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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플로 '인내의 대가' [thebell note]

윤필호 기자공개 2022-10-14 08:20:00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3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산업은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선두주자다. 첨단 기술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만큼 혁신적이고 열린 업계 분위기를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현장에는 보수적인 모습이 익숙하다. 초정밀 반도체 공정을 구축해 수율을 높이기 위한 꼼꼼함과 신중함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반도체 생산라인에 들어가는 소재와 부품, 장비는 모두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국내 대기업 공장에 장비를 납품하는 업체는 모두 이런 기준을 통과했다는 자부심이 남다르다. 한번 납품을 시작한 업체는 신뢰를 바탕으로 오랜 협업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신규 업체에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결국 후발 주자에게는 꾸준하게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하다. 이조차도 기술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 대신 협업사로 이름을 올리는 순간 실적이 쌓인다. 공급을 늘리다 보면 신뢰까지 따라온다. 그간의 고생이 보답을 받는 셈이다.

2000년 설립해 20년을 넘긴 ‘아스플로’도 비슷한 인고의 과정을 거쳤다. 반도체 소재부품 전문 제조사로 출발했다. 반도체 공정에 투입하는 고청정 튜브 부품의 국산화에 성공한 기술력으로 성장을 일궜고 2005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1차벤더로 등록하며 자신감을 쌓았다. 이를 기반으로 한 단계 높은 장비와 부품·장비 모듈 분야로 과감하게 확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결정 이후 실제로 장비 사업에 진출하기까지 10년 이상의 세월을 버텨야 했다. 설립 초기부터 기술 경쟁력에 자신감이 컸고 실제로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를 꾸준히 따던 기술 선도형 회사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기간이었다. 오랜 테스트를 거쳐 품질을 인정받고서야 제품을 투입할 수 있었다.

강두홍 아스플로 대표는 “반도체 산업에서 부품, 시공 분야도 어렵지만 장비는 난공불락이었다”며 “10년 이상 꾸준히 노크해 2018년에서야 공급사로 등록했는데 이후로도 3~4년 동안은 샘플이나 데모를 테스트하느라 수익이 없었고 올해 발주를 받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오랜 인내는 성과로 이어졌다. 국내 반도체 쌍두마차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요 기업에도 진입하면서 장비 시장에서 인지도를 키우기 시작했다. 장비 진출을 발판 삼아 부품·장비 모듈화 사업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시장 규모가 크고 마진이 높은 모듈 사업은 실적 개선세에 기여할 전망이다. 물론 아직 갈길은 여전히 남아있다.

인류가 분업화를 시작하면서 사회는 물론 산업계도 복잡다단한 관계망을 형성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작은 결정 하나도 마음대로 이루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취재 현장에서 마주한 기업인은 모두 각자의 인내심을 시험받으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모습이었다. 아스플로와 마찬가지로 이들 모두 인내했던 시간이 보상받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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