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거버넌스 리스크 점검]지분 10% 최대주주 국민연금의 강한 입김⑥3년 전 찬성한 구현모 대표 선임, 정권 교체 후 딴지…'연금사회주의' 논란 자초
이장준 기자공개 2023-01-18 13:18:20
[편집자주]
KT가 민영화한 지 어언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정권이 바뀔 때면 '외풍'이 지배구조를 흔들곤 한다. 최근에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앞세워 CEO 선임에 개입하고 있다. 통신사를 넘어 디지털 플랫폼 회사로 변신하는 KT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한 것이다. 민영화 이후 KT를 흔든 외풍의 역사를 짚어보고 현재 지배구조가 지닌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6일 10: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재 KT의 최대 주주는 10% 남짓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다. 지난해 KT와 지분을 교환한 신한금융그룹, 현대자동차그룹만 합쳐도 국민연금보다 많은 의결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앞세워 보다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KT 주주총회에서 CEO 선임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면 될 일에 굳이 대외적으로 경선 과정의 불투명성을 지적했다. 경영 성과로는 구현모 대표가 적임자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운데다 보유 지분도 충분치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욱이 3년 전 구 대표 첫 선임 때는 찬성표를 던졌던 터라 지배구조를 흔들 명분이 마땅치 않다. 정권 교체 후 정부 입맛에 따라 사기업 경영에 개입하면서 '연금사회주의'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보유 지분 이상 영향력 원하는 국민연금
KT는 13일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소유 주식 수가 2617만7916주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5일 국민연금이 보유한 KT 주식을 매도하면서 한때 9.99%로 떨어졌는데 이번에 10.03%로 소폭 올랐다.
이미 지난달 27일 주주명부를 폐쇄한 만큼 오는 3월 예정된 KT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에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의 KT 보유 지분 추이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난달 말 KT 이사회가 차기 CEO 최종 후보자로 구현모 대표를 선임하자 "후보 결정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적했기 때문이다. KT가 예정대로 구 대표를 CEO로 선임하면 주총에서 '표 대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라고는 하나 지배력은 크지 않다. SK텔레콤의 경우 SK㈜가 30.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LG유플러스 역시 ㈜LG가 37.66%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오너가 있는 대기업과 달리 KT는 소유 분산 기업에 해당한다.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에 미달하는 주식을 소유한 소액주주가 전체의 57.36%에 달한다.
최근에는 우호 세력으로 해석할 수 있는 동맹도 구축했다. 작년 1월 기존 2대 주주였던 NTT도코모(NTT DoCoMo, Inc.)가 엑시트하면서 신한은행이 해당 지분을 확보했다. 미래금융DX(디지털전환) 사업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분을 스왑했다. 현재 신한은행이 보유한 KT 지분은 5.58% 수준이다.
이어 작년 9월 현대차그룹과도 지분 스왑을 단행했다. 현대자동차(4.69%), 현대모비스(3.1%) 지분을 합치면 7.79%에 달한다. 신한금융과 합친 지분율은 13.37%로 국민연금 의결권을 뛰어넘는다.
물론 신규 주주의 투자 목적은 '단순 투자'로 사업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신한금융 및 현대차그룹의 주요 주주로 국민연금이 있는 만큼 적극적인 '백기사' 역할을 수행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의 압박은 단순 보유 지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게 중론이다.
◇황창규 회장 연임 '중립', 구현모 대표 초임 '찬성'…정권 코드 맞추는 연기금
국민연금은 2017년 이래로 현재까지 열린 KT 정기 주주총회에서 총 4건의 반대, 1건의 중립 의견을 행사했다. 그런데 역대 의결권 행사 내역을 보면 정무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는 점이 문제다.
2017년 정기 주주총회 때 황창규 회장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중립 의견을 표했다. 당시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고 국무총리 대행 체제로 막 전환된 시점이었다. 이맘때 다른 소유 분산 기업인 포스코의 권오준 전 회장 연임에 대해서도 국민연금은 중립 의결권을 행사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이후인 이듬해에는 적극적인 반대표를 행사했다. 당시 이사회 권한을 강화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정관 일부를 변경하는 안건에 대해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이사 보수 한도 역시 경영 성과와 비교했을 때 과도하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박근혜 정부 당시 외부 출신으로 선임된 황창규 전 회장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됐다.
시기에 따라 국민연금이 같은 인물을 놓고 다른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앞서 2020년 3월까지만 해도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다.
그런데 작년 3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이후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박 사장의 사내이사 재신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했다. 그가 주총 직전 일신상의 이유로 사내이사직을 내려놓고 사퇴한 것 역시 국민연금의 반대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연금은 그가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박 사장 등 KT 경영진은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로 약식 기소돼 벌금형을 받아 여기에 불복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한 상황이다. 구 대표 역시 같은 혐의를 받고 있어 본격적으로 KT 지배구조를 흔들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찍이 나왔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구 대표의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지속해서 찬성표를 던져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선 과정의 불투명성 등을 문제 삼아 반대 의견을 낼 수 있음을 암시했다.
정권 교체 이후 소유 분산 기업 지배구조에 개입하는 국민연금을 향한 비판도 만만찮다. 일부에서는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저해하고 정부의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면서 연금사회주의라는 비판을 자초했다고 지적한다. 연금사회주의는 국가가 연기금 등을 활용해 민간 기업을 공기업처럼 다루려는 행태를 말한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도 같은 논란이 불거졌는데 그대로 답습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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