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 꿈꿨던 성정, 왜 이스타항공을 팔았을까 1년 7개월 자금 쏟았지만…AOC 연기에 '한계'
허인혜 기자공개 2023-01-11 08:17:02
이 기사는 2023년 01월 09일 16: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형남순 성정 회장은 2006년부터 항공사 경영의 꿈을 꿨다. 2021년 6월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며 15년만에 꿈을 이뤘지만 1년 7개월만에 VIG파트너스에 매각하며 일장춘몽이 끝나게 됐다. VIG파트너스는 이달 말까지 1000억원 이상 규모의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해 이스타항공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알토란' 백제CC 포기 의사도 밝혔지만…AOC 연기에 '백기'
성정이 이스타항공을 판 이유는 뚜렷하다. 밑빠진 독에 물을 부어왔지만 새 물을 부을 유동성이 말라가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재기가 예상보다 늦어졌고 지금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이 땅에 머문 기간이 길어지며 현금만큼은 자신있다던 성정도 손을 들게 됐다.
형남순 성정 회장은 1년 7개월의 시간동안 이스타항공 정상화에 '올인'했다. 정상화를 위해서라면 알토란인 백제CC까지 매각할 생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이스타항공의 재기는 반쯤 성공했다. 성정이 자금을 쏟아부으며 기업회생을 매듭지었고 작년 3월에는 회생절차를 졸업하며 한줄기 빛을 봤다.
문제는 이스타항공의 어그러진 비행 시나리오다. 성정은 이스타항공 정상화를 위해 인수가로 1100억원, 장기차입금으로 4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다. 1500억원의 자금을 들인 이유는 매수 이듬해인 2022년에는 정상화를 넘어 사업 확장까지 가능하리라고 봤기 때문이다. 형 회장은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며 항공기 대수를 16대까지 늘리는 등의 회생 시나리오를 짰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인수 1년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하늘을 날지 못했다. 예상 밖의 AOC(항공운항증명) 발급 지연 때문이었다. 당초 지난해 상반기 AOC를 발급 받을 예정이었지만 국토교통부가 이스타항공이 회계자료를 허위로 제출했다며 절차를 중단시켰다. 이후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재무건전성 위기는 변함이 없다며 현재까지도 AOC는 발급되지 않은 상태다.
이스타항공의 유동성 위기 시발점은 불운 탓이 컸다. 저가항공사(LCC)로서 일본 불매운동의 악영향을 크게 받았고, 이후 코로나19로 항공기가 뜨지 못하며 재기의 기회를 놓쳤다.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2021년 1월 기업회생절차를 밟았다.
백제CC를 매각 희망가대로 받고 팔더라도 적자를 본 인수가를 메우는 한편 앞으로도 들어갈 정상화 자금이 7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됐다. 월간 고정으로 드는 운영비, 인건비 등이 50억원을 넘고 완전자본잠식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금액도 400억원이다. 현재까지 투입한 금액을 합해 수천억원이 투입되어도 회생이 요원했다는 점이 매각의 결정적 원인으로 보인다.
◇항공사 '삼수' 도전 마무리…"경험 부족도 실패 원인"
형 회장의 항공사 인수 도전은 알려진 것만 해도 세 차례다. 2006년 한성항공(티웨이항공), 2007년 이스타항공 인수를 시도했다. 2021년 이스타항공 인수 '재수' 끝에 항공사 경영의 숙원을 이뤘다.
성정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던 당시 성장의 임직원들도 매수 진행상황을 잘 몰랐다고 한다. 형남순 성정 회장이 직접 매수 계약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형 회장이 이스타항공의 재무건전성 등 팍팍했던 조건을 알고도 이스타항공을 사들인 이유는 뭘까.
형 회장은 오랜 기간 항공사 경영을 꿈꿔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성항공 인수전 참여가 처음이라 치더라도 15년의 꿈이다. 충청권에서 자수성가한 기업인인 형 회장은 건설업으로 시작해 골프장까지 길러냈다. 항공사를 유치하며 종합 관광사업 체인을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2021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항공사 경영을 '마지막 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성정이 항공업 경험이 없었던 점을 실패 요인으로 보기도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형 회장이 항공업계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려운 항공사를 맡았다"며 "항공사가 기업가치보다 그룹 이미지를 높이는 등 다른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보니 인수를 희망하게 됐을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항공기 리스 산업계에서도 이스타항공이 리스료 지불에 어려움을 겪어 이미지가 좋지 않았고 시장 상황도 어려웠던 만큼 단기간에 회복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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