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해외 협력사 리포트]해외 협력사, 동고동락 25년…동반성장 이뤘다①현대차 749곳 협력업체 진출, 미국 및 베트남·브라질 등 9개 지역
허인혜 기자공개 2022-12-29 07:33:53
[편집자주]
글로벌 톱티어로 등극한 현대차그룹의 성공 뒤에는 현대차·기아와 해외 동반진출에 나서며 힘을 실은 협력사들의 공조가 자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부품 수급 안정화 등을 목표로 협력사 동반진출 정책을 펼쳤고 협력사들은 현대차그룹의 성장에 발맞춰 매출액과 기업 규모를 확대해 왔다. 때로는 대외환경 등의 변화로 흥망성쇠를 함께하기도 했다. 더벨이 현대차그룹과 해외로 나선 협력사들의 히스토리와 현황 등을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4일 10: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 건립을 서두르면서 함께 잰걸음을 걷는 곳이 있다. 현대차그룹이 해외 생산에 도전할 때마다 동행해 왔던 협력사들이다. 현대차그룹과 해외 동반 진출 협력사는 1997년부터 25년간 동고동락해 왔다. 협력사의 과거와 오늘은 곧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거점 생산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해외 동반진출 협력사, 세마리 토끼 챙겼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대차와 기아에 부품을 납품하는 1차 협력사는 현대차가 356곳, 기아가 334곳에 이른다. 한국GM과 쌍용, 르노의 협력사가 각각 200곳 안팎이다. 완성차 업체별 OEM 납품실적을 봐도 현대차와 기아의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현대차가 52.1%, 기아가 38.2%다.
현대차그룹의 1차 협력사 중 손에 꼽는 규모의 기업도 현대차와 기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대표적인 협력사인 HL만도의 3분기 기준 현대차그룹 매출 비중은 전체의 55%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한온시스템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해 37% 수준이다. 성우하이텍이 현대차와 기아를 합해 55.4%, 서연이화는 89%가 현대차그룹으로부터 나왔다.
의존도 뿐 아니라 평균 협력 기간도 33년에 달한다. 자연히 현대차그룹과 협력사들의 역사는 궤를 같이 한다. 현대차그룹이 방향타를 글로벌 시장으로 돌렸던 1990년대 후반부터 협력사들의 해외 진출도 필연적으로 이뤄졌다.
현대차그룹도 현지 진출 협력사 유치에 공을 들였다. 주요 지역 진출에는 안정적인 수급이 우선 목표였다. 부품의 현지화율이 늘면 물류 등 대외환경에 따른 영향이 적어 수급도 안정화된다.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중국 등 9개 국가에 현지공장을 세우며 동반진출 지원책을 편 이유도 이때문이다. 현지 공장은 세웠지만 우리나라 부품 비중이 90%에 육박할 만큼 협력사 진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대러 수출입규제로 외산 부품 수입길이 막히며 공장이 셧다운되기도 했다.
지금도 완성차 업계가 골머리를 앓는 세금 이슈도 중요한 배경이었다. 한국산 부품을 수입해 완성차를 만들 수도 있었지만 각국의 관세 탓에 경제적이지 않았다. 또 각국 산업부양 정책에 따라 관세가 늘어날 부담이 컸고, 국산 부품 비중이 확대되면 보복성 관세가 매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한 몫을 했다. 아예 자국에서 생산한 부품을 일정부분 이상 활용해야 혜택을 주는 정책도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실례로 2004년 중국은 자국 자동차산업을 키우려 외산 자동차 부품에 매기던 관세를 완성차 수준에 준해 2배로 높였다. 해당 정책으로 현대차그룹은 중국 현지 생산량 목표를 대폭 늘릴 수밖에 없었다. 2019년에는 미국이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논의하기도 했다. 올해는 '바이 아메리칸' 정책에 맞춰 현지 생산 부품 비율도 상향해야 했다.
국산 부품을 수출할 때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간에는 무관세 혜택을 볼 수 있지만 통상 재료비나 인건비 중 일정부분 이상을 본토에서 조달하는 역내가치포함비율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FTA 재협정 시기가 다가오면 자동차 부품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미국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와의 1차 재협상에서도 자동차 부품을 최우선 안건으로 제시했고,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에서는 역내가치포함 비율을 85% 이상 늘려야한다는 주장을 폈다.
또 다른 이유는 인건비다. 인도와 중국, 인도네시아 등 우리나라보다 인건비가 낮은 국가들은 현지에 협력사 공단을 구축해 현지 인력을 활용하는 편이 경제적이었다. 미국같은 알토란 지역에는 본토에도 진출하되 멕시코 등 주변 국가도 활용해 인건비를 분산하고 세금 리스크를 낮췄다.
