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1월 11일 07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이란 이름은 무겁다. 삼성을 둘러싼 이슈는 해법 찾기가 무척 어렵다. 이해 당사자도 많고 그 영향력이 워낙 크다.이른바 '삼성생명법'이 대표적이다. 삼성생명법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말하지만 겨낭한 곳은 삼성생명 하나다. 골자는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시가로 평가하고 그 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는 것이다.
간단한 논리지만 여파는 크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다. 삼성생명의 자산가치는 약 300조원 쯤 된다. 자산의 3%, 9조원이 기준점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약 33조원 규모다. 취득할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액면분할 등을 감안해 주당 1000원쯤 된다. 약 5억5000만주, 취득가는 5500억원 규모였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이 됐으니 어림잡아 60배 뛰었고 시가는 33조원이 됐다.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가로 계산하면 3% 룰에 걸릴 일이 없다. 이걸 시가로 평가하면 9조원을 초과하는 지분을 팔아야 한다. 약 24조원 어치 삼성전자 지분이 매각 대상이다.
연쇄적으로 고민꺼리가 발생한다. 우선 삼성전자 지배력 문제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24조원 어치를 매각하면 연쇄적으로 삼성물산도 지분을 내다 팔아야 한다.
삼성생명이 주식을 처분하면 삼성물산이 1대 주주가 된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치가 삼성물산 총자산의 절반을 넘는다. 이 경우 공정거래법 상 지주사 전환 규정에 걸린다.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자회사 지분은 30% 이상 보유하거나 처분해야 한다.
삼성물산이 30% 요건을 맞추려면 삼성전자 지분 25%를 추가 취득해야 한다. 그 규모는 90조원 이상이다. 삼성물산이 동원할 현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삼성물산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해당 지분을 삼성전자가 자사주로 매입하거나 다른 계열사가 인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실적으론 모두 불가능하다.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 피해, 외국인 주주들에게 지배력을 넘겨야 한다는 이슈 등도 부차적으로 제기된다.
삼성생명법이 아니더라도 삼성 지배구조의 변화는 예고된 이벤트다. 언젠가 있을 지분 승계는 빠져 나갈 방법이 없다.
앞서 삼성은 고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회장으로 승계 과정을 거쳤다. 안정적인 지배력 유지를 위해 수십년간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다. 에버랜드 CB, 삼성SDS BW 등을 동원한 끝에 이재용 회장의 지배력은 조금 높아졌다.
이 회장에게 가장 중요한 지분은 삼성물산 '19%'다. 이를 통해 삼성물산-생명-전자로 이어지는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상속세법상 대주주 지위를 물려 받으려면 할증률을 더해 65%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1대 창업자의 100% 지분은 2세대에선 35%, 3세대에선 13%로 줄어 든다. 이 회장은 원래라면 13%이었을 지분을 19%로 조금 높였다. 이 지분이 다음 세대로 넘어가면 6%대로 줄어든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도 그만큼 약해진다.
삼성생명법이든, 다음 세대가 되건, 삼성의 지배구조는 곧 변한다. 절대적인 대주주가 없는, 주인없는 삼성을 만난다.
주인없는 삼성을 누가 경영할 것인가, 누가 감독할 것인가, 수십조원 단위의 투자 결정을 누가 할 것인가, 그 실패에 대해선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 회장 가문이 지배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이미 이 회장은 다음 세대론 경영권을 넘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마크 저커버그나 일론 머스크의 경영 실패를 보면 견제받지 않는 대주주의 폐해도 크다.
하지만 주인없는 회사들에서 벌어지는 혼탁한 경영권 다툼을 보면 '주인 없는 삼성'의 거버넌스에 대한 고민은 절실해 보인다. 몇천억원의 피해가 발생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단기 성과주의의 경영 시스템을 삼성에 도입했다간 그 결과가 끔찍할 것이다.
아직 정답은 모르겠다. 삼성의 브레인들이 해답을 찾고 있을 것이다. 금융당국도, 관료들도, 시민단체도 고민할 이슈다. 다만 여의도에서 정치적 계산으로 만들어진 '삼성생명법'이 해법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에겐, 삼성에겐 답을 찾을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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