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법, 삼성전자 주주에 득일까 실일까 연쇄적 지분 매각으로 최대 40조 매물 우려…지배력 유지 묘수 없어
서은내 기자공개 2022-12-07 08:15:33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6일 1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유 계열사 주식을 시가로 평가하게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 일명 '삼성생명법'이 처음으로 법안 소위에 상정되면서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논란은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전자, 삼성생명 가치에 가져올 영향으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만약 삼성생명법이 통과될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삼성은 지배구조 변경 리스크를 피해가지 못한다.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됐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 보유액을 시가로 평가하고 그 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삼성생명의 경우 법안이 통과되면 20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생명법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위한 법이며 700만이 넘는 주주와 계약자에게 돈을 벌어주는 법"이라 강조하며 보험업법 개정안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박 의원은 최근 의안 설명회 개최를 비롯해 인터넷 주식카페에까지 설명 글을 올리는 등 법안 통과를 호소하는 모습이다.
삼성생명법을 둘러싼 논란은 삼성전자의 지배력과 맞닿아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 그룹의 보유 지분이 크게는 10%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개정안 통과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전자 지분을 최소 9.1%, 삼성물산은 3.1%씩 매각해야 하며 최악의 경우 삼성전자는 주인없는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를 가정하면 투자한도 초과에 따라 삼성생명은 전자 지분 8.3%를, 삼성화재는 0.8%씩을 매각해야 한다. 문제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1대주주 지위를 잃게 되면 삼성물산이 1대주주가 되고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삼성물산은 보유한 전자 지분 가치가 삼성물산 총자산의 50%를 넘기 때문에 지주사로 전환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자회사 주식의 30% 이상을 보유해야 하는 요건을 맞춰야 한다. 삼성물산의 전자 지분율은 5%다. 나머지 25%를 추가 취득하려면 90조원이 필요하다. 요건 충족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지주사 전환을 피해 가야 하는데 지주사 전환을 피하려면 반대로 물산이 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삼성물산이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삼성물산은 자회사(삼성전자) 지분 비율을 자회사 2대 주주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의 지분율보다 낮춰야 한다. 홍라희 관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9%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전자 지분 5% 중 3.1%를 팔아야 한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삼성생명과 화재, 물산이 처분해야하는 전자 지분율을 합치면 약 12%에 달한다. 삼성그룹의 전자 지분율은 기존 20.6%에서 12%p 하락한 8.4%로 떨어진다. 현재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48%에 달한다. 자칫 반도체 산업의 주권 상실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대규모 삼성전자 주식이 시장에 풀릴 경우 시장 충격에 대한 부분도 논란이 된다. 최대 7년에 걸쳐 분할 매각을 하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삼성생명, 화재, 물산이 매각할 총 40조원의 물량은 분할을 가정해도 적지 않은 규모다. 분할 매각 기간이 길어질수록 장기간의 주가 하락이 동반될 수 있다.
박용진 의원은 삼성생명법이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우려에 대해 "삼성생명법은 자사주 소각 등 삼성전자 주가상승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삼성생명법으로 인해 매물로 나오는 자사주를 매입하면 실제 지분 변동은 미미할 것이며 주주들 입장에서 희소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소액주주들의 우려를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회사의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에서다. 반도체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한 시설 투자, 미래 성장을 위한 인수 등에 사용돼야할 자금이 낭비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미래 배당여력과도 맞물린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 그룹이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해결책 제시를 해야 하는데 현재로서 뾰족한 묘수가 없다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삼성그룹 내 다른 계열사가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겠으나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나 신규 순환출자가 막혀 있어 불가능하다.
삼성전자를 주주로 둔 계열사가 전자 지분을 취득하면 상호출자에 해당된다. 이같은 계열사에는 SDI, 전기, SDS, 중공업, 호텔, 제일기획 등이 있다. 또 에스원의 경우처럼 삼성전자가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계열사 역시 전자 지분을 취득하면 순환출자가 발생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SDI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SDI는 에스원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다.
대주주 개인이 직접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가능성도 희박하다.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그룹 대주주 일가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 주식을 매각 중이다. 전자 주식을 취득할 여력이 없다는 의미다. 대주주는 6년간 분할납부해야 하는 상속세 중 2년어치인 4조원을 계열사 주식 매각대금과 대출로 납부한 상태다. 향후 4년간 납부할 남은 상속세가 9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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