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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 스토리]해외 6개 설립 목표, 서플러스글로벌의 10년 꿈 '클러스터'①'공유 팹' 비즈니스, 입주 장비사 비용 절감·리퍼비시 협업 '윈윈'

구혜린 기자공개 2023-01-30 07:27:20

[편집자주]

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7일 16: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제법 높은 지대에 서플러스글로벌의 10년 된 꿈이 올라섰다. 지난달 서플러스글로벌은 약 2만1000평 규모 반도체 중고 장비 유통 단지(Cluster)를 준공하고 본사를 이전했다.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가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비전을 임직원에 공유한 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이며 부지 매입에 나선 건 2016년이다. 장기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은 셈이다.

이 건물은 서플러스글로벌만을 위한 게 아니다. 단순 '사옥'이 아닌 '클러스터'로 이름지어진 이유다. 현재 미국 반도체 장비 회사 온투이노베이션과 KLA,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 총 세 개 업체가 여기에 입주해있다. 건물은 크게 이들 입주사가 활용하는 트레이닝센터, 서플러스글로벌이 사용하는 1000여대 장비 보유 전시관·데모룸·클린룸, 반도체 유관기업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유오피스로 이뤄져 있다.
서플러스글로벌 용인 클러스터 2층에 위치한 중고 장비 전시관 (사진=더벨)
클러스터 오픈과 함께 신규 비즈니스가 가동을 시작했다. 김정웅 대표는 이를 '공유 팹(Fab)' 비즈니스 모델이라 부르고 있다. 입주사는 진동기준, 항온, 항습 등 장비를 관리할 규격에 맞는 시설을 갖춘 건물을 한국에 직접 올리는 수고를 덜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오랜 기간 해외 장비사들의 건물 공유에 대한 수요는 있었으나, 이를 실체적으로 구현한 건 서플러스글로벌이 최초다.

건물 내는 상당히 빈 공간이 많았다. 온투이노베이션, KLA, ASML를 제외하고도 글로벌 장비사를 추가로 유치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김정웅 대표는 "계열사 포함 서플러스글로벌 임직원이 200명대인데도 건물 투자를 꽤 많이 한 이유는 500명이 쓸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라며 "현재 들어온 회사를 제외하고 글로벌 자이언트 기업 서너곳과 진지하게 (입주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엄밀히 말하면 용인 클러스터는 '제1호 클러스터'다. 김정웅 대표는 이 클러스터를 최대 7개 조성하는 걸 목표로 잡고 있다. 한국을 제외하고 미국, 대만, 싱가폴, 중국, 일본, 유럽 6개 국가가 대상이다. 이미 유럽을 제외한 5개 국가에 해외 지사를 두고 있으므로 이들을 중심으로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단 방침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진 확실하지 않다. 중요한 건 '제1호 클러스터'가 서플러스글로벌 및 입주사의 수익에 기여한단 것을 명확히 보여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충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김정웅 대표의 머릿 속에는 자금을 조달할 밑그림이 그려진 듯하다. 그는 "입주사도 굉장히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어 이 비즈니스 모델이 워킹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업 모델이 자리잡으면 파이낸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유 팹 비즈니스에 관심을 보이는 세계적인 물류회사와 합작을 논의 중인데 리츠 등을 만들어 비용을 충당하는 방안 등을 고민 중"이라며 "그림이 잘 그려지면 10개까지도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유 팹 비즈니스는 서플러스글로벌의 기존 사업과도 밀접히 연결돼 있다. 서플러스글로벌이 중고 장비 및 부품을 판매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있는 그대로 장비를 매입해다 판매하는 '에즈이즈(As-Is)' 방식, 클러스터 내 데모룸에서 장비가 구동되는 걸 보여준 뒤 판매하는 '파워 온 데몬스트레이션(Power On Demonstration)' 방식, 자회사 이큐글로벌 등 전문 리퍼비셔를 통해 수리를 거쳐 판매하는 '리퍼비시(Refurbish)' 방식이다.

에즈이즈 판매는 중고 장비 유통 매출액의 70%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서 절반은 서플러스글로벌이 자체 소싱해 보유하고 있는 재고 판매다. 또 다른 절반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벌크로 내놓는 고가의 유휴 장비 판매 중개를 서고 서플러스글로벌이 커미션 수수료를 받는 백투백 판매다. 자체 재고 및 중개 판매 모두 매출액을 올리긴 수월하나, 서플러스글로벌의 품이 적게 든 만큼 마진율이 낮다는 게 단점이다.

서플러스글로벌은 파워 온 데몬스트레이션 및 리퍼비시 판매 비중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바로 클러스터다. 클러스터 입주사는 서플러스글로벌의 협력사로 봐도 무방하다. 장비를 소싱하는 네트워크가 강화된 것은 물론이고 추가적인 리펍 사업에 관해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원 장비 제조사인 입주사가 리퍼비셔 역할을 담당하면서 리퍼비시 제품의 신뢰성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플러스글로벌 용인 클러스터 3층에 위치한 공유오피스 (사진=더벨)
공유 오피스도 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서플러스글로벌은 클러스터 건물 3층에 다양한 규모의 회의실로 구성된 대규모 오피스를 조성했다. 이 곳은 입주사가 아니어도 반도체 유관기업이라면 어디든 이용료를 내고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인당 월 35만~40만원 수준이다. 서플러스글로벌 관계자는 "동탄 인근에 반도체 기업들이 워낙 많다보니 유동인구도 많다"며 "페이퍼웍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해 10인실, 20인실 입주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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