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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감각보다 데이터" 냉철한 분석가, 한투운용 최민규 부서장공학도 출신 퀀트운용 전문가, 인덱스펀드서 알파 창출 주력

황원지 기자공개 2023-02-13 08:14:01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6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최근 패시브 펀드에 힘을 싣고 있다. 기존에 액티브에서 강점을 가진 하우스였으나, ETF 등 패시브 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한국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대표 합류로 이 같은 경향성이 더욱 강해졌다.

최민규 글로벌퀀트운용부 부서장은 패시브 펀드 중에서도 객관적 수치를 기반으로 투자를 하는 퀀트 운용의 전문가다. 공학도 출신으로, 특정 종목에 대한 매매로 수익을 내기보단 데이터 기반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장기적으로 시장을 이기는 투자를 지향한다.

◇성장 스토리: 통계학 기반 공학도, ‘퀀트 운용’ 전문가로 변신

대학시절 최민규 부서장은 공학도였다. 이전까지 금융에는 관심이 없다가 2005년 대학교를 졸업할 즈음, 금융공학 학문을 우연히 접하면서 흥미를 느꼈다. 당시 ‘펀드매니저’가 대학생들의 선망의 직업이었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다만 당시에는 경영, 경제학도들만 금융권으로 진출하던 시대라 추가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서울대 금융공학연구실은 최 부서장이 금융을 처음 접한 곳이다. 당시 구조화상품을 프라이싱 한다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시장수익률을 설명하는 팩터를 찾아내는 방법,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시장을 분석하는 법 등을 배웠다. 공학도였던 만큼 수학 베이스인 통계학 적응이 보다 수월했다.

최민규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퀀트운용부 부서장

석사 졸업 후 취업을 고민하던 시기, 최 부서장은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봤다. 증권사 파생상품운용부를 가거나 운용사의 퀀트펀드운용부를 가는 길이었다. 최 부서장은 퀀트펀드운용부가 상대적으로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고, 보다 체계화된 투자를 한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2008년 입사와 함께 들어갔던 팀이 바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첫 ETF를 만든 곳이었다. 당시엔 KINDEX로 불리던 ACE ETF에서 보조매니저 역할을 수행했다. 보조운용역 외에 리서치 업무도 함께 담당했다. 이때 팩터분석과 포트폴리오 최적화와 같은 공학적 기술을 활용한 펀드운용기법(퀀트 운용)을 익혔다.

최 부서장은 “통계학이나 최적화 이론 등 전공 분야를 활용하는 기법이라,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잘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입사 후 4년만인 2011년 퀀트 기업을 메인으로 활용한 펀드인 ‘피타고라스 퀀트 펀드’를 처음 설정해 운용하기도 했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데이터·계량 프로세스 기반 객관적·효율적 투자

최 부서장은 “최근 20년간 시대가 바뀌었다”며 “인터넷 등의 발전으로 펀드매니저와 대중 사이의 정보격차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펀드매니저들이 기업 탐방 등으로 독점적 정보를 얻어 높은 수익률을 올렸으나, 이제는 그러한 전략이 어려운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펀드매니저에게 중요해진 역량 중 하나가 데이터를 다룰 줄 아는 능력이라고 봤다. 시장에는 재무제표와 같은 수치적 지표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같은 비재무적 지표 등 여러가지 데이터가 존재한다. 매니저는 이 중에서 의미있는 정보를 끄집어내서 분석해 예측해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최 부서장의 투자 철학은 이러한 시각에 기반해 있다. 그는 자신의 투자 철학에 대해 “데이터와 계량프로세스를 기반으로 객관적이고 효율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원칙 아래 구체적으로 세 가지 스타일로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데이터 기반의 분석과 전략 설정이다. 국내에만 약 1000개, 글로벌로 따지면 거의 수만개에 달하는 종목이 있는데, 이를 일일히 분석할 수 없기에 하나의 기준(전략)을 만들고 여기에 맞춰서 운용하고 있다는 점을 최 부서장은 강조했다.

두 번째는 프로세스와 시스템 활용이다. 최 부서장이 이끄는 글로벌퀀트운용부는 부서원 대부분이 공학도 출신이다. 때문에 금융 통계학과 함께 프로그래밍에도 익숙한 인원이 다수다. 그래서 다양한 소스에서 데이터를 뽑아내 분석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 사용한다. 이러한 객관적인 지표에 기반한 프로세스를 활용해 직감이 아닌 데이터 기반으로 운용한다.

