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조현준표 벤처투자, 올해부터 속도낸다 올해 5월부터 500억원 단계적으로 출자...소재 외에 DX·ICT에도 투자
정명섭 기자공개 2023-02-27 11:31:55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3일 15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효성그룹이 미래 먹거리,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스타트업 투자를 올해부터 본격화한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사진)이 평소 급변하는 트렌드와 기술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외에도 디지털 전환(DX), ICT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효성그룹, 오는 5월 효성벤처스에 첫 출자
23일 효성그룹에 따르면 ㈜효성과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은 오는 5월에 효성벤처스의 출자조합 ‘효성씨브이씨스케일업신기술사업투자조합’에 출자를 시작한다. 이들의 출자 약정액은 총 300억원이다. ㈜효성이 100억원, 나머지 계열사들은 50억원씩 출자한다. 효성벤처스가 지난해 말 산업통상자원부의 ‘CVC 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으로부터 출자받기로 한 200억원까지 합쳐 총 500억원이 운용된다.

효성벤처스는 효성그룹이 지난해 7월 자회사로 설립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다. CVC는 일반적인 VC와 달리 회사 법인이 소유한 벤처캐피털을 의미한다. 주로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거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기존에는 금산분리 규제로 지주회사가 CVC를 설립할 수 없었으나, 지난해 7월 규제가 완화되면서 국내 주요 그룹들도 CVC를 설립하기 시작했다. CVC 도입이 허용된 후 GS그룹과 동원그룹, 효성그룹, 포스코, CJ그룹, 에코그룹 등을 포함한 9개 지주사가 CVC를 설립했다.
효성벤처스는 현재 김철호 효성 전략본부 소속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그는 1967년생으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UC버클리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스틱인베스트먼트, 도이치뱅크 등 IB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보유한 투자 전문가로, 지난해 3월 효성 전략본부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그는 일진그룹 열의 벤처캐피털인 일진투자파트너스의 초대 대표를 맡기도 했다.
◇조현준 회장, 평소 애자일 경영 강조...소·부·장 국산화도 추진
효성벤처스는 벤처 투자를 통해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조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CVC다. 조 회장은 그동안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변혁의 시기에 회사가 생존하고 성공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속도와 효율성에 기반한 ‘민첩한(Agile, 애자일)’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2021년 효성그룹 창립 55주년 행사에서도 강조한 말이기도 하다.
애자일은 '날렵한', 민첩한', '기민한'이라는 의미로, IT업계에서 짧은 주기의 개발단위를 반복해 큰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방식을 뜻한다. 조 회장은 전통적인 제조기업인 효성그룹이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같은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효성벤처스의 투자 영역이 소·부·장 분야뿐만 아니라 디지털전환, ICT까지 포함하고 있는 이유다.
조 회장은 효성벤처스 투자로 소·부·장 부문의 핵심 원천 기술을 국산화하는 목표도 세웠다. 그는 2019년 효성첨단소재 전주 탄소섬유 공장에서 열린 신규 투자 협약식에서 한국이 소재 강국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일본이 한국을 수출 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수출무역관리령을 공포할 때였다. 일본의 글로벌 탄소섬유 시장 점유율은 60~70%에 달한다. 한국도 일본산 탄소섬유를 주로 수입해서 쓰고 있다.
효성그룹은 소재 국산화의 선봉장 역학을 해왔다. 2000년대 초반부터 탄소섬유 개발을 시작해 2013년에 국산화에 성공했고, 지난해 말 우주·항공 분야에 쓰이는 초고강도 탄소섬유를 국산화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다. 탄소섬유의 미래 가치에 주목해 독자기술 개발에 정진한 결과다. 효성그룹은 2028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탄소섬유 시장 점유율을 11위에서 3위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효성벤처스는 소·부·장 스타트업 활성화, 한국의 소재 강국 등극, 디지털 전환 등 조 회장의 평소 경영·투자 철학에 따라 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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