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바이낸스 자금력 충분, 단기수익 아닌 장기 비전에 투자"레온풍 바이낸스 아태지역 총괄 겸 고팍스 신임 대표이사
노윤주 기자공개 2023-02-27 12:29:32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3일 11:1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최대 규모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를 설명할 때면 늘 앞에 붙는 수식어다. 가상자산 하락장에서도 하루 30조원의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다. 거래소 홈페이지 일주일 방문 통계는 1422만회에 달한다. 최근에는 글로벌 비트코인 현물 거래의 98%가 바이낸스에 몰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바이낸스는 올해 무너진 시장 신뢰를 다시 쌓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가상자산 시장 리더로서 지난해 쏟아진 악재를 책임감 있게 수습하겠다는 의지다. 방점을 둔 키워드는 '교육', '투명성', '규제준수' 세 가지다.
이 키워드는 한국 시장에도 적용한다. 올해 고팍스 지분 인수를 진행하며 한국 시장에 발을 들였기 때문이다. 레온 풍(Leon Sing Foong)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겸 고팍스 신임 대표이사(사진)를 만나 올해 바이낸스 경영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무대출·무차입' 기조 이어간다…경영진의 '산업 발전 이바지 철학' 확고해
바이낸스는 설립 이후 단 한차례도 외부 투자를 받지 않았다. 최대주주는 창펑자오(Changpeng Zhao)대표이고 자오 대표를 비롯한 공동설립자들이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무대출, 무차입 기조는 여전히 유효하다. 경영진이 가진 철학에 따라 운영하겠다는 의지다.
풍 총괄은 "바이낸스는 지속 가능한 장기 비즈니스를 지향한다"며 "자극적 서비스로 매출을 올리기보단 기술 및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주주이자 경영진의 뜻"이라고 덧붙였다.
산업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갖고 있다. 지난해 말 조성한 산업회복기금(IRI)이 그 예시다. IRI는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이고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바이낸스가 단독으로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출자한 기금이고 나머지 기금은 바이낸스와 파트너사들이 함께 출자했다.
최근 고팍스에 투입한 자금의 경우 바이낸스 단독 출자 기금에서 출현했다. 풍 총괄은 "사업 모델, 팀 멤버, 장기 비전 등을 고려해 대상을 선정한다"며 "사업성이 뛰어나지만 외부 요인으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이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애니모카브랜드, 폴리곤, 앱토스랩스 등 블록체인 각 분야 전문 기업이 파트너로 참여해 선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준비금증명, 당연히 해야 할 일…투명·안전 두마리 토끼 잡는다
준비금 증명(POR) 제도를 통한 투명성 강화 행보도 계속한다. 바이낸스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 예치금을 대외 공개하는 제도다. FTX가 고객 자산을 무단 사용하며 논란이 됐고 바이낸스는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고안했다.
최근에는 POR 시스템에 영지식 기술을 적용했다. 영지식이란 특정 사안의 진위 여부를 판별할 때 상대에게 참 또는 거짓이라는 사실 외 다른 정보를 일체 노출하지 않는 기술이다. 고객 자산을 외부에 공개하는 만큼 민감한 정보의 유출을 막기 위해 영지식 방식을 도입했다.
풍 총괄은 "투명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자산 규모를 공개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매일 POR 시스템을 업데이트하고 있다"며 "산업 관계자 모두 바이낸스 POR에 접근 가능하도록 '오픈 소스' 형태를 채택했다"고 말했다.
◇한국 진출, 고팍스 경영진 노하우 존중…교육과 리스크 해소에 방점
바이낸스는 지난해 말부터 인도네시아 토코크립토, 일본 사쿠라익스체인지, 한국 고팍스 등 아태지역 주요 가상자산거래소를 인수했다. 풍 총괄은 "규제를 준수하면서 각 국가에 진출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한다"며 "일부 국가는 라이선스 획득 과정이 길고 복잡해 기존 거래소를 인수하는 게 가장 합리적일 때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진출도 확대한다. 태국서는 걸프에너지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했고, 캄보디아서는 금융당국과 가상자산 규제를 함께 만들고 있다. 풍 총괄은 "현지 상황에 따라 '바이낸스 닷컴'으로 직접 진출할지 또는 유망 기업에 투자할지 결정한다"며 "최근 투자한 고팍스는 한국 시장에 대한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낸스는 한국의 시장 형태가 특수하다고 분석했다. 유독 외국계 기업이 성공하기 어려운 형태라고 봤다. 타 국가의 경우 스테이블 코인 마켓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국내서는 원화-코인간 거래가 거래량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는 "고팍스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있다"며 "제네시스 캐피탈 자금난으로 고파이 상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업계 리더로서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망한 기업이 사업을 지속 운영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풍 총괄은 바이낸스의 한국 사업 전략을 "가상자산업의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라는 한마디로 표현했다. 그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고객 교육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객이 자신이 가입한 상품이 무엇인지, 투자한 가상자산은 어떤 비전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스테이킹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디파이는 어떻게 구동하는지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며 "고객이 가진 정보가 풍부해질수록 거래소 상품의 다양성과 안전성도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능하다면 고팍스를 통해 리스크 관리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싶다"며 "사업이 규제를 벗어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이를 바로잡아 줄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객과 소통하는 상장심의위원회도 고려 중이다.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상장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거래소가 되겠다는 의지다.
풍 총괄은 "신규 상장은 바이낸스 매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그렇기에 더욱 꼼꼼히 검토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저수, 월렛 구축 현황, 실용성(유틸리티) 등을 따져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라고 판단했을 때만 상장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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