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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일제지, '3.5억' 없어서 법정관리 신청했다? "어음 못막아" 표면적 이유, '현금성 자산 12억+유동화 가능 부동산 418억' 보유

이명관 기자공개 2023-03-31 08:08:50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8일 14: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일제지의 법정관리 신청 배경을 두고 시장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고의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국일제지 법정관리 사유는 이자 미지급이다. 채권단에선 단 '3억원'이 없어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점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세금 명목의 3억원을 고의로 납부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회생신청까지 이졌다는 것이다.

국일제지의 재무상태를 고려할 때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국일제지는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12억원 정도다. 여기에 유동화 가능한 부동산도 다수 보유 하고 있다. 마음만 먹었으면 얼마든지 납부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일제지의 채권자들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관련 재판 자료를 열람했다. 앞서 지난 24일 법원은 국일제지에 대한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관련 내용을 살펴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법무법인 시아가 대표격으로 나서고 있다.

채권단 측은 기존 경영진의 기만 행위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법정관리 신청 과정에서 투자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했는지 여부다. 우선 채권단은 우선 국일제지가 이유로 든 법정관리 사유부터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국일제지가 법정관리 이유로 든 사유는 단기 은행 어음 미상환이다. 보유 현금이 없어서 어음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단기 어음 규모로 3억5000만원 정도다. 시가총액이 2000억원을 넘어섰던 회사가 단 3억원대 어음을 상환하지 못했다는 것부터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보유 현금성 자산과 유동화 가능한 투자부동산의 존재 때문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국일제지는 지난해 말 기준 12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일단 보유 현금성 자산만 가지고도 충분히 어음을 상환할 수 있었다. 만약 일시적으로 잔고가 비었다고 하더라도 투자부동산의을 유동화하면 됐다. 국일제지는 경기도 용인, 경상남도 거제, 충청남도 아산 등 3개의 투자 부동산이 있다. 장부가 기준으로 보면 총 418억원에 이른다. 금액 기준 경기도 용인과 충청남도 아산 소재 부동산 중 하나만 처분했어도 충분히 도산을 막을 수 있었다.

최우식 국일제지 대표는 이번 법정관리의 원인을 제공한 이로 지목된다. 개인의 일탈이 원인으로 꼽힌다. 최 대표는 사채를 끌어다 쓰고, 이를 갚기 위해 허위로 경영권 매각 공시를 했다는 정황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나름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황상 고의적으로 회생신청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우선 회생신청을 하고 이후 기존 대주주가 반대매매를 통해 남은 이익을 통해 회사에 증자를 해 지배력을 늘리겠다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물론 시나리오일 뿐이다. 다만 실제 이 같은 의도를 갖고 있었더라도 현실화되긴 어려울 것으러 관측된다. 일단 채권단이 적극적인 법적 공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법정관리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증자에 참여하는 것은 고사하고, 기존 보유 지분에 대한 징벌적 차등감자까지 이뤄질 공산이 크다. 회생을 거치면서 최 대표는 지배력을 상실할 것이 유력시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음 상환할 자금이 없었다는 이유는 핑계일 뿐"이라며 "현금도 있었고, 유동화할 자산도 있었던 상황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것 자체에 어떤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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