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삼성, 이재용 회장 시대]위기감 커진 반도체 경영…회장 무게감도 '배가'비메모리뿐 아나리 메모리도 불확실성 점증…회장 취임 직후 타개책 제시할까
김혜란 기자공개 2022-10-31 13:06:48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7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삼성의 핵심사업인 반도체(DS) 사업부문이 전방위적인 위기와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이 회장이 2030년까지 비메모리(시스템SLI, 파운드리) 부문 세계 1위에 오른다는 비전을 제시한 뒤 3년6개월여만에 이뤄진 '이벤트'이기도 하다.하지만 지금은 이 회장이 야심차게 '2030 비전'을 약속했던 당시보다 반도체 경영환경이 더 어려워졌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에 직면해 있다. 시스템LSI사업부(설계전문)는 경쟁력 저하 논란에 휩싸였고 대만 TSMC, 미국 인텔과 경쟁해야 하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역시 만만치 않다.
캐시카우인 메모리 사업부마저 험난한 길을 헤쳐 나가야 한다. 삼성의 아성을 무너뜨리려는 중국 메모리 기업, 미국 마이크론의 추격도 버거운데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어려운 시기 회장직에 취임한 만큼 앞으로 난국을 헤쳐 나갈 타개책과 함께 어떤 새 비전을 제시할지가 '이재용 회장 시대'를 여는 이 회장의 첫 관문이 될 전망이다.
◇시스템2030 선언 3년…회장 취임 후 새 경영비전은
이 회장은 2019년 4월에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를 세계 매출 기준 1위로 올려놓겠다는 경영 비전을 제시했었다. 그로부터 3년6개월여가 흐른 지금 상황이 목표 달성에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올해 상반기엔 엑시노스 발열, 성능저하 문제 등이 터지며 시스템LSI사업부의 글로벌 입지는 더 좁아졌다.
파운드리도 공고한 '1강1중' 구도를 깨고 2강 체제를 만드는 게 과제인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시장점유율은 TSMC 53.4%, 삼성전자 16.5%로 여전히 1, 2위 간 격차가 크다.
TSMC와의 격차를 줄이려면 경쟁사를 압도하는 '초격차 기술'만으론 안 되고 충분한 캐파(생산능력)확보도 따라줘야 한다. 기술 분야는 DS부문장인 경계현 사장을 필두로 엔지니어들이 만들어가야 할 성과지만, 과감한 투자만큼은 오너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
삼성전자 DS가 그동안 파운드리 사업 비전으로 초격차 기술에 집중하다 최근 '셸 퍼스트(Shell First)'라는 새 화두를 던진 것도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전후로 비메모리 부문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로의 기조 전환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셸 퍼스트란 선주문·후생산이라는 전통적인 수주 전략에서 탈피해 셸(껍데기, 생산 시설을 의미)을 먼저 충분히 지어 놓고 고객을 유치해 주문을 받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규모 투자를 전제로 한다.
이 회장은 비메모리 분야에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는데, TSMC가 투자 규모를 계속 늘리는 만큼 추가 투자에 대한 구상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메모리사업도 흔들…오너의 위기 돌파력 보여줘야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은 메모리 사업마저 전방위적 위기에 몰린 시점에 이뤄졌다. 메모리는 삼성전자 DS의 캐시카우다. 메모리에서 버는 돈으로 미래 먹거리인 파운드리에 투자해야 하는데, 상반기까지만해도 예상치 못했던 '반도체 한파'가 불어닥치며 DS 사업 전체가 위축된 상황에 직면했다.
중국 메모리 기업은 물론 미국 마이크론 등도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을 따라잡겠다며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맹추격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가 큰 만큼 이 회장이 팹리스나 파운드리 등 신사업에 명운을 걸지, 기존에 잘하는 메모리 사업을 더 키울지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메모리와 비메모리 모두 경쟁 강도가 세고 타개 방안은 마땅히 없어 보인다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어느 때보다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시기인 만큼, 이 회장이 위기 돌파력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메시지를 내놓는 등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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