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만든 M&A]삼성전자의 하만 PMI도 전략·재무 밸런스 노렸다②손영권 전 CSO 이사회 의장 유지, 현직 CFO도 고정 배치
김형락 기자공개 2022-11-15 10:43:05
[편집자주]
국내 주요 그룹 성장사에서 굵직한 인수·합병(M&A)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룹마다, 기업마다 전략은 각양각색이다. 경쟁사를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도 하고,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에 없는 기업을 인수해 수익원을 다각화하기도 한다. 때로는 M&A가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기도 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M&A 뒤에도 목표했던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전략, 재무, 법무, 인사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THE CFO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M&A 경로, PMI(인수 후 통합) 성과, 향후 과제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1일 11:0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커넥티드카, 전장·오디오 전문 기업 하만 인수 후 전략·재무 임원들에게 시너지 창출을 맡기고 있다. 삼성전자 전략 출신 임원과 CFO(최고재무책임자)를 하만 이사회 구성원에 포함시키는 인사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인수 절차뿐만 아니라 PMI(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도 전략과 재무적 판단을 중요시하고 있다.하만에 따르면 1일 현재 이사회 구성원은 손영권 삼성전자 고문, 박학규 삼성전자 DX(세트사업)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 미셸 마우저 하만 CEO(사장), 안중현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등 총 4명이다. 마우저 CEO(최고경영자)를 빼면 모두 삼성전자 임원이다. 손 고문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하만은 삼성전자가 진행한 조 단위 M&A다. 9조원 규모 현금을 투입한 만큼 M&A 성과를 만들어낼 PMI를 소홀히 할 수 없었다. 하만 기존 CEO를 중심으로 독립 경영을 보장하되, 이사회는 삼성전자 출신 임원이 과반을 이루도록 만들었다.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삼성전자 입김이 작용하도록 이사진을 꾸린 셈이다.
하만 PMI를 지휘할 이사회에는 전략·재무 담당 임원을 고루 배치했다. 인수 과정에서 협업한 전략·재무 담당 임원들이 인수 후에도 손발을 맞추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전략과 재무 분야로 책임과 권한을 분산한 조직을 구성해두고 있었다.
2017년 3월 인수 직후 하만 이사진은 M&A 주역들이 맡았다. 삼성전자 측 협상 대표였던 손영권 당시 삼성전자 CSO(전략 담당 최고책임자) 겸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협상 파트너였던 디네쉬 팔리월 당시 하만 CEO는 이사회에 잔류했다. 합병 계약에 서명한 이상훈 당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도 하만 이사회에 들어갔다. CE(소비자가전)부문장으로 있던 윤부근 당시 삼성전자 대표이사(사장)도 하만 이사회에 이름을 올렸다.
인수 초반에는 경영·전략·재무·기술 분야 임원이 균형을 이루는 형태였다. 2017년 10월 윤 사장과 이 사장이 각자 직에서 사퇴하면서 노희찬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 노태문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이 후임으로 하만 이사회에 들어갔다. 노 사장은 재무, 노 부사장은 기술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다.
인수 2년 차에 접어들며 전략 쪽에 힘을 실었다. 2019년 노태문 실장이 빠지고 안중현 당시 삼성전자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 부사장이 하만 이사회에 합류했다. 안 부사장은 2010년부터 삼성그룹 M&A를 총괄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에 기여했다. 인쇄사업부(HP), 방산 및 일반 화학 사업부(한화그룹), 정밀 화학 사업부(롯데그룹) 매각 등을 주도했다. 안 부사장은 1986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삼성전자에 입사해 10년 간 R&D(연구·개발) 분야에서도 일했다.
2020년 하만 CEO, 삼선정자 CFO 교체와 맞물려 이사진 변동이 있었다. 팔리월 CEO가 고문으로 연말까지 이사회에 남고, 마우저 신임 CEO가 이사회 일원이 됐다. 노희찬 사장이 에스원 대표이사로 가면서 최윤호 사장이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에 올라 후임 CFO가 됐다. 삼성전자 CFO 몫으로 있던 하만 이사회 자리에도 최 사장이 들어왔다. 그해 말 손 고문이 삼성전자 CSO에서 물러났지만 하만 이사회 의장은 유지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인사 뒤에도 하만 이사진 구성의 큰 틀은 유지했다. 최 사장이 삼성SDI 대표이사로 가면서 DX부문 CFO인 박학규 사장이 하만 이사회에 이름을 올렸다. 하만 인수 이후 삼성전자 CFO가 하만 등기임원을 겸직하는 인사 공식은 깨지지 않았다.
안 부사장은 승진 이후에도 하만에 남았다. 올해 사장으로 승진하며 삼성전자 사업지원TF를 떠나 삼성글로벌리서치 미래산업연구실로 옮겼다. 산업과 기술 동향을 분석해 삼성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신규 사업과 관련한 전략적 기회도 탐색한다.
마우저 CEO는 하만 내부 승진자다. 1997년 하만에 입사해 2010년까지 자동차사업부에서 재무 수석 부사장, CFO 등을 지냈다. 자동차사업부 공동 사장, 인포테인먼트사업부 공동 사장, 라이프스타일사업부 사장, COO(최고운영책임자) 등을 두루 거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만은 인수 당시부터 독립 경영 보장을 공표했다"며 "지금까지 하만 자체적으로 독립 경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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