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4월 10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청호나이스 진천공장엔 지난달부터 의미있는 변화가 생겨났다. 협력사들의 부품 불량률 데이터를 전산화한 것. 그간 수기 작업으로 진행해오던 규격 적합 판정 검사를 자동화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기존 인력들을 다른 공정에 재투입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청호나이스는 '다품종 소량생산'에 최적화된 라인을 갖추고 있다. 한 라인에서 난이도가 제각각인 여러가지 모델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모듈화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작업자들에 맞춰 공정 난이도를 단순화시키고 품질 관리 등이 경쟁력이다. 협력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생산량을 균일하게 이어갈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구상 중이다.

◇1시간에 100대…모듈화로 공정 효율 업

지난주 청호나이스 진천공장은 에스프레카페 정수기 생산이 한창이었다. 진천공장은 매주 제품 생산계획을 설정한다.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커피를 만들어 먹는 수요가 생겨나면서 아이스트리 직수 얼음냉온 정수기, 에스프레 카페 등 제품 수요가 늘어난 점을 반영했다.

1층에 들어서니 직선형태로 길게 생산라인이 뻗어있었다. 라인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한 라인의 공정 작업이 세분화해 있었다. 도입부인 유니트 라인부터 완성 후 포장 단계까지 라인 길이가 길게 이어졌다.

김영생 청호나이스 제조본부장(상무)은 "하루에 라인 체인지는 4~5회 정도 이뤄지는 편"이라며 "완성품 하나를 만드는데 작업자 한 명 당 1.7대를 만든다, 총 50명의 작업자수를 감안하면 한 시간에 100대가 생산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유니트 라인에서 처음 맞이한 건 컴프레셔, 그리고 물통 모양의 부품이었다. 네모난 물통은 단열에 강한 스티로폼 소재로 외벽이 감싸진 형태였다. 그 안에는 얼음을 얼릴 수 있는 핑거 타입의 에바포레이터와 정수된 물이 받아지는 통 등이 들어있다. 사실상 정수기의 가장 핵심 역할이다.

물통 겉면으론 각종 센서, 와이어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작업자들은 수작업으로 이 모든 부품들과 와이어선들을 하나하나 연결시키고 용접하고 있었다. 작은 공간 안에 수많은 밸브 등 전장부품을 모두 집어넣어야 하는 만큼 세밀함을 요하는 작업들이다. 로봇은 아직 정확한 위치를 맞추기 어렵다는 판단에 수작업으로 대체하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철사와 종이 등 서로 다른 재질을 이어붙이는 공정이었다. 청호나이스 진천공장 한 관계자는 "이건 락슬리브(Lock Sleeve) 솔루션인데 반지 같은 링 형태로 압착시켜 가스가 새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라며 "용접으로는 서로 다른 재질을 융합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도입했다, 정수기업계에선 많이 사용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청호나이스는 2017년부터 락슬리브 솔루션을 직접 라인 위에 적용하고 있다.

정수기에 냉매를 넣는 모습도 보였다. 압이 차면 냉매를 넣기 어렵기 때문에 배관에 있는 공기를 모두 빼서 진공상태로 만든 후 넣는다. 작업자 마다 냉매가 지나가는 유로를 용접하기도 하고, 얽혀있는 전선을 정리해서 PCB에 와이어를 꽂고, 물배관을 연결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업무를 분업하는 모습이다. 마지막 세개 필터를 연결한 뒤 완성품이 탄생했다.

청호나이스는 생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협력사와의 관계유지에 주력하는 편이다. 청호는 다품종 소량체제에 최적화해 있다. 한 라인 위에서 난이도가 제각각인 여러 모델을 소화해야 하는데, 가용할 수 있는 작업자수 조차 한정적이다. 공수를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모듈화다. 작업자들의 조립 공정 난이도를 단순화해 생산능력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인데 협력사와의 상생이 전제돼야 하는 작업이다.

2층에서도 정수기, 온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멀티라인이 가동되고 있었다. 청호나이스 생산팀 관계자는 "작업자들은 라인 체인지에 익숙해져 있다"며 "2시간 동안 에스프레카페만 만들다가도 다음 모델 생산에 이내 적응할 수 있는 기술적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 효율적 협력사 관리 가능해지나

청호나이스는 자재·물류창고가 생산공장 밖에 별도로 존재한다. 물류창고 1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부품 검사실이 위치한다. 협력사로부터 공급받은 부품들 중 합격품만 걸러내기 위한 곳이다. 물류창고, 구매자재 창고와 연결돼 있어 배송된 부품들을 빠르게 옮겨 샘플링 작업을 할 수 있는 구조다. 여기선 현미경 검사, 내전압 검사, 센서 검사, 전장대 검사, 차압 검사, 물 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진행한다.

물류창고로 이어지는 통로에는 큰 모니터 화면이 하나 서있었다. 5~6명의 직원들이 대형 모니터를 둘러싸고 회의 중이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협력사들의 부품 정보가 담긴 전산 시스템이었다. 부품이 규격에 적합하냐, 적합하지 않느냐부터 각종 정보를 총 망라해 모아둔 체계다. 냉매 충전량 정보부터 시작해 생산 시기, 불량률 등 각종 정보가 담겨있다.

협력사 부품 데이터 전산시스템은 지난달부터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전까진 모두 수기로 작성하던 업무다. 협력사들이 먼저 정보를 입력하면, 이를 토대로 청호나이스도 바로 옆 부품검사실에서 직접 규격 적합여부를 판단한 데이터를 입력해 크로스 체크를 한다.

협력사 관리도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진다. 검사마다 집중 관리할 곳과 아닌 곳을 구별해 진행하면 더 효율적이다. 검사 관련 인력도 타업무로 돌려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특정 부품에서 불량이 발생할 경우 바코드를 통해서 연관 제품들까지 다 추적 가능하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해나갈 예정"이라며 "추후 쌓인 데이터를 토대로 통계적 분석을 통해 불량검사 업무를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종적으로는 불량률이 적은 업체들은 무검사하는 수준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층에는 '원인분석실'이란 특별한 공간도 존재했다. 반품된 제품들을 뜯어 분해해보고, 불량의 원인을 찾아내는 곳이다. 제품 품질 개선을 위한 청호나이스의 끈질긴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바로 옆 종합실험실에서도 제품 온도, 습도 등 환경적 변화에 따른 오작동 여부를 판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