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인사이드]투명성 확보 과제, 미흡한 견제 장치 대책은③이동채 회장,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견제 장치 활성화 필요
이호준 기자공개 2023-02-06 07:19:41
[편집자주]
국내 대표 양극재 사업 그룹, 에코프로가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집단'으로 거듭난다. 지난해 연결 기준 자산총계가 5조원을 넘기면서 공정위의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에 신규 포함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회사의 높아진 위상에 기뻐할 새도 잠시, 에코프로가 감당해야 할 책임도 많다. 앞으로 대규모 내부거래나 주식 현황을 신고해야 한다. 또 총수 일가는 사익 편취 규제도 적용받는다. 에코프로는 의무를 다하기 위한 준비가 돼 있을까. 성공 기업의 상징으로 도약 중인 에코프로의 현 상황을 더벨이 집중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1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은 지난달 의미 있는 보도자료를 하나 냈다. 67개의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를 △총수 일가 경영 참여 △이사회 구성·작동 △소수주주권 작동 등의 기준에서 분석, 우수사례와 개선사례를 공개한다는 내용이었다.이 지배구조 잣대를 에코프로에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 일단 미흡한 점부터 많이 보인다. 특히 경영진 관리 감독에 대한 책임이 있는 이사회는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내실 있는 운영과 괴리되는 상황이 지속 중이다.
다만 적극적인 투자와 수주로 빠르게 몸집을 키워 대기업 반열에 진입함에 따라 그룹 지배구조에도 연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에코프로는 각 계열회사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독립·책임경영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발빠른 지주회사 전환, 지배주주 신뢰 문제는 계속
에코프로의 지분구조는 2021년을 기준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그해 5월 환경사업(에코프로에이치엔)을 인적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회사는 이동채 회장→에코프로→15개 종속회사 식의 단순한 지분구조를 확립했다.
계열회사 간 순환출자 행위를 스스로 제한하며 중장기적 성장을 위한 지분구조를 구축해 둔 셈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순환출자 가능성 해소 등을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시장 신뢰를 더 담보하기 위해선 이사회 운영이나 주주권리 보호 등의 내용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그간 지배구조의 겉모습은 지속 발전해 온 반면 운영 측면에서 지배주주나 경영진을 견제하기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3월 내부자 거래 의혹으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이동채 회장은 여전히 지주회사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총수로서 권한만 누리고 경영상 의사결정에 따른 책임은 지지 않아 지배주주 신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에코프로그룹은 이동채 회장 등 오너일가 지분율이 20% 이상 혹은 이들 회사가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회사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공시 의무 대상이 더 부과되면 견제 장치 활성화 등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제도는 잘 갖췄지만...내실 있는 운영은 '아직'
현재 에코프로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3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돼 있다. 또 이사회 내에는 내부거래위원회와 컴플라이언스위원회, ESG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내부거래위원회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난해 설립됐다.
지배주주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를 비교적 잘 갖췄지만 이사회 실질적으론 안건 대부분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며 '거수기' 역할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산하 각 위원회가 모두 도입 초기 단계로, 향후 보다 적극적인 내부 활동이 요구된다.
그룹 차원으로 눈을 넓혀도 개선점은 명확하다. 지난해 말 자산총액 2조원을 넘긴 에코프로비엠은 다양성 확보를 위해 여성 사외이사 선임을 준비해야 하고, 에코프로에이치앤은 위원장 선임 이후 활동이 멈춰 있는 위원회 활성화가 필요할 전망이다.
소액 주주의 권리와 관련된 항목들은 비교적 양호한 수준으로 보인다. 앞선 3사는 지난 2021년부터 서면·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다. 서면·전자투표제는 소액 주주들의 의사결정권 표현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제도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올해부터 계열회사별 독립 경영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이사회 중심의 운영을 강화할 것"이라며 "회사의 몸집이 커 나가는 상황에서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지배구조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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