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OTT 혹한기 극복 해법은]티빙의 가입자 확대 전략, 콘텐츠 경쟁력 제고 '정공법'②대규모 투자 감내 매달 2편 이상 오리지널 콘텐츠 공개, 파라마운트+와 협력 '특색'
이지혜 기자공개 2023-04-13 13:23:57
[편집자주]
한국 콘텐츠가 속속 전세계적으로 흥행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에는 찬바람만 불고 있다. 국내 대표 OTT인 티빙, 웨이브, 왓챠 모두 2022년 대규모 손실을 봤다. 시청자의 눈높이가 한껏 높아져 콘텐츠 제작비는 늘었지만 유료 가입자 수는 빠르게 늘지 않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투자를 멈출 수도 없다. 불황을 견디는 OTT업체들의 묘수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1일 07:1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티빙이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을 잡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네이버, KT와 동맹을 맺고 고객저변을 넓히는 한편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산술적으로만 본다면 티빙은 올해 약 2000억원 정도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입할 것으로 추산된다.티빙에게 있어서 오리지널 콘텐츠의 의미는 크다. OTT업계의 출혈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얼마나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느냐에 따라 유료 가입자를 유지하고 더 확대할 수 있어서다. CJ ENM과 티빙이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감내하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CJ ENM의 스튜디오 자회사와 시너지, 파라마운트+ 브랜드관도 티빙만의 강점이다. CJ ENM은 자회사로 스튜디오드래곤을 두고 있는데 여기에서 만든 각종 콘텐츠를 티빙이 독점 유통하며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티빙은 또 지난해 6월경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열고 파라마운트의 콘텐츠 400여 편을 단독으로 제공하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 ‘사활’, 2000억 투자 전망
10일 OTT업계에 따르면 티빙이 올해 2000억원 정도를 콘텐츠 제작비 등으로 쓸 것으로 추산된다. 모회사인 CJ ENM이 2020년 티빙을 독립법인으로 출범시킨 직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4000억원을 제작비로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데 따른 계산이다.
2021년과 지난해 티빙은 콘텐츠 사용원가로 각각 707억원, 1169억원을 썼다. 콘텐츠 사용원가는 영업비용 항목 중 하나로, 제작비 등이 반영된다. 2020년 수치까지 포함해도 티빙이 그동안 쓴 콘텐츠 제작원가는 2036억원에 그친다. 이에 따라 올해 대규모 자금이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티빙이 출범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심지어 1192억원의 영업적자까지 봤다. 티빙의 누적 적자는 200억원이 넘는다.
이를 감수하면서도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이유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티빙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티빙 관계자는 “독립 출범 후 활발하게 콘텐츠 투자를 단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장르와 시청자층을 만족시킬 오리지널리티를 잘 구현하는 게 티빙만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는 넷플릭스의 성장 모델과 유사하다.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는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2022 미디어 이슈&트렌드 7·8월호’에서 “넷플릭스가 가입자 확대 전략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투자로 마련했다”며 “가입자 확대를 위해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고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티빙 발표에 따르면 오리지널 콘텐츠의 유료 가입 기여도는 상당하다. 이에 따라 티빙은 매달 두 편 꼴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202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약 50개 이상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개했다. ‘유미의세포들 시즌2’ ‘술꾼도시여자들2’ ‘아일랜드’ 등 드라마를 독점 방영했고 ‘서울체크인’ ‘여고추리반2’ ‘환승연애2’ 등 예능 콘텐츠도 선보였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방과 후 전쟁활동’, ‘아일랜드’, ‘잔혹한 인턴’ 등 드라마 시리즈 약 5편과 7편의 예능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밖에 프랜차이즈 IP로 ‘술꾼도시여자들2’, ‘여고추리반3’ 등도 공개한다.
김 교수는 “OTT기업의 경쟁력은 가입자이며,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지속성이 증가한다”며 “가입자를 불러 모으는 가장 분명한 전략은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선두 스튜디오와 ‘동맹’, 파라마운트와 협력 ‘힘’
스튜디오드래곤과 SLL(에스엘엘중앙) 등 경쟁력 있는 제작사를 우군으로 확보한 점도 티빙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실제로 스튜디오드래곤이 기획과 제작을 맡은 ‘방과 후 전쟁활동’은 티빙의 오리지널 드라마 가운데 첫주 기준 유료 가입자수 역대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2주차에도 유료가입기여지수 1위에 오르며 기염을 토했다.
이밖에 SLL이 제작을 맡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도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장편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SLL은 현재 티빙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주요 주주로 등재되어 있기도 하다.
콘텐츠 부문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튜디오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CJ ENM이 2021년 말 인수한 글로벌 스튜디오인 ‘피프스 시즌(FIFTH SEASON, 구 엔데버콘텐트)’이 주목된다. CJ ENM은 피프스시즌을 글로벌 베이스캠프로 삼아 미국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티빙과 시너지를 낼 방향도 모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파라마운트+ 브랜드관도 티빙의 콘텐츠에 특색을 더하는 요소다. 티빙은 지난해 6월부터 파라마운트사의 콘텐츠를 자체 플랫폼에서 공개하며 협력하고 있다. 총 2000시간 분량의 파라마운트의 콘텐츠 400여편을 티빙에서 공급하는 셈이다.
파라마운트와 협력은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도 힘이 되고 있다. 티빙은 파라마운트+와 공동 투자해 이준익 감독의 드라마 ‘욘더’를 시작으로 2024년까지 총 7편의 작품을 함께 만들 계획이다. 또 파라마운트+가 IP를 보유한 글로벌 프랜차이즈 콘텐츠와 리얼리티쇼를 한국에서 리메이크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티빙은 제작비를 아끼면서도 경쟁력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파라마운트+와 협력 체계를 구축, 오지리널 콘텐츠 공동 투자로 글로벌 활로까지 모색했다는건 K-OTT 상생협력 발전에 참고할만한 시너지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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