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 보증 통영에코파워, 투심 ‘위태’…하나증권 리스크↑ 인수단 없이 하나증권 단독 총액인수, 미매각시 부담확대…은행과 관계 의식 해석도
이지혜 기자공개 2022-07-25 07:57:08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2일 11: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통영에코파워의 공모 회사채를 향한 투자자들의 시선이 싸늘하다. 최근 수요예측에서 한화에너지가 지급보증을 선 통영에코파워 공모채가 단 한 건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문제는 통영에코파워가 수요예측을 한 번 더 남겨뒀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신용도 강등 위기에 ESG리스크까지 겪는 HDC가 지급보증을 서면서 딜의 난이도가 더 높아졌다. 지급보증채는 투자자들이 발행사보다 지급보증인을 더 눈여겨 보는데 HDC의 상황이 좋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라 통영에코파워가 수요예측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표주관사인 하나증권의 부담도 클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은 인수단 없이 HDC 지급보증 통영에코파워 공모채를 총액인수하기로 했다. 리스크 높은 딜을 단독으로 대표주관한 것을 놓고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마저 내린다. 계열사인 하나은행과 HDC의 관계를 고려한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있다.
◇'신용도·ESG 리스크' HDC 지급보증, "수요예측서 고전할 가능성"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통영에코파워가 공모채를 발행하기 위해 26일 수요예측을 치른다. 만기구조는 3년 단일물로 모집금액은 1200억원이다. 20일 수요예측을 치른 제2회차 공모채보다 모집금액이 훨씬 많다. 2회차 공모채는 모집금액이 780억원이었다.
최대주주 지분율에 따라 모집금액을 설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영에코파워는 HDC가 지분 65%, 한화에너지 등 한화그룹 계열사가 지분 35%를 쥐고 있다. 이에 따라 HDC 지급보증분인 1회차 공모채 모집금액이 더 많아졌다.
그러나 통영에코파워를 향한 투자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통영에코파워는 20일 치른 수요예측에서 고작 1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HDC보다 신용도가 좋은 데다 별다른 ESG이슈도 없는 한화에너지가 지급보증을 섰는데도 투자자들은 냉랭했다.
이에 따라 HDC가 지급보증을 선 통영에코파워 공모채가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지급보증채는 투자자에게 인기가 적다"며 "더욱이 HDC가 지급보증을 서고 민자발전사 채권이라서 수요예측에서 고전할 것"고 말했다.
지급보증인인 HDC는 현재 신용도 강등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HDC의 신용등급을 'A0/부정적'으로 평정했고 나이스신용평가는 A+ 매기긴 했지만 하향 검토 대상에 등재시켰다. HDC가 조만간 A급 끝선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신용도 하향 원인은 주력 자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인명사고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화정 아이파크 사망사고 이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사업경쟁력이 약화하고 회사채 등 자금 차환 부담이 가중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HDC는 HDC현대산업개발을 자회사로 둔 지주사인 만큼 리스크를 함께 짊어질 수밖에 없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지급보증채는 발행사보다 지급보증인이 누구이며 신용도가 어떤지 살핀다”며 “통영에코파워의 지급보증인인 HDC는 신용도 강등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ESG이슈에도 걸려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공모채는 공모희망금리밴드를 최대 6.1%로 설정하며 이전보다 금리매력을 높였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동향을 살펴보면 금리만 높다고 딜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증권 홀로 총액인수, 은행과 관계 의식했나
하나증권이 HDC가 지급보증을 서는 통영에코파워 공모채를 단독으로 총액인수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하나증권이 인수단 없이 홀로 리스크 높은 채권 1200억원을 총액인수하겠다고 뛰어든 셈이다. 한화에너지 지급보증분 780억원에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 6곳이 참여해 리스크를 분산한 것과 대비된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들도 통영에코파워의 미매각 가능성이 워낙 높아 HDC 지급보증채 대표주관을 고사했다"며 "한화에너지가 지급보증을 선 통영에코파워 공모채도 HDC와 한화그룹의 관계를 의식해 마지못해 수임한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들이 HDC 관련 딜을 고사하면서 통영에코파워가 부득이 증권신고서도 따로 내고 수요예측도 두 번 치른다는 말도 있다.
이에 따라 하나증권이 단독으로 대표주관을 맡은 이유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HDC그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 하나증권이 정무적 판단에 따라 딜을 맡은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통영에코파워도 하나은행이 대주단으로 참여해 대출약정을 맺고 있다. 15일 기준 통영에코파워의 대주단으로 참여한 은행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뿐인데 이 가운데 하나은행만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나증권이 HDC 지급보증채를 수임하게 됐다는 해석이다.
일반 공모채 딜 실적을 쌓기 위해서라는 말도 있다. 하나증권은 올 들어 일반 공모채 딜을 한 건도 수임하지 못했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의 공모채 발행 딜 대표주관을 맡은 것이 전부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단독 대표주관을 맡은 사례가 드물긴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딜을 잘 클로징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수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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