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 디폴트옵션 상품, 기울어진 운동장? 개별 펀드 라인업 자사 TDF 구성 두고 '설왕설래'
이돈섭 기자공개 2022-09-08 10:11:03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5일 15: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이 그룹 계열사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를 위주로 디폴트옵션 상품 라인업을 꾸리면서 내달 정책당국 심사 결과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가 계열 자산운용사 펀드를 우선 판매하는 것은 사실상 일감 몰아주기 다름없다는 지적이 운용사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미래에셋증권은 포트폴리오 상품 경우 비계열사 상품도 포함하고 있는 만큼, 계열사 상품만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는 주장은 어폐가 있다는 반응이다. 계열 운용사 상품 품질이 타사 대비 높은 수준으로 나오면서 단순히 계열사 상품을 많이 넣었다는 이유로 비판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말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적정상품 구성을 마치고 고용노동부 측에 관련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여타 판매사와 마찬가지로 초저위험 상품 1개와 저위험과 중위험, 고위험 등 위험도별 상품 2개씩 도합 7개 상품을 가판대에 올렸다.
눈에 띄는 점은 펀드 라인업을 계열사 상품만으로 채운 점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자사가 짠 포트폴리오 상품 외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깃데이트펀드(TDF) 라인업으로 채워 넣었다. 디폴트옵션 상품 펀드 라인업에 비계열사 상품을 넣지 않은 곳은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했다.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개별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펀드들의 최근 2~3년 수익률 평균치뿐 변동성과 운용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전해진다. 개인별 투자 시기에 따른 성과 차이가 지나치게 크게 차이 나지 않도록 롤링 수익률 역시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검토했다.
미래에셋운용은 2011년 TDF를 출시, 현재 14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달 말 운용펀드 기준 설정액은 3조8500억원 이상 수준으로 4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전략배분TDF 2045'의 경우 2017년 3월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이 지난 2일 기준 48%로 업계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7년에는 국내 최초로 TIF를 선보이면서 라인업을 한층 강화했다. 5일 현재 '평생소득 TIF'의 경우 7000억원 규모로 운용하고 있다. 웬만한 타사 TIF 규모와 비교해 월등한 수준이다. 해당 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17% 가량으로 최근에는 TIF ETF를 출시해 매매 형식을 다각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운용업계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운용 펀드 성과와 별개로 사업자가 자기 계열사 상품 위주로 라인업을 꾸린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법상 디폴트옵션 상품 내 계열사 상품 비중을 직접 규정하는 근거는 없지만 사실상 일감 몰아주기식 행태와 다른 점이 없다는 지적이다.
과거 디폴트옵션 제도 세칙 논의 과정에서 독립계 운용사 중심으로 사업자가 계열사 상품만으로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다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 심사를 통과하면 다른 사업자도 계열사 상품을 밀어주게 되고 결국 제도는 양극화를 촉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디폴트옵션 라인업 중 포트폴리오 상품의 경우 복수의 비계열사 펀드도 포함한 만큼 일감 밀어주기식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운용사들에 RFP를 발송한 뒤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를 진행해 양질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검토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포트폴리오에는 타사 상품 역시 포함돼 있는 만큼, 디폴트옵션 라인업을 계열사 펀드로만 구성했다는 주장에는 어폐가 있다"고 밝혔다. 정책당국이 사업자별 상품 수를 최대 10개로 한정한 것 역시 개별 펀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린 만큼 법 취지에도 어긋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운용업계 논쟁이 수면 아래에서 계속되면서 시장의 이목은 자연스럽게 내달 미래에셋증권 디폴트옵션 상품 라인업이 정책당국 심사를 통과할지 여부에 쏠리고 있는 모습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중 심의위원회 위원 구성을 확정하고 내달 중 위원회를 개최해 승인 절차를 밟아나갈 계획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도입이 사업자를 계열사로 둔 운용사와 그렇지 않은 운용사 간 판매 실적 격차 확대로 이어져선 안된다"며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사업자의 가장 우선된 목표인 만큼, 제품 품질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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