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3월 10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지주 '임종룡 호'가 출범했다. 임 내정자의 회장 취임은 조만간 열릴 주주총회를 통해 공식화된다. 앞서 임 내정자는 인사를 통해 출항을 알렸다. 첫 번째 인사에는 '개혁과 쇄신'의 메시지가 담겼다.관 출신이고 외부에서 들어온 CEO인만큼 안정을 택할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 밖의 강도 높은 쇄신이었다. 조직을 통폐합하고 세대교체를 하고 파격을 줬다.
사실상 자회사 CEO들은 전원 교체 대상이었다.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 이원덕 행장도 자진 사퇴했다. 임 내정자에게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우리금융지주의 조직도 축소하고 인력을 줄이기로 했다. 회장 비서실은 폐지하고 11개 부문의 조직을 9개로 줄이는 등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은행은 영업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의 조직 개편도 했다.
세대 교체에도 나섰다. 지주부문장에 본부장급 2명을 파격 발탁한 것에 눈길이 간다. 신설된 미래사업부문에 상무급을 앉힌 것은 파격이었다. M&A 등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자리에 젊은 피를 수혈했다.
임 내정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임 내정자는 관료 출신이다. 기획재정부를 거쳐 금융위원장까지 지냈다. 금융지주 회장 역할은 이번이 두번째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한 차례 지냈고 금융위원장을 지내다 다시 우리금융 회장으로 돌아왔다.
민간 경험이 있지만 '관 출신'의 아우라가 더 강하다. 우리금융은 관과의 소통이 필요했다. 증권사를 인수해야 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야 하는 우리금융 입장에선 임 내정자의 커리어가 유리하다. 임 내정자를 회장으로 추대한 결정적 이유다.
임 내정자의 첫번째 인사를 두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배구조, 금융지주의 경쟁력 강화,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여러 노력을 하는 모습"이라며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이런 우리금융의 방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임종룡 호가 맞닥뜨린 현실은 녹록치 않다. 금융환경은 복잡하고 금융당국의 압박도 거세다.
미국 발 기준금리 인상 분위기에 부동산 경기가 불안하다. 부실 자산이 얼마나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언제 어디서 리스크가 발현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연일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주인없는 회사의 지배구조를 다시 보겠다고 했고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놓고 '은행이 돈을 너무 많이 벌면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대출금리를 깎아주라는 압박에 은행들은 '너도나도 상생하겠다'고 금리인하 대열에 동참했다.
이런 와중에 새로운 CEO들에게 주주들은 성과를 기대한다. 주주환원을 높여야 하고 해외 투자자들도 추가로 영입해야 한다. 임 내정자는 돈을 많이 벌지 말라는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 수익을 내야 하고 그 돈으로 증권사를 인수해야 하고 주주환원까지 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여기에 더하면 혼란스럽기만 한 우리금융 내부 정치도 같이 풀어야 한다.
임 내정자에겐 관치금융이란 꼬리표가 따라 다닐 수 밖에 없다. 완전 민영화가 된 우리금융에 입성한 관 출신 CEO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주주인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마저 내부 인사가 CEO로 올라섰다. 정부 지분을 다 매각해 완전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금융이 관료 출신 CEO를 영입한 것은 찜찜하다.
임 내정자는 첫번째 인사를 통해 개혁과 쇄신의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본인의 CEO 등극 자체는 과거로의 회귀에 가깝다.
임 내정자의 역할은 다른 금융지주 회장보다 더 복잡해 보인다. 정부와 관계도 생각해야 하고 주주들에게 수익도 안겨줘야 하고 공공성도 확보해야 한다. 차기 CEO 선발을 위한 지배구조 시스템도 다듬어야 한다. 과거의 꼬리표를 매단 채 완수해야 하는 일들이다. 쉽지 않은 길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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