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3월 02일 10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물의 세계에서 탈피와 성장은 분리할 수 없는 단어다. 가재 같은 갑각류는 물론 거미 등 절지동물, 파충류나 양서류도 탈피를 거치며 성장하기 때문이다.올해 스타트업 시장을 잘 표현해주는 단어도 탈피가 아닌가 싶다. 메마른 유동성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성장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해 도산하는 기업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펀딩을 위해 외형을 확장했던 CEO들은 손익분기점(BEP) 도달을 목표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탈피를 시도하는 스터트업들의 움직임으로 상반기가 분주하게 흘러가고 있다.
존폐기로에 선 스타트업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점은 사전에 충분한 경고가 있었다는 점이다. 배달대행업체 메쉬코리아와 만나코퍼레이션이 대표적이다.
메쉬코리아가 위기에 빠졌던 이유는 무리한 사업 확장에 대한 경고를 무시한 탓이다. 본업에 집중하기보다 큰 비용이 드는 사륜배송·풀필먼트에 몰두했고, 기업가치 1조원을 운운하다 투자 유치 기회를 놓쳤다. 일부 임원과 주주들이 수차례 쓴소리를 했지만 바뀌지 않았고, 결국 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
만나코퍼레이션은 이를 반면교사 삼기보단 뒤따르고 있다. 작년 사륜배송 신사업에 공을 들였고, 경쟁사 라이더를 빼앗기 위해 총판대여금(라이더 대상 대출 서비스)에도 많은 비용을 쏟았다. 그러나 현대차 투자 유치 무산으로 자금난에 빠지면서 사륜배송 사업부 매각과 인력 감축, 회사 지분 매도를 추진하고 있다.
배달대행업체뿐만 아니라 많은 스타트업이 과거의 선택으로 덫에 결려있다. 그린랩스가 1700억원을 투자 받은 지 1년 만에 자금난에 처한 이유도 무리한 사업 확장이었다. 브랜디는 재작년 남청라IC 복합물류센터Ⅱ 선매매 계약을 맺으며 물류 투자에 뛰어들었지만, 올 초 잔금 납입에 실패하며 계약금 145억원을 날리기도 했다. 오판의 대가가 하나둘씩 드러나며 자본시장에 큰 경고음을 내고 있다.
반대 사례도 있다. 중국어 교육 스타트업 차이나탄(현 어스얼라이언스)은 한때 중국 사드 보복 사태로 중국어 교육 니즈가 줄면서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지만 작년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기존 교육 영상 제작 노하우와 인프라를 활용해 주력사업을 경제 유튜버 솔루션으로 전환한 덕분이다. 올해 2월 기준 크리에이터 64명, 구독자 약 1000만명을 거느린 미디어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동물들은 탈피에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다리가 잘리거나 죽는다. 생존과 성장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탈피다. 스타트업 역시 탈피를 거쳐 살아남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다. 풍부한 유동성만 믿고 오판을 했다면 빠르게 전략을 바꿔야 한다. 본업에 집중하고 내실을 다지는 것이 자본시장 침체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해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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