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새내기 PE]"거버넌스 불모지서 새 길 개척"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출범 2년차' 신생 하우스, 상장사 '엔켐' 백기사로 업계 이목
이영호 기자공개 2022-10-20 08:27:39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8일 15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를 테마로 한 프라이빗에쿼티(PE) 투자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출범한지 1년을 갓 넘긴 신생 하우스가 거버넌스 투자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민경민 대표와 정수형 대표가 이끌고 있는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이하 오아시스)가 그 주인공이다.오아시스가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한 것은 아니다.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의 주요 주주로 참여한 뒤 경영에 적극 관여하고, 기업과 주식 가치 상승을 추구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대주주와 대립각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사례에서도 갈등 양상이 여실히 드러났다.
오아시스는 기업·대주주와 적대 관계가 아닌 상생을 추구한다. 최근 두 번째 투자처로 코스닥 상장사 ‘엔켐’을 낙점했다. 엔켐은 글로벌 톱5에 들어가는 국내 대표 전해액 생산기업이다. 오아시스는 320억원 규모 프로젝트펀드를 통해 엔켐 창업주인 오정강 대표의 백기사를 자처했다.

◇거버넌스 투자 불모지서 발상의 전환
오아시스는 10년 이상 호흡을 맞춰온 민경민 대표와 정수형 대표가 의기투합해 지난해 9월 출범했다. 네오플럭스(현 신한벤처투자), 맥쿼리증권 재직 시절 카운터 파트로 만난 것이 인연이 됐다. 오아시스에서 이들은 서로 다른 역량을 융합해 투자 전략을 내놓고 있다.
민 대표는 잔뼈 굵은 PE 운용역 출신이다. 삼일회계법인, 삼정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8년 네오플럭스 PE본부에 합류한 이후 14년간 몸담으며 다수의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정 대표는 맥쿼리증권, BDA파트너스를 거친 IB맨 출신이다. 글로벌 IB에서 다수의 대기업, 글로벌 PE와 일하며 인수합병(M&A) 실행 전략 등 역량을 축적해왔다.
엔켐은 두 대표의 시너지를 잘 보여준 사례다. 오아시스는 오 대표가 설립한 별도 법인에 회사채 형태로 320억원을 투자했다. 이 법인이 콜옵션을 발동해 엔켐 지분을 사들이면 오 대표의 지분율은 16%에서 26%로 올라간다. 오아시스의 투자를 토대로 창업주가 지배력을 확대하는 구조다.
민 대표가 처음부터 거버넌스 투자를 겨냥했던 것은 아니었다. 우연한 계기로 엔켐이 외부 우호 투자자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캐치했다. 결과적으로 거버넌스 투자가 됐다. 오아시스는 지배구조 개선보다는 투자에 방점을 찍었다.
민 대표는 "거버넌스는 투자 명분은 될 수 있지만 투자 여부를 좌우하진 못한다“며 ”핵심 포인트는 결국 피투자기업이 갖고 있는 펀더멘털인데, 이런 점에서 엔켐의 성장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여지껏 대주주와 외부 투자자가 상생하는 거버넌스 투자는 국내에서 찾기 어려웠다. 일반적으로 적대적 투자를 떠올리기 쉬웠다. 민 대표는 발상을 전환했다. 거버넌스 이슈를 다운사이드 프로텍션 지렛대로 활용했다.
그는 “대주주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해결하는 만큼, 투자 실패를 회피할 장치를 마련하기 용이하다. 이는 투자자(LP)에게 매력적 요인이 된다”며 “다만 평판에 흠집이 날 수 있는 대주주나 회사를 필터링하기 위해 꼼꼼하게 점검한다”고 말했다.
◇거버넌스·성장섹터 아우르는 특화 PE 목표
오아시스는 거버넌스 투자로 새 영역을 개척하는 것은 물론, 향후 전망이 밝은 성장섹터에서의 투자 기회도 주시하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로보틱스·모빌리티·ICT 등 신기술 영역과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고 있는 미디어 콘텐츠 등 산업군도 두루 살펴보고 있다.
민 대표는 "오아시스의 투자 철학은 '윈-윈 파트너십'이다. 운용사와 LP, 포트폴리오 기업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라며 "신생 PE인 만큼 거버넌스 테마가 아니더라도 매력적 투자 기회에는 적극 나서 트랙레코드를 빠르게 축적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오아시스는 성장섹터 투자 레코드를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2차 전지 섹터의 엔켐에 앞서 1호 포트폴리오 역시 클라우드 솔루션 전문기업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투라인코드'에 100억원을 투자하며 첫 트랙레코드를 확보했다. 2020년 SK C&C가 투자하면서 기술력 검증을 마친 기업이라는 평이다.
비우호적 외부 시장 상황 속에서도 오아시스는 3호 투자처를 검토 중이다. 프로젝트펀드 자금조달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좋은 투자처에는 여전히 LP가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우스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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