세 번째는 중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비용 절감과 복리를 고려하는 전략이다. 주식 매매를 일으키면 그에 따른 수수료가 발생한다. 또한 매매 시마다 호가 차이에 의한 슬리피지 비용도 발생하는데, 이러한 비용들이 모두 코스트로 쌓인다. 때문에 매도와 매수 결정은 신중하게, 최소화하는 게 원칙이다. 복리를 중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트랙레코드1: 액티브가 패시브를 압도하던 시대, 묵묵히 이어온 ‘인덱스플러스’

최 부서장은 주요 트랙레코드로 ‘한국투자인덱스플러스’를 꼽았다. 2006년 10월 처음 설정된 펀드로, 최 부서장이 맡기 시작한 건 2014년 2월이다. 인덱스플러스는 거의 20년 가까이 운용돼 온 만큼 현재 글로벌퀀트운용부의 메인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7.91%다.

처음 인덱스플러스를 맡았던 시기인 2014년 전후는 액티브 펀드가 패시브 펀드를 압도했던 시기다. 당시 인덱스플러스를 맡았던 최 부서장은 “시장에선 다소 소외돼 있었지만, 오히려 묵묵하게 철학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는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펀드는 기본적으로 코스피 200지수의 수익률을 따른다. 코스피 시장 내 주식에 60% 이상을 투자해 시장을 복제하고, 여기에 초과 수익 전략들을 덧붙여서 알파를 창출한다. 주요 전략으로는 팩터 알파, 이벤트 드리븐, 상대 가치 전략, 글로벌 매크로 시스템 매매 등 다양한 헤지펀드의 전략을 모두 사용한다.

대표적으로는 퀀트 운용법 중 하나인 팩터 알파 전략이 있다. 예를 들면 주가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주가수익비율(PER)을 팩터로 삼을 경우 PER이 낮은 기업들만 뽑아서 사들이는 것이다. 운용역들이 팩터를 다양하게 발굴하고, 이러한 팩터들 중 시장을 이기는 팩터를 찾아 이를 기준으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트랙레코드2: 예견된 금리인상, 배당주에 투자…‘미국배당귀족’

두 번째 트랙레코드는 한국투자 미국배당귀족 펀드다. 최 부서장은 2020년부터 성장주가 급등하던 시기, 추후에 금리 인상 국면이 올 것이라고 봤다. 시중에 풀린 돈이 회수되기 시작하면 성장주 매력이 감소하면서 쏠림 현상이 정상화될 것으로 판단했다.

최 부서장은 “막상 시장에는 금리인상국면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펀드가 전무하고, 거의 성장형과 테마형 펀드가 많았다”며 “그래서 적자가 나지 않는 건강한 기업들을 골라서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펀드는 25년 연속 배당을 증가시킨 글로벌 기업들만을 골라서 투자했다. 실제로 해당 펀드가 담은 상위종목을 살펴보면 넥스테라 에너지, 엠코, 브라운포먼, 맥도날드, 펩시코 등 튼튼한 기업들이 주력이다. 2021년 성장주 시대 이후 금리가 인상되면서 미국배당귀족 펀드도 인기를 끌었다. 현재 한국투자미국배당귀족의 순자산액은 7000억원이 넘었다. 3개월 수익률도 5.43%로 아웃퍼폼을 이어가고 있다.

최 부서장은 “2021년을 전후해 성장주가 각광받던 시기, 시장을 판단해 투자자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수단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 평가 및 향후 계획: "퀄리티 중심 라인업 지속, 펀드 브랜드화 목표”

최 부서장은 올해 퀄리티 중심의 라인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큰 틀에서 성장주보다 가치주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가치주 중에서도 기업의 퀄리티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변동성 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펀더멘털이 좋지 않았던 기업들은 크게 하락했다.

최 부서장은 “퀄리티가 중시되는 매크로 환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펀더멘털이 탄탄한 기업들에 투자하는 퀄리티 중심 라인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시가 미국배당귀족이다.

그는 펀드매니저 커리어 중 이루고 싶은 목표로 조심스레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의 브랜드화를 말했다. 현재 투자시장은 패시브 ETF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펀드매니저가 주도하는 액티브 시장이 많이 위축돼 있는 상태다.

최 부서장은 ETF를 선택하기 어려워하는 수요가 분명 있다고 봤다. 최 부서장은 “ETF가 가장 효율적인 투자 수단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면서도 “수많은 ETF 중 무엇을 선택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이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아서 나를 대신해 좋은 수익률을 만들어 줄 수 있는 펀드매니저에 대한 갈망이 여전히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글로벌퀀트운용부에서 운용하는 펀드가 브랜드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년간의 높은 수익률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여, 적시에 효과적인 투자수단을 제공하는 매니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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