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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오른 HMM 매각]매각 복병 CB·BW…산은 통큰 결단 내릴까정부차원 민영화 기조, 거래 부담될 요소 최소화 전망

고설봉 기자공개 2023-03-13 08:22:21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0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순항할 것으로 예상되는 HMM 매각의 복병은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다.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물량을 모두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두 기관의 HMM 보유지분율은 74%를 넘어서게 된다.

최근 시장에선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CB와 BW 등 영구전환사채 조기상환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부 차원에서 HMM 민영화 방침이 결정된 만큼 매각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또 매각 과정에서 남은 영구전환사채 처리에 대한 논의도 원매자와 따로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금융권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HMM 민영화 작업을 공식화 한 뒤 CB와 BW 등 영구전환사채 처리 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수 후보군으로 지목된 원매자들도 영구채 처리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적극적인 인수 검토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산은과 해진공 등이 HMM 매각 관련 용역 수행기관 선정 공고에도 이 문제가 언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용역 주요 내용에는 HMM 매각의 핵심인 ‘주식관련채권의 처리방안’이 포함됐다.

HMM 매각을 둘러싸고 매도자인 산은과 해진공과 잠재 원매자로 분류되는 다양한 대기업그룹 등이 모두 영구전환사채 처리 방안에 관심을 두고 있다. HMM 민영화 성패를 좌우할 핵심 이슈라는데 공감대가 형성된 모습이다.

이번 매각을 주도하고 있는 산은 내부에서도 고심이 커지고 있다. 영구전환사채 처리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은과 해진공이 HMM에 제공한 영구전환사채는 모두 국고를 기반으로 지원한 공적자금이기 때문이다.

HMM은 산은과 해진공을 상대로 지난 2018년 10월부터 2020년 4월까지 6회차(192~197회)에 걸쳐 총 2조6800억원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메자닌(CB·BW)은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이다.



문제는 영구전환사채 문제를 매각 초기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을 경우 향후 HMM 민영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CB와 BW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지분율은 74%선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산한다.

산은과 해진공 보유 지분이 더 늘어날 경우 HMM 매각가는 최소 7조원 안팎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미 HMM 매각가는 현재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지분 총 40.65%를 근거로 최소 4조원대를 훌쩍 넘어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산은 안팎에선 CB와 BW 주식 전환에 대해 보수적 입장이 감지된다. 이미 매각가가 높아 원매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매각가를 더 높이는 악수를 두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정부 차원에서 HMM 민영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산은이 브레이크를 거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산은 등이 CB와 BW 조기상환을 허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HMM 현금성자산은 5조원에 달한다. 이에 HMM은 올해 10월 만기 도래하는 총 1조원의 CB와 BW의 조기상환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다.

산은이 구조조정대상 기업에 지원한 CB와 BW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조기상환 받은 사례는 많다. 가장 최근 사례는 아시아나항공이다. 산은과 수은은 지난해 7월 아시아나항공이 1800억원 규모 CB의 금리 스텝업을 앞두고 신청한 중도상환을 받아들였다.

아시아나항공 CB 조기상환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아시아나항공은 CB 조기상환 당시 대한항공과 M&A가 추진되고 있었다. 이 M&A는 산은이 주도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산은이 대한항공을 원매자로 낙점해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을 이어오는 가운데 CB를 주식전환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HMM 매각은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미 산은은 매각 공고를 내기 이전부터 매각 로드맵을 구성해 오는 7월 이전 대부분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 후보군도 풍부하다. 현대차그룹과 LX그룹을 비롯해 포스코그룹과 CJ그룹, SM그룹, 삼성SDS 등이 언급되고 있다.

산은과 원매자간 영구전환사채 처리 방안 등을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은 충분히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에서도 HMM 민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 매각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최소화 하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인수합병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을 드러낸 곳은 없지만 저마다 인수 검토단 성격의 조직을 만들어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산은의 전환사채 처리 방안 계획이 우선 나오면 잠재 원매자들도 발빠르게 산은과 적극적 인수 의사 타진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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