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4월 07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상자산거래소의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업권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권법이란 특정 업종에 대한 근거가 되는 법을 말한다. 가상자산업의 경우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자금세탁을 방지하는 규제법만 있을 뿐 산업을 정의하거나 진흥하는 법안은 전무하다.

가상자산거래소는 단순 매매지원 외에도 추가 사업 전개를 희망한다. 거래 수수료에 국한된 수익모델은 가상자산 시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해 발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포함해 18개의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사업자들은 신규 사업 근거가 될 업권법의 조속한 통과를 바라고 있다. 업권법이 통과된 이후에는 거래소공개(IEO) 등 다양한 신사업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서비스 출시 원하는 업계…4월 업권법 통과 기대

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일명 '가상자산 업권법'이 이달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의결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재 국회에는 18개에 달하는 가상자산 업권법이 계류 중이다. 지난달 말 열린 법안소위에서는 다뤄지지 못했다.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되는 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안'이다. 기본법 마련 전 투자자보호 중심의 법안을 마련해 급한 불을 끄자는 게 법안의 주요 골자다. △가상자산 정의 △투자자 자산 보호 △불공정거래 행위 금지 △금융위원회 감독·검사 권한 부여 등 내용이 담겨 있다.


업계도 업권법의 조속한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업권법은 시장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전망이 있기 때문이다. 윤창배 업비트투자자보호센터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디지털자산법 통과를 기점으로 시장 전반의 제도권 편입이 더욱 활발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독자적인 업권법이 갖춰질수록 전통 금융을 비롯, 다양한 기업이 수월하게 진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의 신사업 전개도 업권법 효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가상자산거래소의 매출 대부분은 거래수수료에서 발생한다. 법이 마련되지 않은 현재로서는 거래 중개 외 가상자산을 활용한 신규 비즈니스를 펼치기 어렵다. 한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신사업을 검토하고 있지만 법률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자는 내부 기조가 있다"며 "여러 아이디어를 실현하지 못하고 계속 내부 검토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창배 애널리스트는 더벨에 "법 테두리 안에서 사업모델 특화 및 전문성이 나타나고 수익구조 다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전통 금융권의 발전 흐름과 유사하게 가상자산 시장도 규제 과정을 거치며 보다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서 검증된 IEO 모델…업권법 이후 신사업으로 눈독

거래소들이 업권법 마련 후 하고 싶은 사업으로 가장 눈독을 들이는 서비스는 IEO다. IEO는 거래소가 사전에 유망 프로젝트를 발굴해 투자자에게 사전 판매하는 일종의 ICO다. 해외 거래소들은 '런치패드' 등 형태로 일찍이 IEO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IEO는 거래소를 통해 1차 검증이 이뤄진다는 투자자보호 측면에서의 장점이 있다. 또 거래소로부터 코인 정보를 보다 손쉽게 제공받을 수 있어 개인이 참여하는 ICO보다 안정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ICO가 금지된 국내에서는 IEO 역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거래소의 검증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IEO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서는 특금법 이후 가상자산거래소가 정부 허가를 받아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안정성이 일정 부분 확보돼 있다는 주장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바이낸스를 포함한 해외 거래소들은 IEO 모델을 차용해 런치패드, 런치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다"며 "이를 통한 고객 유입효과와 매출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서는 규제 공백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여전히 부실 코인 투자로 인한 피해가 많은 만큼 IEO를 도입한다면 한 단계 '필터'를 거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IEO의 필수 요건으로 '좋은 법'을 꼽았다. 윤창 애널리스트는 "IEO는 거래소의 중개를 통해 안정성이 확보되고 가상자산은 '위험자산'이라는 인식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며 "그러나 그 전에 좋은 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