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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투 수소경제]현대차, 수소차 전략 변화 줄까⑦상용차만으로도 시장 주도권 가능....승용차는 일단 R&D 집중

조은아 기자공개 2023-04-11 09:30:27

[편집자주]

수소는 에너지 전환을 논할 때 빠짐없이 거론되는 에너지원이다. 친환경적일뿐 아니라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이라 '꿈의 연료'라고 불린다. 아직까지는 수소경제로의 진입에는 풀어야 할 기술적, 경제적 문제가 산적하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인 셈이다. 하지만 탄소중립을 위해 각광받아온 수소에 대한 정부 및 시장의 관심이 사그라드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에 수소 경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 더벨이 수소 산업과 관련한 우리나라 및 세계 각국 정부의 지원 정책과 국내 기업의 사업 현황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7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90년대 후반 미래 친환경차 시장 패권을 놓고 전망이 엇갈렸다. 하이브리드, 클린 디젤, 궁극의 친환경차로 평가받던 수소차, 수소차 대비 상대적으로 기술적 난이도가 낮은 전기차 등을 놓고 각 자동차회사들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현대차그룹은 일찌감치, 나홀로 수소차를 선택했다. 가장 어려운 길이었지만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었다. 첫발은 나쁘지 않았다. 2005년 주행거리 384㎞에 이르는 연료전지시스템을 독자 개발했을 당시 내부에서는 '결국 친환경차 패권은 수소차가 쥐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팽배했다.

상황이 달라진 건 2000년대 후반부터다. 친환경차 시장의 무게중심이 전기차로 이동했다. 후발주자였던 현대차그룹은 한동안 전기차에 집중했고 선발주자들을 따라잡는 데도 성공했다.

수소차는 어떨까? 여전히 수소차와 전기차를 모두 공략한다는 '투트랙' 전략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일부 전략을 수정하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기존 승용차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졌으나 몇 년 사이 상용차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상용차를 중심으로 양산과 보급에 집중하되 승용차 연구개발(R&D) 역시 이어가고 있다.

◇1988년부터 연구 시작...시장에서 독주 중

흔히 말하는 수소차는 수소연료전지차(FCEV)다. 수소를 통해 발생시킨 전기를 동력원으로 삼는다. 기존 전기차가 배터리를 통해 움직인다면 수소의 경우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직접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수소차는 전기차보다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난제가 많지만 그만큼 장점도 많다. 전기차보다 주행거리가 길고, 충전시간은 짧다. 전기차 배터리보다 원료 조달도 상대적으로 쉽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리튬 고갈의 위험이 있으나, 수소의 원료가 되는 물은 어디서든 쉽게 얻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1988년부터 수소차 관련 연구를 시작해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차 개발에 성공했다. 수소차 관련 독자기술도 여럿 보유하고 있다. 2018년 세계 수소차 중 가장 긴 주행거리(5분 충전 609km 주행)를 자랑하는 넥쏘(NEXO)도 선보였다. 넥쏘의 부품 국산화율은 99%에 이른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수소차 관련 계획을 재정비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해 말 임원 인사를 통해 그동안 수소 사업을 담당해 온 부사장급 수소연료전지개발센터장과 수소연료전지사업부장을 모두 교체했다. 기존보다 개발 목표도 높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굳이 서두를 필요도 없어졌다. 전기차 시장에서 성과를 내며 잘 대응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미 다른 자동차회사들과 기술력 격차가 큰 데다 글로벌 자동차회사 대부분이 수소차를 만든다는 계획조차 없다는 점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수소차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수소차 판매 대수는 총 2만690대였는데 이 가운데 현대차 넥쏘가 1만1179대로 54%를 차지했다. 2위와 격차도 크다. 일본 도요타의 미라이는 3691대(17.9%) 판매되는 데 그쳤다.

앞으로도 독주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소 승용차를 출시한 곳은 현대차, 도요타, 혼다밖에 없다. 이 가운데 혼다는 수소차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자동차회사들은 대부분 수소차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 폭스바겐은 애초에 수소차에 미래가 없다며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도 수소차 출시 계획이 없다.
<출처=SNE리서치>
◇대세는 상용차?...가격 경쟁력 확보가 관건

넥쏘 후속모델 출시가 지체되는 사이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사업은 상용차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수소차는 주행거리가 길고 충전시간이 짧아 트럭이나 버스 등 상용차에 적합하다.

전기차의 경우 상용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도 커질 수밖에 없는데 배터리가 무거울수록 주행거리는 줄어든다. 테슬라가 출시한 전기트럭의 경우 배터리 무게만 4.5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트럭의 충전 시간은 8시간이지만 수소트럭의 충전 시간은 10분~20분밖에 되지 않는다.

현대차는 상용차 분야에서 세계 최초의 상용 수소트럭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를 앞세워 사실상 시장을 직접 만들고 있다. 2019년 엑시언트를 스위스에 세계 최초로 판매한 뒤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특히 시선을 글로벌로 돌리면 시장 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상용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기준 8.7%에 불과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상용차 비중은 30%에 이른다. 전기차가 승용차 시장에서 주류가 되더라도 전세계 자동차 수요의 30%를 차지하는 상용차 시장에서만 수소차가 주류가 돼도 폭발적인 시장 확대가 가능하다.

물론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다만 대부분의 상용차가 상업적인 용도로 운행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확보돼야 빠른 보급이 가능하다. 엑시언트 수소트럭의 가격은 무려 6억1000만원부터 시작한다. 다만 보조금이 4억5000만원에 이르러 실제 구매가격은 2억원이 안된다. 초반 시장 확대를 위해 과감한 보조금 정책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현대차그룹 역시 승용차 시장은 포기하고 상용차 시장만 공략하는 쪽으로 방향을 완전히 트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전기차 가격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고, 승용차 사용자들은 장거리 주행이나 빠른 충전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수소차에 대한 수요 역시 높지 않다"며 "수소차는 승용차 부문에서 영구적으로 퇴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출쳐=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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