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풍향계]'현대건설 보증도 안 먹혔다' 둔촌주공 PF 여파 어디까지채권자 지위 갖춘 시공사업단 입김 세질 듯…자체조달 부담, 시장 유동성 공급 관건
신민규 기자공개 2022-10-25 14:38:47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4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둔촌 주공아파트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모집은 국내 최상위 신용도를 자랑하는 현대건설(AA-)이 연대보증을 섰음에도 실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민간 건설사의 크레딧 자체를 시장에서 읽어주지 않은 꼴이라 충격파가 계속되고 있다.사업구도 측면에서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시공사업단은 사업비를 대위변제하면서 자동으로 채권자 지위에 오르게 된다. 업계에선 시공사업단이 원활한 자금 회수를 위해 분양가 책정 과정에서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시공사·조합→ 채권자·조합 구도, 자금회수 '초점'
둔촌주공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지난 8월 당시 발행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의 단기 신용등급은 A1~A2였다. 1군 시공사가 연대보증 의무를 진 덕분에 7000억원 규모의 PF 유동화 증권 발행이 가능했다.
현대건설이 보증을 선 SPC(비앤케이썸제삼차)가 A1 등급로 가장 높았다. 롯데건설이 보증을 선 제이부르크제이차가 뒤를 이은 A2+를 부여받았다. 대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의 ABSTB는 각각 A2 등급을 받았다. 전반적으로 4.5% 안팎의 금리를 적용받았다.
불과 2개월여만에 사업비의 리파이낸싱이 힘들 정도로 단기시장은 경색됐다. 시공사업단은 대위변제를 통해 자금 상환에 직접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시공사업단 지위를 넘어 채권자 자격을 얻는 셈이다.
채권자 입장에선 자금회수가 우선시 될 수밖에 없다. 향후 분양가 산정 단계에서도 원활한 분양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조합 측과 의견을 달리할 여지가 있다.
시장 관계자는 "시공사업단은 사업비를 포함해 공사비와 기존 투입된 금융비용을 회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이라며 "일반 분양가 산정 과정에서 자금회수 가능성을 감안해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1군 건설사의 지급보증에 제동이 걸리면 실제 타격은 둔촌주공 수준을 크게 넘어설 수밖에 없다. 당장 현대건설만 하더라도 사업추진비나 중도금 등의 성격으로 제공한 지급보증 규모가 7조7800억원을 넘어선다. 방배 5구역 주택재개발 조합 등에 사업추진비 명목으로 지급보증을 제시한 것만 3조원에 달한다.
롯데건설의 경우 조단위 PF 우발채무 규모 가운데 절반이 단기자금으로 구성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상증자와 롯데케미칼 대여금을 통해 7000억원을 확보했지만 시장에선 추가 조달이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군 시공사 PF ABCP 금리 9%대, 채권시장안정펀드 규모 늘려야 '한목소리'
1군 시공사의 PF ABCP 금리는 이번 사태를 전후로 9%대까지 치솟았다. 시장에선 이조차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장 관계자는 "과거 3~4% 수준이었던 현대건설 PF ABCP 금리가 6.5%대까지 올라갔다"며 "롯데건설 같은 경우는 9%까지 육박했는데 이마저 소화가 안된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설명했다.
개발사업에 공격적이었던 증권사는 최근 시공사를 막론하고 담보인정비율(LTV) 40%에 금리 15%를 내걸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000억원 짜리 사업을 하면 선순위 자금 400억원을 15% 금리에 주겠다는 뜻이다. 사업성을 고려하면 개발사업 길이 사실상 막힌 셈이다.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으려면 채권시장안정펀드의 공급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 건설업계에선 시장 위기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줬다는 점에서 유동성 공급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매입대상채권에 시공사 보증 PF ABCP가 포함된 점 역시 반기는 분위기다. 산업은행·기업은행의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에 증권사 CP가 포함된 점도 유동성에 숨통을 열어줄지 주목받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 지원도 10조원으로 확대돼 PF 길을 터줄 전망이다.
다만 회사채를 포함한 CP 매입이란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연말까지 효과가 있겠지만 시장 경색을 풀기에는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PF 관계자는 "채권시장안정펀드 도입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단기 미봉책 수준"이라며 "단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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