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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을 움직이는 사람들]CSO는 '독이 든 성배'? 스스로 맡은 이수근 부사장⑤오너 신뢰 받는 안전관리 전문가, 이사회 산하 안전위원회 위원장도 역임

강용규 기자공개 2022-09-07 11:00:25

[편집자주]

대한항공은 격변기를 지나고 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을 넘어 엔데믹을 향해 가면서 이에 따른 전략 변화가 요구된다. 동시에 아시아나항공의 성공적 인수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항공업계의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경영의 변곡점마다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항상 인물이다. 대한항공을 움직이는 인물들의 면면을 더벨이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1일 16: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은 CSO(최고안전책임자) 선임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안전관리자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어 CSO는 C레벨 임원이라는 명예에도 불구하고 사고의 책임을 덮어쓰는 ‘독이 든 성배’라는 인식이 산업계에 퍼졌다.

특히 항공산업의 경우 사고 발생시 인명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업종이다. 중대산업재해뿐만 아니라 중대시민재해의 발생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안전관리가 요구된다. 항공사 CSO는 부담스러운 자리일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 CSO를 맡고 있는 이수근 부사장은 이러한 부담을 지겠다고 자원한 케이스다.

◇ 안전관리 외길 전문가, CSO도 ‘내가 할 일’

이 부사장은 1960년생으로 인하대학교 항공공학과를 나왔다. 2003년에는 미국 MIT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MBA)를 밟았다. 1986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자재부, 시설환경부, 정비본부 등을 거치며 운영과 정비 등 안전관리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5년 자재부 담당 상무보로 승진해 임원 반열에 올랐는데 이 시기 자재부 총괄팀장을 지냈던 조원태 현 한진그룹 회장과도 손발을 맞췄다.

이후 시설환경부 담당임원, 정비본부 부본부장, 정비본부장 등을 잇따라 역임하며 안전관리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2016년부터는 대한항공의 정비담당 자회사 아이에이티(IAT)의 대표이사도 지내고 있다.

2017년 1월 실시된 한진그룹 임원인사에서는 조원태 당시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의 3세경영이 본격화됐는데 이 부사장도 이 인사를 통해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앞으로 조 회장을 보좌할 핵심 경영인이 될 것으로 주목받았다. 2019년부터는 대한항공 COO(최고운영책임자)로 일했다.

대한항공은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을 앞두고 사내 산업안전보건팀을 산업안전보건실로 격상하는 등 안전관리 담당조직을 개편했다. CSO 직책도 신설한 뒤 이수근 부사장을 이 자리에 앉혔다.

이 부사장은 5월 대한항공 뉴스룸과 진행한 사내 인터뷰에서 “제가 하겠다고 그랬다”며 “평생을 운영 부문에서 일했고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제 일 중 가장 큰 일이었기 때문에 제가 할 부분이다”고 CSO 선임의 뒷이야기를 밝혔다.


◇ 21년 무사고 운항 기여, 아시아나 합병 뒤 어깨 더욱 무거워

대한항공의 안전관리는 2000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000년 이전까지 대한항공은 항공기 17대를 사고로 잃었다. 특히 1997~1999년 3년 동안은 5건의 사고가 발생했으며 해마다 대형기(B747)를 1대씩 잃기도 했다.

2000년 이후 대한항공은 말 그대로 환골탈태했다. 최근 발행한 ESG보고서를 통해 안전관리의 성과를 ‘21년 연속 무사고 운항’으로 알렸다. 이 부사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안전관리 분야의 임원으로 일해온 만큼 대한항공의 누적 성과에 적지 않게 공헌했다고 볼 수 있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대표이사로 경영 전면에 나선 뒤인 2018년 이사회 산하에 안전위원회를 설치해 안전관리활동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2021년에는 신임 사외이사를 안전위원회에 추가 선임하기도 했다. 다만 설립 당시부터 위원장은 이 부사장이 꾸준히 역임하고 있다. 이 부사장을 향한 조 회장의 신뢰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양사를 통합 운영하는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기 위해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끝나기도 전인 올해 3월 인수 뒤 통합(PMI)작업을 총괄하는 임원들을 선임하기도 했다. 양사의 보유 기종이나 안전관리 체계가 서로 다른 만큼 앞으로 이 부사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기체 정비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기체 결함 및 정비 문제로 인한 비정상운항이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 역시 CSO로서 이 부사장의 어깨를 무겁게 만드는 요인이다.

올해만 해도 4월 부산 김해공항을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향할 예정이었던 여객기가 기체 결함으로 2시간 동안 이륙이 지연된 끝에 결국 결항됐다. 7월에는 튀르키예 이스탄불 국제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오던 A330-200 기종이 엔진 결함으로 아제르바이잔에 긴급착륙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자료=대한항공 ESG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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