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경영권 분쟁]'셈법 복잡한' 카카오, SM엔터 지분 놓고 변수 산적풋옵션 쥔 이수만, 하이브 의도 '안갯속'…장기전 돌입 vs 공개매수 '맞불' 가능성
이지혜 기자공개 2023-02-14 12:49:16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0일 16:0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에 오르겠다고 밝히면서 카카오의 셈법이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의 현 경영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등과 논의해 지분을 인수하고 시너지를 낼 방향을 모색했는데 하이브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여기에 대항하고 나섰다.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에 오르면 카카오는 청사진을 실현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카카오는 이번에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9%가량을 확보한 것을 시작으로 사업적 시너지는 물론 최종적으로 경영권까지 노렸는데 계획대로 움직이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카카오가 이런 상황까지 감수하고 지분 인수를 추진한 만큼 이번 사태에 여러 대응책을 마련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카카오가 하이브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해 3월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에 적극 나서거나 장기전으로 돌입해 사태를 지켜보며 경영권을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카카오, 이미 예상했나…협력 계획 ‘변함없다'
배재현 카카오 CIO(최고투자책임자)가 10일 열린 ‘2022년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배 CIO는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는 장기간 사업협력을 논의했고 이번 거래를 통해 포괄적 사업협력 계약을 체결했다”고만 밝혔다.
배 CIO에 따르면 앞으로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는 △양사 IP와 콘텐츠의 기술적 역량을 결합하고 △글로벌 음원 유통사업에서 협력하며 IP 수익을 극대화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합하는 동시에 △아티스트 공동 기획 △AI, 메타버스, 블록체인 기술 등을 활용한 신사업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10일 오전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의 소액주주 지분을 대상으로 공개매수 신고서를 제출한 것을 놓고 카카오가 공식적 답변을 내놓지 않은 것이다. 이와 동시에 SM엔터테인먼트와 사업협력을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을 놓고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셈법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이브가 이 전 총괄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르겠다고 밝힌 것은 카카오로서 달가울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러나 카카오가 7일 SM엔터테인먼트 현 경영진과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밝힌 시점에서, 이미 하이브와 이 전 총괄의 계획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총괄이 하이브에 보유 지분 14.8%를 넘기기로 계약을 맺은 시점은 9일이다. SM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전환사채를 발행키로 이사회를 열어 결의한 것은 2월 7일인 만큼 이미 카카오도 어느 정도 사태를 예상하고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SM엔터테인먼트와 회사 대 회사로서 사업적 협력을 약속한 것”이라며 “협의한 내용은 바뀌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컨콜에서 구체적 협력방안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장기전 돌입할까,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 '관건'
이에 따라 카카오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카카오가 일단 사태의 추이를 지켜볼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비록 하이브가 이 전 총괄의 지분을 인수하고 공개매수에 나섰지만 최종목적이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확보인지는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이브가 이 전 총괄의 지분을 사면서도 풋옵션을 부여한 만큼, ‘백기사’로서 일시적으로 경영권 방어에 도움을 주는 것일 수 있다”며 “이 전 총괄이 하이브에게서 지분을 되사서 경영권을 다시 찾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처분 신청 등 변수도 많다. 현재 이 전 총괄은 법률대리인으로 법무법인 화우를 내세워 SM엔터테인먼트의 신주와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해뒀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지 여부는 유상증자 신주 납입일인 3월 6일 이전에 나올 전망이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다면 카카오는 당초 계획한대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9%가량 보유할 수 있다. 이 경우 카카오가 시간을 두고 이 전 총괄과 하이브의 의도를 파악하며 투자자로서 협력할 수 있다.
반면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카카오의 지분 확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가 카카오에게는 터닝포인트일 것"이라며 "하이브가 경영권을 얻는 게 최종 목표라면 카카오로서는 차라리 지금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지분 인수 계획이 무산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얼라인파트너스의 행보도 불확실성이 크다. 지금은 얼라인파트너스가 SM엔터테인먼트의 현재 경영진을 압박하며 얼라인-현 경영진-카카오의 연합전선을 만들었지만, 하이브의 승리가 유력해진다면 얼라인파트너스가 하이브의 주식 공개매수 청구에 응해 엑시트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는 더욱 난감한 상황에 몰린다.
◇공개매수로 하이브에 '맞불' 가능성도
반면 카카오가 하이브와 대결을 공식화하며 소액주주 대상으로 공개매수 청구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확보해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복안이 있다”며 “이에 따라 카카오가 하이브보다 가격을 높여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의 지분 14.8%를 인수하기로 계약한 데 이어 10일 공개매수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주당 12만원에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25%가량 확보할 계획이다.
카카오가 이보다 높은 가격에 지분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카카오 관계자는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의 공개매수와 관련해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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