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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투 수소경제]그레이수소 머물러있는 롯데케미칼, 청정수소 생산 언제쯤④청정수소 비즈니스 시점 2026년 전후 추정...인프라 구축 박차

이호준 기자공개 2023-04-07 07:45:46

[편집자주]

수소는 에너지 전환을 논할 때 빠짐없이 거론되는 에너지원이다. 친환경적일뿐 아니라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이라 '꿈의 연료'라고 불린다. 아직까지는 수소경제로의 진입에는 풀어야 할 기술적, 경제적 문제가 산적하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인 셈이다. 하지만 탄소중립을 위해 각광받아온 수소에 대한 정부 및 시장의 관심이 사그라드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에 수소 경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 더벨이 수소 산업과 관련한 우리나라 및 세계 각국 정부의 지원 정책과 국내 기업의 사업 현황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5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의 숨 가빴던 1년이 지나갔다. 다만 미래 비전 발표가 끝나고 시장의 기업에 남은 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롯데건설 유동성 지원, 다운사이클에 들어간 석유화학 업황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진행된 수소 사업 역시 회사의 성장 전략을 뒷받침할 새 사업이자 체질 전환을 위한 변곡점이다.

롯데케미칼이 수소경제로 가는 길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암모니아 생산을 통해 수소 사업을 확대하는 것인데, 계열사 간 시너지 발휘가 예상된다. 다른 하나는 수소 인프라 사업을 키우는 것이다. 성장성이 큰 대신 당장의 기술적·경제적 한계가 명확해 합작사를 중심으로 한 추진 전략을 가져가고 있다.

◇아직 '청정수소' 생산 단계 아니지만

롯데케미칼의 수소 사업은 1년 전과 비교해 큰 진전이 없다. 여전히 석유화학 공정 단계에서 나오는 부생수소, 이른바 '그레이 수소'만 생산 및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김교현 부회장이 이야기한 "2030년 청정수소 120만톤(t) 공급"이라는 목표만 남아있다.

그렇다고 구호로만 남게 될 얘기로 단정 지어선 안 된다. 증권업계가 추정하는 롯데케미칼의 수소 비즈니스화 시점은 2026년 전후다. 예컨대 회사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는 기술(CCS)을 이용해 블루수소를 생산하려 한다. 설비 검토 단계를 거치고 있는데 업계는 CCS 적용부터 블루수소 상용화까지 2026년 전후가 될 것으로 본다.

수소 인프라 구축 시점도 다가온다. 정부는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수소·암모니아 혼소 발전을 시행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2027년까지 실증을 완료할 예정이다. 또 해외에서 그린수소를 들여와 연료전지나 수소차 충전소에 에너지로 활용할 예정이라 곧 회사의 실질적인 성과 측정도 가능하게 될 거란 관측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롯데 같은 대기업이 연간 120만t의 청정수소를 생산하겠다고 밝힌 데에는 그만큼 많은 준비과정을 거친 데 대한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며 "블루수소는 기술력 확보가 쉬워 목표 달성이 큰 이슈는 아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단위: 조원, 네모 칸은 향후 투입액

◇롯데케미칼의 믿는 구석, '시너지·합작사'

롯데케미칼 자체의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 아직까지 롯데케미칼보다 청정수소를 더 많이 생산하겠다고 선언한 기업은 없다. SK E&S가 2025년까지 청정수소 생산량을 연 25만t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정도다. 수소의 생산부터 유통, 활용에 이르는 전 밸류체인을 모두 공략하는 것도 롯데케미칼의 큰 장점이다.

믿는 구석에는 자회사인 롯데정밀화학과의 시너지 효과가 있다. 특히 롯데정밀화학의 암모니아 인프라를 활용하면 미드스트림(운송 및 저장, 유통) 장악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롯데정밀화학의 케미칼사업부는 암모니아를 판매하고 있다. 현재 회사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수소는 화학적 변환을 통해 비교적 가벼운 암모니아로 저장된다. 이후 저장 방식과 운송 거리에 따라 파이프라인 등으로 운송된다. 롯데정밀화학은 국내 최대 규모의 암모니아 저장 설비를 갖고 있다. 국내 암모니아 유통 물량의 3분의 2도 담당한다. 롯데케미칼이 청정수소를 생산하고 롯데정밀화학은 이를 저장·유통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합작사' 전략도 믿는 구석이다. 롯데에스케이에너루트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0월 출범했는데 롯데케미칼과 SK가스가 각각 45%를, 에어리퀴드코리아가 10%의 지분을 갖는 합작법인이다. 부생수소 기반의 수소 발전사업과 수송용 수소사업을 맡을 예정이다.

두 달뒤 설립된 롯데에어리퀴드에너하이도 마찬가지다. 역시 프랑스의 산업용 가스 회사 에어리퀴드와의 합작사다. 현재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 부생수소를 활용한 고압 수소출하센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연간 수소 목표 생산량이 5500t 이상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왼쪽부터 황진구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대표, 윤병석 SK가스 대표, 니콜라 푸아리앙 에어리퀴드코리아 대표

◇수소 탱크 사업, 발전사업 등에 달렸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2030년 매출 목표 50조원 중 5조원이 수소 분야 매출액이다. 회사 실적에 단번에 부스터를 달아줄 회심의 카드인 것은 맞지만 곳간 사정은 한정적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예컨대 롯데케미칼은 현재 수소 외에도 배터리 소재 사업과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조성 계획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도 수행 중이다.

실제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자본적지출(CAPEX)은 2조6000억원이었다. 이중 주된 지출은 동박 사업회사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있었다. 이에 더해 다운사이클에 들어간 석유화학 업황 등을 이유로 지난해 회사의 신용등급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하향된 상태라 투자의 우선순위가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롯데케미칼 수소에너지 로드맵

아직 수소에서는 연료전지 발전소 건설을 위해 SK가스 등과 3000억원을 나눠서 낸다는 식의 발표만 나오고 있다. 수소 사업이 '선투자 후비즈니스'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2026년 전후로는 지속적으로 투자 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관측이다. 아직 발을 걸친 수준인 수소 탱크 사업, 발전사업 등이 자금 집행이 이뤄질 분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당장은 청정수소 120만t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비즈니스 시점은 암모니아 혼소 발전의 상용화 시점을 전후로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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