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3월 10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말 닻을 올린 민선 8기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서 벌써부터 말들이 많다. 경기도의회 의원 40명이 GH를 상대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 출신들의 놀이터'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면서다. 김세용 신임 사장이 일부 측근을 본부장 자리에 앉혔다는 내용이 골자다.그런데 막상 성명서를 들여다보면 우려와 의혹에 기인한 지적만 보일 뿐 타당한 근거는 찾기 어렵다. 임원 공모를 거쳐 임명된 본부장급 인사 중 SH출신이 많다는게 주된 근거다. 하지만 5명의 GH 본부장 가운데 SH에서 장기근무한 본부장은 정작 1명 뿐이다.
공모 절차에 하자가 없었다는 팩트를 감출 수 없었는지 도의회는 '절차가 공정했어도 임원 대다수가 특정회사 출신으로 채워진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난해한 논리를 펼치는 중이다.
야권 소속인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세용 GH 사장이 막 임기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견제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성명서를 낸 40명의 명단이 여당 의원으로 이뤄졌다는 점과 야당 대표가 도지사를 지낸 시절까지 언급했다는 점을 미뤄보면 정치색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
여권 도의원들이 내부에서 발생한 내홍을 잠재우기 위해 시선 돌리기용 성명서를 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의장을 지낸 전 대표의원에 대한 불신임안과 효력정지안를 놓고 법정 분쟁을 벌이는 중이다.
물론 도의원들의 지적이 전혀 허황된 우려인 것만 아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인물일지라도 편중된 인사구성으로 인해 독단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모 절차와 청문회까지 거친 임원 임명이 뚜렷한 근거 없이 정치적 이슈로 번진다는 건 표를 행사한 경기도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의미와 같다.
지난해 전직원 투표로 선출된 GH의 노동이사는 입장문을 내놓으며 젠틀한 톤으로 대응했다. 임원은 절차를 거쳐 임명됐으며 내부 자정작용을 믿어달라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살기 좋은 경기도 건설과 경기도민의 복지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도의원들께 다시 한 번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는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부와 지자체가 출범한 지 약 10개월이 지났다. 여야는 쉽사리 잡히지 않는 부동산 문제를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중이다. 주택도시공사는 그 중심에서 정쟁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서로를 힐난하는 단계를 넘어 근거에 바탕을 둔 견제와 균형을 통해 신뢰와 전문성을 높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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