핵심 부품 협력사들은 미국 등에, 노동력이 필요한 부수 부품들은 멕시코나 체코 등에 주로 유치하는 식이다. 멕시코 생산 부품은 북미와 중남미 다수 국가에 무관세 판매가 가능하다. 체코도 유럽의 수입관세를 피할 수 있는 생산기지다.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해외 생산 계획을 설립할 때부터 공단 부지 확보, 협력사 합의를 먼저 거쳤다. 해외프로젝트 지원팀도 따로 운영했다. 협력사의 초기 정착비용도 현대차의 몫이었다. 공장 설립비용은 현지에 진출한 협력사들이 부담했지만 설비 투자를 위한 금융비용은 현대차가 지원했다는 전언이다.
◇미국 진출로 본격화…협력사, 현대차와 동반성장
현대차그룹이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면 해외 동반진출 협력사들은 안정적인 납품처와 시장 확대, 매출 증대 등의 효과를 얻었다. 불모지를 함께 개척하면서 얻어낸 과실이다.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으로 국내 협력사의 동반진출을 추진한 지역은 미국이다. 미국 진출 전에도 인도와 중국, 튀르키예 등에 해외 공장을 운영 중이었지만 합작공장 중심이었다. 현대차가 2001년 미국 진출을 공표하자 앨라배마주가 200만평 부지를 저가에 제공한다고 나섰다. 대규모 부지가 확보되면서 현대차 협력사 공단 조성도 가능해진 셈이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 설립을 결정한 현대차는 이듬해 한라공조, 한국프랜지, 덕양산업, 한일이화 등 20~30곳의 협력사와 해외 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안을 모색했다. 최종적으로 앨라배마 공장 완공과 함께 출범한 해외 진출 협력사는 현대모비스를 포함해 11곳이다.
한라공조와 세종공업, 화신 등이 첫 발을 뗐다. 초반에는 섀시모듈과 프론트 엔드모듈, 에어컨, 머플러, 브레이크 등의 부품사가 동행했다. 기아 조지아 공장에도 협력사의 현지 진출이 이뤄졌다.
지역 사정에 따른 편차는 있지만 현대차그룹과 동반 진출한 협력사들은 동반 성장도 함께 이뤘다. 대표적인 곳이 성우하이텍이다. 전경련 보고서에 따르면 성우하이텍은 현대·기아차 동반진출에 힘입어 2007년 1억불탑을, 2015년에는 4억불탑을 연달아 수상했다. 세종공업은 현대차의 전략변화에 따라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진행해 수혜를 얻었다.
기술력, 현지설비 증대도 쏠쏠한 성과다. 2002년 기아, 현대모비스와 설립한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출자금이 협력사 역량강화에 쓰인다. 현지 진출 협력사들은 현대차그룹 공장뿐 아니라 GM과 르노, 폭스바겐 등 다른 완성차기업까지 납품사를 확대했다. 현대차그룹이 협력사의 품질보증 역할을 하면서 수주 확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현지 진출 협력사, 30곳에서 750곳으로 '25배'
현대차그룹과 해외 협력사 양쪽의 이점이 늘면서 현지에 추가로 뛰어든 협력사들도 늘었다. 현지 진출 협력사 규모는 2000년 30여곳에서 2006년 161곳으로 늘었고, 그 뒤로도 날개를 달았다. 2010년대 중반까지 현대차·기아와 동반진출한 협력사는 600곳에 육박했다. 중국이 가장 많았고 미국과 유럽에는 각각 45곳, 33곳의 1·2차 협력사가 동반 진출해 문을 열었다.
현대차의 '2022 지속가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해외 동반진출 협력사는 749곳으로 늘었다. 지역은 베트남과 브라질 등 9곳으로 확대됐다. 중국에 이어 유럽과 미국, 미국의 생산을 뒷받침하는 멕시코가 뒤를 따른다. 1차 협력사가 349사, 2차 협력사가 400사다.
현대차의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준공으로 현지 진출 협력사의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 진출 협력사의 수가 달라지기보다 기존 공장을 증설하는 방향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진출이 가능한 국내 1차 협력사들은 대부분 미국에 공장을 운영 중이라서다.
외신에 따르면 이미 여러 해외 진출 협력사가 증설 계획을 세웠다. 섀시 부품사인 화신과 시트프레임 제조사 대창시트, 자동차 엔진 부품 등을 제조하는 신화 등이다. 각각 100억~1000억원대 투자금을 투입해 규모를 키운다. 조지아주 공장 신설로 미국에서 전기차 연간 30만대를 추가로 생산한다는 현대차의 계획에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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