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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원 경쟁력 잃을까 높아지는 불안감 [흔들리는 KDB산업은행]②인력 이탈에 부산 이전까지 내홍…IB ‘딜 메이커’ 역할 약화 우려

고설봉 기자공개 2022-08-05 07:19:33

[편집자주]

KDB산업은행이 흔들리고 있다. 본사 부산 이전 논의가 진행되면서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조직은 분열되고 인력 이탈 조짐도 있다. 국가 기간산업의 보루이자 산업계 전반에 자금을 공급하는 산은의 핵심 기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더벨은 최근 산은이 겪고 있는 위기를 진단하고 부산 이전 등 현안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3일 15: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은 사실상 증권사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다. 국내에서 가장 크고 많은 IB 딜을 주선하고 참여한다. 딜이 이뤄지는 중심지인 여의도에 산은 본사가 위치한 것도 다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계획을 두고 갈등이 일고 있다. 이 가운데 정작 산은의 기능과 역할 측면에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은의 핵심 기능 중 하나가 사모펀드(PE), 벤처(VC),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동산 및 인프라 투자 등 투자금융(IB)인데 그런 핵심 기능과 역할의 유무형 손실을 정확히 진단하거나 연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IB업계 큰손…연간 16조원 자금 푼다

산은은 국내 IB 업계 큰손이다. 지난해 연간 산은이 시장에서 거래한 자금 규모만 16조원에 육박한다. 세부적으로 산은은 지난해 예치금·유가증권·대출채권·파생상품·기타자산 등 관련해 영업활동 현금흐름 9조827억원을 기록했다. 또 유가증권·유무형자산·관계기업투주직 등 투자활동을 벌이는 가운데 6조7248억원의 현금흐름을 만들었다.

대규모 자금을 시장에 공급하고 회수하는 과정은 주로 산은의 자회사들이 담당한다. 산은은 26개의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산은은 이들 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자회사가 KDB인베스트먼트다. 이외 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한국교육투융자회사, 한국철도일호투융자회사 등 부동산 및 인프라 투자를 담당하는 투자회사들이 있다. 또 KDB인베스트먼트 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 KDB밸류제칠호사모투자전문회사 등 사모펀드도 많다. 이외 원금보전신탁 등 다양한 형태로 IB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외 산은캐피탈(여신전문금융업)과 KDB인프라자산운용(자산운용업) 등 IB 업무를 측면 지원하는 다양한 자회사들도 존재한다. 이외 KDB인베스트먼트와 산은캐피탈 등을 통해 해외에서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는 다양한 손자회사까지 포진시켰다.


연간 운영하는 자금에 걸맞게 IB부문은 산은 내에서도 조직 규모가 손에 꼽을 많큼 크다. 산은 본점 조직의 인력은 총 19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휴직 및 연수 등 인원을 모두 포함한 숫자다.

세부적으로 혁신성장금융부문 100명, 중소중견부문 100명, 기업금융부문 200명, 글로벌사업부문 150명, 자본시장부문 150명 등으로 구성됐다. 정책기획부문 220명, 경영관리부문 210명, 심사부문 250명, 리스크관리부문 280명, 기타 독립부서 240명 등이다.

정책기획부문 등 비영업 조직을 제외하고 영업 조직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곳은 기업 구조조정등을 담당하는 기업금융부문이다. 뒤를 이어 IB 업무를 수행하는 자본시장부문이 산은 내 영업 조직 가운데 두번째로 규모가 크다.

◇여의도 떠나면 유무형 손실…산은 재무건전성 장담 못한다

이처럼 산은 내에서 IB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단순 조직 규모와 자금운용 실적 등에 국한된 평가는 아니다. IB는 실적 측면에서 산은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연간 산은이 달성하는 영업이익 대부분은 IB부문에서 만들어진다.

금융투자업 자회사 및 손자회사 모두 산은 연결 재무제표에 자산 및 손익이 계상된다. 산은에서 직접 자금을 조성해 투자하고 해당 자회사에서 수익을 만들면 다시 산은으로 수익이 흡수되는 구조다. 연간 수조원에 달하는 산은의 영업이익은 대부분 이렇게 포진한 투자회사들로부터 만들어진다.

지난해 산은이 외부고객으로부터 거둬들인 영업이익은 총 2조4446억원(연결조정 후)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투자금융부문이 거둬들인 영업이익은 연결조정 전 2조6033억원으로 가장 많다. 뒤를 이어 기타부문 9858억원, 기타종속기업 3597억원, 해외부문 795억원, 자산운용부문 20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기업금융부문은 597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투자금융부문은 지난해 산은이 거둬들인 전체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투자금융부문에서 돈을 벌어 기업금융부문에서 입은 손실을 상쇄했다. 투자금융부문은 산은이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핵심 사업부문이다. 투자금융부문 실적은 산은 조직상 자본시장부문에서 만들어낸다.

이처럼 IB는 산은의 전체 영업이익을 책임지고 있는 조직이다. 이러한 IB딜은 주로 서울 여의도에서 만들어진다. 대부분 시장 참여자들이 증권사와 다양한 투자회사, 은행 본점 등이 몰려 있는 여의도에서 딜을 소싱하고 클로징한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 본점이 부산으로 이전하면 IB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딜 소싱 단계에서부터 시장에서 정보를 읽고 딜 구조를 짜는 등 그동안 산은이 해왔던 선제적 활동들이 물리적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축소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딜은 자본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한 건의 딜을 클로징하기 위해 많게는 백명 이상의 시장 참여자들이 백여차례 이상 회의를 한다”며 “이러한 회의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인데,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 자연스럽게 횟수도 줄어들고 그러다 보면 시장 참여자들과 멀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산 이전은 산은의 실적을 지탱하는 IB부문을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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