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IPO 언제쯤…계산기 두드리는 기업들 [물적분할 후 IPO 향방은]②주식매수청구권 도입은 내년, 자회사 상장심사 강화는 다음달
김위수 기자공개 2022-09-14 07:48:29
[편집자주]
정부가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에 대한 첫 번째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을 염두해 왔던 기업들도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주주 보호방안으로 자회사 기업공개의 허들은 높아졌지만 가이드라인이 명시되면서 불확실성은 줄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더벨이 물적분할 후 상장의 쟁점과 이해득실, 기업별 전망을 따져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8일 10: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핵심 사업부 분할을 고민하는 기업들과 이미 분할을 단행한 기업들은 이번 금융당국의 주주 보호방안을 살피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물적분할을 언제 할지부터 보호방안 마련으로 인한 비용을 감수하고도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는 게 나을지 등 기업의 현황과 전략에 맞춰 득실을 따져보고 있는 것이다.◇주식매수청구권 내년 도입, 연내 물적분할 늘어날까
지난 7일 풍산 이사회는 방산사업을 분할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오는 10월 31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12월 1일 신설 법인 '풍산디펜스(가칭)'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이다. 풍산의 방산사업 분할 결정은 금융당국이 발표한 주주 보호방안에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발표한 주주 보호방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기업이 물적분할을 하려면 분할을 반대하는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해 주주들은 기업에 주식 매수를 요청할 권리를 준다는 계획이다. 물적분할을 위해 감안해야 할 리스크가 내년부터 커지는 셈이다.
앞서 기업들이 핵심사업부를 물적분할하는 과정에서 큰 폭의 주가하락이 일어나며 주주들의 피해가 컸다. 주식매수청구권 제도로 '이사회 분할 결의 이전의 주가'로 엑시트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주식 매수가격은 주주와 기업간 협의로 결정되는데 어려울 경우 자본법령상 시장가격(이사회 결의일 전일부터 과거 2개월, 과거 1개월, 과거 1주일간 각각 가중평균한 가격을 산술평균)을 적용한다. 최종적인 협의가 결렬되면 법원에 매수가격 결정을 청구할 수도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결정 체계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오기도 한다. 물적분할 이슈의 장기화로 기업의 주가가 하락했을 경우 현행 자본법령 시장가격으로는 온전히 주식의 가치를 보전받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주식매수청구권 도입으로 물적분할시 드는 기업의 비용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핵심사업부를 물적분할에 나설 경우 주주들이 일제히 반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기업은 주주보호방안을 마련해 일반주주를 설득하거나, 주주영향이 최소화되는 방식으로 구조개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주식매수청구권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연내 마무리한다. 내년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배경에서 풍산처럼 사업부의 물적분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들은 새로운 보호방안 마련을 피하기 위해 올해 안에 주주총회 등 절차를 마무리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물적분할을 고려 중인 기업으로는 대표적으로 DB하이텍이 있다. 한화솔루션도 첨단소재부문 일부사업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를 위해 물적분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적분할→IPO 평균 4.4년 소요…기간 늘어날 듯
기업공개(IPO)를 위해 물적분할한 사업부를 상장시키려는 기업들은 IPO 시점을 다소 미룰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거래소는 자회사 상장시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노력을 심사할 예정인데, 미흡할 경우 상장 제한 조치까지 내릴 수 있다.
자회사 중에서도 모회사와의 연속성이 낮은 경우는 강화된 심사를 받지 않는다는 부분이 주목된다. 물적분할 후 5년 이상 경과한 경우, 모회사가 변경된 경우, 주된 영업부문이 변경된 경우 등이 연속성이 낮은 사례다.
이중 기업 입장에서 고려할만한 부분은 물적분할 후 5년 이상이 경과한 경우다. 이에 따라 IPO를 염두에 두고 사업부를 이미 분할한 기업들은 크게 서두르지 않고 상장을 준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물적분할 후 상장한 자회사들이 상장하기까지 소요된 기간은 평균 4.4년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이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재무상태나 적기투자 등의 요인으로 분할 후 5년이 되지 않아도 IPO가 필요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기업들은 주주보호방안에 드는 비용과 필요한 자금 등을 따져봐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다음달 중 채택할 수 있는 주주보호방안과 주주보호 미흡 사례를 상장 가이드북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현재 공개된 주주보호방안의 예시로는 모회사가 보유한 자회사 주식 현물배당, 모회사 주식과 신설 자회사 주식 교환하는 기회 부여, 배당확대·자사주 취득을 통한 자회사 성장 이익 환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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