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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밸류업 방안 1박2일 토론"…C레벨 해외 IR도 독려LG전자 사외이사 류충렬 KAIST 경영대학 교수 "기업 영속성·미래 재투자 중요성 견지해야"

김형락 기자공개 2025-03-05 08:30:21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8일 08시06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 이사회는 밸류업 정책 같은 주요 현안이 있을 때 1박2일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기업 발전 방향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죠. 저는 최고재무책임자(CFO)뿐만 아니라 최고경영자(CEO)도 해외 기관 투자가를 만나 비전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류충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 경영공학부 부교수(사진)는 지난 25일 theBoard와 인터뷰에서 LG전자의 투자자 소통 확대를 사외이사 활동 성과로 꼽았다. 류 교수는 2022년부터 LG전자 사외이사(감사위원장)로 활동 중이다.

그는 LG전자 C레벨 임원이 블룸버그나 CNBC 등 해외 매체에 출연하는 걸 적극 지지했다. LG전자가 기업 가치를 높이려면 해외 투자자 지분이 더 늘어야 했다. 회계·재무 분야 최신 학술 연구를 수행하는 류 교수는 해외 기업들의 투자자 소통 방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실제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는 지난해 8월 블룸버그텔레비전과 인터뷰했다. 조 대표는 당시 글로벌 투자자 관심사였던 인도 법인 상장 가능성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인터뷰에서 기업공개(IPO)가 고려할 수 있는 여러 옵션 가운데 하나라고 했는데 LG전자는 지난해 12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할 때 인도 법인 IPO 추진을 공식화했다.

류 교수는 재무제표 분석, 기업 가치평가, 지배구조, 사회적 책임을 연구하는 학자이면서 사외이사로 주요 기업 이사회에도 참여한다. LG전자 외에도 2017년부터 대한화섬(폴리에스테르 원사 제조)에서 사외이사를 맡았다. 예금보험공사 자산회수자문위원회 자문위원, 한국회계기준원 공시개선전문위원회 위원장으로도 일하며 회계와 재무, 경영 일반에 대해 조언하는 전문가다.

류충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 경영공학부 교수는 theBoard와 인터뷰를 갖고 밸류업과 해외 IR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류 교수는 교수 직업군의 사외이사 참여가 기업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초기부터 연구하며 이사회 역할을 탐구했다. 10여 년 전 S&P 1500대 기업 8년 치 주주총회 위임장 설명서(Proxy Statement)를 분석해 미국 대기업 약 40%에서 교수들이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학계에는 '아카데믹 디렉터, 프로페서 디렉터' 개념으로 소개했다.

사외이사를 처음 맡은 건 교수 생활 6년 차인 2015년이다. 2년 동안 HDC자산운용에서 사외이사(감사위원)로 근무했다. 이후 종합 부동산 관리 서비스 업체 HDC아이서비스(2018~2020년), 흥국화재(2018년~지난해)에서 사외이사로 일하며 다양한 업종을 경험했다.

최근 밸류업 공시 확대 흐름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단기 목표에만 치중하지 않도록 기업 영속성(going concern)과 미래 재투자 중요성도 함께 강조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류 교수는 "밸류업 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정부 기조와 투자자들의 과열된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경영자가 근시안적 액션 이른바 'short-termism'에 빠질 위험이 있다"며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외이사도 이사회에서 중장기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경영이 더 잘 작동하기 위해선 사외이사가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사외이사 임기 제한이 갖는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측면을 고루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류 교수는 "외부 인사가 단기 속성으로 업종 전문 지식을 익히는 건 쉽지 않다"며 "2020년 상법 개정안이 독립성 강화에 집착한 나머지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면서 전문성이라는 중요한 목표를 간과한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연차가 높은 사외이사가 주도하는 논의와 조언에 감탄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LG전자 이사회에서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야 전문가인 이상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보여준 통찰력이 의사 결정 수준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2019년부터 LG전자 사외이사를 맡아 올해 주총에서 임기가 끝난다.

류 교수는 다음 달 25일 LG전자 정기 주총에 재선임 사외이사 후보로 올랐다. 새로운 임기를 준비하는 자세는 남다르다. 류 교수는 "처음 임기 3년은 업에 대해 이해하는 기간이었다"며 "재선임된다면 전에 보고받았던 계획을 잘 달성하는지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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