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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외화채 콜옵션 논란]캥거루본드 시장 뚫렸지만 달러채 시장 여전히 '미궁'신한은행 캥거루본드, 이종통화 시장 한계…하나은행 발행시기 '고심중'

이상원 기자공개 2022-11-14 07:23:35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9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은행이 캥거루본드(호주달러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흥국생명사태로 한국물 시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가운데 거둔 값진 결과다. 보수적인 호주 투자자들의 투심을 잡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이번 결과는 이니셜가이던스(IPG·최초제시금리)를 높게 제시한 점이 가장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2주전 하나은행보다 약 70bp 높은 수준이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캥거루본드 발행 성공이 향후 달러채로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국물 시장 '물꼬'…발행만으로도 충분한 의미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 16일 4억호주달러의 캥거루본드를 발행한다. 전날 오전부터 진행한 북빌딩(수요예측)에서 약 6억5000만호주달러 가량의 주문을 확보한 결과다. 트랜치(tranche)를 3년 단일물 변동금리부채권(FRN)으로 발행했다. 이번 딜은 ANZ, 크레디트 아그리콜, 미즈호, 노무라 등이 주관했다.

대체적으로는 이번 딜로 막혀있던 한국물 조달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온다. 흥국생명사태 이후 한국물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리며 매도세 확산에 대한 우려까지 나왔다. 하지만 신한은행이 그동안 한국물 시장을 꾸준히 찾으며 쌓은 네트워크와 우수한 실적을 바탕으로 시장의 우려를 극복했다는 평가다.

호주 시장의 경우 기관들의 성향이 보수적인 탓에 진입이 쉽지 않은 곳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목표금액인 3억호주달러의 2배가 넘는 수요를 확보한 만큼 향후 시중은행의 캥거루본드 발행시 벤치마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신한은행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 중 하나인 소셜본드(Social bond) 형태로 발행하며 투자 매력도를 높였다. 2020년 9월에도 한국물 최초로 소셜본드 형태의 캥거루본드를 발행해 4억호주달러를 확보했다. 금리는 호주달러 3개월 스왑금리(BBSW)에 88bp를 더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당시 변동금리부채권(FRN) 2억5000만호주달러, 고정금리부채권(FXD) 1억5000만호주달러를 배정했다. 그중 FRN을 배정받은 호주기관은 36% 수준, FXD의 경우 약 50%의 물량을 가져갔다. 한국물 캥거루본드 물량 대부분을 아시아 기관들이 가져가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신한은행은 올들어서도 이번을 포함해 총 세번이나 한국물 시장을 찾았다. 지난 4월에는 공모 한국물 시장에서 국내 최초로 기후채권(Climate Bond) 형태의 달러화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이를 통해 5억달러 조달에 성공했다. 지난달에는 일본 시장에서 오랜 공백을 깨고 320억엔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흥국생명사태 이후로 투자자 요구 금리가 크게 올랐으나 프라이싱 전일 콜옵션 행사 공시로 투심이 다소 안정되며 성공적으로 발행할 수 있었다"며 "여러모로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현재의 시장상황에서 발행이 성사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프라이싱 이후 유통시장에서 194~195bp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가산금리 BBSW+195bp…향후 달러채 성공 여부는 '미지수'

최종 가산금리는 BBSW에 195bp를 더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절대금리 기준으로는 5.01%에서 확정됐다. 신한은행이 북빌딩에 앞서 이니셜가이던스(IPG·최초제시금리)를 호주채권 스왑금리(ASW) 또는 BBSW에 200bp를 더한 수준으로 제시한 만큼 약 5bp 절감한 셈이다.

지난달말 하나은행은 캥거루본드 발행을 타진할 당시 IPG로 125~130bp를 제시했다. 약 2주사이 흥국생명사태가 터지면서 70bp 이상을 더 주고 발행한 셈이다. 2013년 더벨이 한국물 리그테이블을 집계한 이래 발행된 공모 선순위 캥거루본드 중 이번이 사실상 가장 높은 가산금리를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가산금리를 높게 제시한 점이 이번 딜 성공의 주된 이유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금리 등을 감안했을때 어느 정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서 IPG를 제시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2주 사이 70bp를 더 제시했다. 확실히 높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캥거루본드 발행 성공이 향후 달러채 한국물 성공으로도 이어질지 확실하지 않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호주달러채의 발행 수요가 국내에서 많지 않다"며 "달러채에서도 이 정도 금리를 제시했을때 발행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이번 가산금리가 높게 확정되면서 하나은행도 고민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발행 시점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높은 금리에 조달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하나은행이 발행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이번 신한은행 딜이 사실상 올해 마지막 공모 한국물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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