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자본재분배 성적표]풋옵션 당근책으로 붙잡아둔 롯데글로벌로지스 FI[롯데지주]③투자금 2790억에 연 3% 이상 복리 보장, 공모가 미달시 차액 보상까지 제시
김형락 기자공개 2023-04-19 07:30:45
[편집자주]
지주사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그룹 각 계열사에 대한 자본재분배다. 지주사는 재무건전성 우위 계열사로부터 배당수익과 상표권사용수익 등을 수취해 이를 재원으로 유상증자나 사채인수 등 방법으로 열위 계열사를 지원한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무리한 자본재분배는 우위 계열사까지 망가뜨리고 지주사의 재무건전성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THE CFO가 각 그룹 지주사의 자본재분배 형태와 이에 따른 재무지표상 변화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3일 16:3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지주에게는 기한 안에 롯데글로벌로지스 기업공개(IPO)를 완주해야 할 명확한 이유가 있다. IPO를 성사하지 못하면 롯데글로벌로지스 2대주주인 재무적 투자자(FI) 지분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배력을 충분히 확보해둔 상황에서 추가 지분 매입보다 IPO로 FI의 투자금 회수 길을 열어주는 게 보다 나은 선택지다.롯데지주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 주주간 계약 변경 안건을 의결하고, 기존 계약 내용을 수정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2대주주인 엘엘에이치(유)가 보유 지분을 롯데지주와 호텔롯데에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 행사 시기를 1년 늦추는 계약이다.
기존 계약에 따른 풋옵션 행사 시기는 이번달 13일부터 1개월간이다. 이를 내년 4월부터 1개월간으로 연기했다. 주주간 계약을 다시 체결해 FI가 풋옵션을 행사해 롯데지주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
풋옵션 행사 요건이 충족돼 행사 시기를 미루는 걸로 보인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2020년 또는 2021년 연결 기준으로 기준 금액 이상의 영업이익 또는 당기순이익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 FI가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2020년과 2021년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각각 345억원, 427억원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각각 36억원, 190억원이다.
◇ 롯데지주, 롯데글로벌로지스 2025년 IPO 미이행 땐 원리금 3534억원 상환 부담
롯데지주는 FI의 풋옵션 행사 시기를 미뤄 롯데글로벌로지스가 IPO를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 롯데지주가 IPO 연기를 요청하면 풋옵션 행사 기간을 최대 2025년 4월까지 연기할 수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FI의 풋옵션 행사 시점까지 IPO를 성사하지 못하면 롯데지주에서 FI 지분을 사줄 수밖에 없다. 이때 롯데지주와 호텔롯데가 준비해야 할 지분 매입대금은 이자비용 744억원(연 복리 3% 적용)을 포함해 약 3534억원이다.
롯데지주는 풋옵션을 부여해 사실상 FI에게 원리금 보장을 약속했다. 1주당 풋옵션 행사가격은 엘엘에이치(유)의 롯데글로벌로지스 주당 평균 취득 단가(일정 조달 비용 포함)에 원칙적으로 연 복리 3%를 적용한 금액이다. 이자율은 기간이 경과하거나, IPO 연기 요청에 따라 상향 조정될 수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IPO를 하더라도 공모가가 풋옵션 행사 가격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롯데지주와 호텔롯데가 차액을 투자자에게 지급할 책임도 지기로 했다.
엘엘에이치(유)는 총 2790억원을 써서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 21.87%를 확보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출자금 1500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BW) 신주인수권 행사대금 48억원을 제외한 1242억원은 구주 거래대금이다. 2017년 4월 사모펀드 운용사 메디치인베스트먼트 자금으로 꾸려진 유한회사다.
◇ 지주 요건 충족 위해 늘린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 계열사 간 거래에 1540억원 투입
롯데지주는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 46.0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주로 계열사 간 지분 거래로 지배력을 형성해 롯데지주가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직접 충원해준 자본금은 거의 없다.
롯데지주는 2017년 10월 지주 출범 당시 분할·합병 과정에서 롯데쇼핑, 롯데제과가 들고 있던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 6.09%를 넘겨받았다. 2018년 4월 롯데지주가 롯데로지스틱스 투자 부문을 합병하면서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 9.13%를 추가로 쥐었다. 이듬해 3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롯데로지스틱스를 흡수합병하면서 롯데로지스틱스 최대주주였던 롯데지주는 롯데글로벌로지스 신주 386만988주를 배정받았다.
롯데지주가 직접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을 사들인 건 2019년 3월이다. 롯데케미칼, 롯데GRS,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 주식 총 771만359주를 1404억원에 매입했다. 자회사 지분을 40% 미만으로 소유하는 걸 금지하는 지주사 행위 제한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을 늘렸다. 2020년 6월 롯데케미칼에서 49만5732주를 추가로 136억원에 인수해 지금의 지분(46.04%)을 만들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적정 시기에 IPO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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