억원뿐이다. 운영자금으로 103억원을 사용했고, 시설자금과 타법인증권취득자금 등은 사용하지 않았다. 생산능력(CAPA) 확충이나 인수합병(M&A) 등에 아직까지 자금을 쓰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원준은 제작 장비를 핵심 기능을 제외하고는 주요 부품들을 외부 협력업체에서 조달하고 있다. 제품은 고객사 현장에서 직접 조립 및 가동을 통해 납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규모가 큰 공장의 고정적인 확보 및 증설이 필요하지 않다. 원준이 상장 공모 당시 1년 이내 확정된 공장 설비 및 대규모 기계장치에 대한 추가 투자 계획이 없다고 밝힌 이유다.

다만 원준의 2개 공장이 지역별로 분산돼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효율적인 생산 관리 등을 위한 통합 공장의 신축 또는 인수할 계획은 있다. 토지와 건물, 기계장치 등을 포함해 향후 90억원 정도의 공모자금 투입을 예상하고 있다. 실제 자금 집행은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다.

현재 원준은 대규모 자금 투자보다는 주가 부양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최근 단행한 무상증자가 단적인 예다. 원준은 1주당 2주의 비율로 신주를 배정해 발행주식 총수가 기존 502만191주에서 1506만573주로 늘었다. 무상증자란 유보금으로 신주를 발행해 주주들에게 무상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주가가 싸 보이는 효과가 있어 무상증자 후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원준이 주가 부양책을 내놓는 이유는 FI의 자금회수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장 당시 구주 매출 등을 일부 엑시트에 성공했지만 3월말 기준 FI의 보유 지분율은 여전히 25%에 육박한다. 최근 기준으로는 지분율이 24.5%에 달했다. 타임에버웰릭스신기술투자조합이 10.44%, IBK에스이브이신기술사업투자조합이 2.33%의 지분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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