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한국증권 "퇴직연금 성패는 상품 차별성"홍덕규 본부장 "DC·IRP 주축 성장세 기대"
이돈섭 기자공개 2023-02-13 08:16:01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7일 15: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퇴직연금 시장 화두는 '제도의 정착'이다.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된 DB(확정급여형) 적립금 운용위원회 설치와 운용계획서(IPS) 작성 의무, 디폴트옵션 제도 정착 등 새로운 제도들을 잘 소화해 운영하는 것. 시장에선 금리 정점론이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적립금의 증시 유입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증권업계 사업자는 올해 사업 계획을 어떻게 짜고 있을까.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본부를 이끌고 있는 홍덕규 본부장(상무보·사진)은 DC(확정기여형)·IRP(개인형퇴직연금) 시장에 차별화한 상품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본부장은 1997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 지난해부터 본부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증시 위축으로 DB 시장 삐걱…올해도 전망은 '글쎄'
지난해 우리나라 퇴직연금 시장은 격변의 시간을 보냈다. 정책당국은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DB 운영 사업장에 적립금 운용위원회 설치 의무를 부과하고 운용계획서(IPS)도 연 1회 이상 작성토록 했다. 최소 DB 적립금 비중도 기존 90%에서 100%로 상향 조정해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에는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다.
기업 입장에선 DB 적립금을 더 많이 쌓고 이를 적극 운용해야 하는 셈이다. DB 적립금 확대에 따라 한국증권을 포함한 각 퇴직연금 사업자 적립금 규모도 불어났다. 한국증권의 지난해 말 DB 적립금 규모는 6조5456억원. 1년 전과 비교해 22.9%(1조2189억원) 증가했다. 증감율과 증감폭 모두 업계에서 최상위 수준이었다.
한국증권은 지난해 홍 본부장을 퇴직연금본부 좌장으로 선임하고 본부 내 연금솔루션부를 신설, 시장 대응력을 끌어올렸다. 홍 본부장은 "고객사 실무진부터 경영진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한편 특히 IPS 컨설팅 업무를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며 "지난해 초에는 장기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수요도 상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년 시장은 매크로 환경 변화로 기준금리가 연이어 오르면서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속도는 나날이 빨라졌다. 제도 개선 영향에 DB 적립금 규모는 어쩔 수 없이 커진다하더라도 이를 운용하는 비히클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빠르게 바뀌어갔다. 한국증권이 맡고 있던 적립금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대체투자 수요도 상당했는데 하반기 들어서면서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 비히클 트렌드가 완전히 돌아섰다. 특히 은행 예·적금과 보험사 GIC, 증권사 ELB 금리 수준이 연일 우상향하면서 그 반대급부로 실적배당형 상품 인기는 급전직하했고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올해 시장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지난해 제도 변경으로 웬만한 기업은 현행법상 최소 적립금 기준을 충족한 데다, 고금리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집중 공급되면서 적립금 운용 부담도 줄어들었기 때문. 대형 증권사들이 증권사 발행어음을 운용 비히클로 추가해달라고 당국 측에 요청하고 있지만 성사 여부는 요원하다.
◇DC·IRP 성장세 뚜렷…차별화된 상품 공급 관건
하지만 DB 시장과 달리 DC·IRP 시장은 견고한 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디폴트옵션 제도가 본격 시행되고 사업자별 상품 구성 및 당국 인가 작업이 속속 마무리되면서 올해 적립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시장 공략을 위해 개인 타깃의 컨설팅 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다.
홍 본부장은 "지난해가 디폴트옵션 제도 시행을 위해 준비했던 시기라면 올해는 해당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사업자 간 경쟁이 본격화하는 시기"라며 "비대면 채널 상 고객 컨설팅 업무 등을 강화하면서 한국증권 브랜드를 강화하고 차별화한 상품을 꾸준히 공급하는 것이 향후 중요과제"라고 내다봤다.
실제 정책당국이 디폴트옵션 제도 진척 상황 등을 사업자 평가 항목으로 편입할 것이 유력하다고 전해지면서 각 사업자들의 제도 운영에 대한 부담은 한충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각 사업자들에는 올해 1분기부터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운용 수익률을 분기별로 홈페이지 등에 공시해야 하는 의무도 부과된다.
한국증권 퇴직연금본부는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본부 내 영업 조직인 연금컨설팅 조직을 3개에서 4개로 확대했고, 적립금 규모 확대 추이에 맞춰 현재 110명 안팎 본부 인원을 향후 5년 내 160명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울러 그룹 계열사 간 협력 강화를 통해 신상품도 선제적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실제 한국증권은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 구성 과정에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작년 10월 초 선보인 '한국투자MySuper' 펀드를 편입키도 했다. 이 펀드를 채택한 사업자는 한국증권이 유일했다. 홍 본부장은 "시장 환경을 적시에 반영해 의미 있는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시장 비중 확대를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한국증권 퇴직연금 적립금 총액은 10조7912억원. 전 금융업권 퇴직연금 적립금 총액 기준으로 업계 11위 수준이지만 증권업계 중에서는 미래에셋증권과 현대차증권 등에 이어 3위 규모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원리금보장형 상품 연 평균 수익률은 2.3%, 실적배당형 상품 연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12.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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